살아있는 것을 사랑하며 살고 싶다

<늑대가 나는 날> 미로코 마치코 (지은이),유문조 (옮긴이)한림출판사

by 여행하는 그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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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상상의 동물이다. 어른들은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듣지 못하는 것을 듣고 생각하지 못한 것을 생각한다. 그래서 아이들이 엉뚱한 소리를 하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이 책의 주인공인 소년은 바람이 세게 부는 날 그 이유가 하늘에서 늑대가 뛰어다니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아이다. 천둥이 치는 이유는 고릴라가 가슴을 치고 있기 때문이고 바람에 날려서 머리카락이 치솟는 것은 머리에 고슴도치가 올라앉았기 때문이다. 내가 읽고 싶던 책이 없어진 이유는 언제나 빌려간 것을 돌려주지 않는 박쥐의 소행이고, 내 입에서 새들이 한꺼번에 날아가는 날은 멀리까지 노래가 잘 나오는 날이다.

이상하게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이유는 성급한 다람쥐들이 시곗바늘을 몰래 돌려놨기 때문이고, 잠 못 드는 밤 천천히 지나가는 고요한 시간은 거북이들이 시간을 되돌려 놓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상상을 먹고 자라는 동물이다. 어른들은 일의 효율성과 결과를 따지느라 차분이 앉아 비를 감상할 여유가 없다. 천둥이 치고 바람이 세차게 부는 비가 오는 날이면 퇴근할 생각에 한숨을 쉰다. 아이들처럼 늑대가 뛰어다니고 고릴라가 가슴을 치는 비 오는 시간을 재밌게 즐기며 생생하게 느끼는 여유 따위는 없다.


아이들의 세계는 생명이 약동하는 상상의 세계이다. 다른 살아있는 생명들을 상상의 세계로 초대해 함께 놀 줄 아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어른들은 기계의 일부가 되어 생산성을 높이고 결과를 만들어 내느라 생명의 세계를 잃어버렸다. 자신이 생명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차가운 머리와 삭막한 이성으로 오직 결과와 목적지를 향해 달려갈 뿐이다. 어른들에게 상상은 결과를 얻고 목적을 달성하는 데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불필요한 놀이이다. 그들은 놀이도 상상도 배워야 할 줄 알고, 남들이 하는 것을 따라 할 뿐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렸다. 그래서 삶이 따분하고 재미가 없다고 여기는 어른들은 새로운 자극이나 소비를 쫓아 자신의 바깥에서 흥분과 재미를 찾는다. 스스로 상상하고, 지금 이 순간을 향유할 줄 모르는 어른들은 미디어가 만들어내는 영상과 소비가 가져다주는 일시적인 만족감을 기쁨이나 만족감으로 착각하고, 거기에 중독된다.


상상하는 능력과 지금 이 순간 살아있음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생명력을 되찾고 싶다. 거북이들이 천천히 지나가는 고요하고 느릿느릿한 시간을 여유롭게 만끽하며 살고 싶다. 결과와 이익만을 따지느라 잊어버렸던 과정의 순수한 기쁨을 되찾고 싶다. 비가 오는 날에는 하늘을 나는 늑대를 생각하고, 잠자리에 누워 고래가 끌고 온 커다랗고 깜깜한 밤을 헤엄치고 싶다.

무엇보다 온몸으로 지금의 삶을 생생하게 살고 싶다. 머리가 아닌 몸으로, 거짓 에고가 아닌 진짜 존재로, 결과가 아닌 과정에 집중하며, 삶을 있는 그대로 날 것 그대로 생생하게 껴안고 싶다. 살아있는 팔딱팔딱 뛰는 고요하지만 생명력 가득한 내 눈앞의 삶을 상상으로 가득 채우며 살고 싶다. 살아있는 것을 사랑하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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