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속을 한가롭게 거닐며 음미하며 살고 있다

<다니엘이 시를 만난 날> 미카 아처 (지은이), 이상희 (옮긴이) 비룡

by 여행하는 그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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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관념이나 판단, 생각 없이 세상을 바라본 적이 있는가. 그저 고요하게 아침 이슬이 반짝이는 것을 보고, 바스락거리는 나뭇잎을 밟으며 나뭇가지 사이로 반짝이는 햇볕을 느끼는 순간, 머릿속의 온갖 잡념과 망상들이 사라지고 그저 '있음'의 존재 상태로만 남을 때. 그때 우리는 근원의 그곳으로 돌아간다. 이유 없는 지복과 평화가 온몸을 타고 퍼져나가고 모든 저항이 녹아 없어진다. 무언가 더 얻고자 하는 욕심이나 무언가를 없애려고 하는 바람도 사라진 채 오직 지금 이 순간 있는 그대로 있음에 존재한다.


자연은 그러한 고요한 있음의 자세를 보여주는 스승과도 같다. 비가 온 후 깨끗해진 공기와 촉촉해진 나뭇잎과 땅, 봄을 준비하며 새로운 싹을 움트고 있는 가지, 숲을 껑충껑충 뛰어가는 고라니. 모든 것들이 있음 그 자체만으로 완벽한 시가 되어 온전하게 존재한다. 더하거나 뺄 것 없이 있는 그대로 존재한다. 그리고 그 있음 그 자체로 자연은 완벽하다.


하루가 저물 무렵 강에 비친 노을의 아름다운 색깔들과 빛은 그 자체로 완벽하다. 너무나 완벽하여 넋을 놓고 바라보게 만든다. 아무 생각 없이 강둑에 앉아 노을의 존재를 바라보게 만든다. 그 순간 나와 노을은 하나가 된다. 나는 노을이다. 노을을 바라보는 인간 존재가 아니라 그냥 그 노을 자체이다. 저 아름다운 빛은 나에게서 나오는 것이고 나는 노을이 되어 온 세상에 비춘다.


그냥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존재하는 것. 눈앞의 것, 지금 있는 것, 그냥 존재하기에 전념하는 순간, 나는 세상 전체가 되어 그냥 존재한다. 그 어떤 것도 고칠 것 없이 완벽하게 존재한다. 미래에 무언가를 이루어야 할 필요도 없고, 고쳐야 할 문제도 없으며, 지금 있는 이대로 너무나 완벽하게 시처럼 아름답게 존재한다.


생각을 버리고 있음에 존재할 때 나는 삶이 흐르는 물처럼 바람처럼 햇살처럼 가볍게 그냥 거기 완벽하게 흐르고 있음을 느낀다. 나는 삶은 있는 이대로 완벽하다. 더 이상 고칠 필요가 없는 너무나도 완벽한 하나의 거대한 시. 그 시 속을 한가롭게 거닐며 음미하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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