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 이지현 (지은이) 이야기꽃
네모난 수영장 앞에 수영모를 쓰고 물안경을 쓴 소년이 서 있다. 그리고 다양한 튜브를 허리에 낀 한 무더기의 사람들이 수영장으로 몰려오기 시작한다. 저마다 다양한 무늬와 크기를 가진 커다란 튜브를 허리에 하나씩 끼고 있다. 그리고 너도 나도 한꺼번에 수영장 안으로 뛰어든다.
텅 비어 있던 수영장은 금새 사람들로 가득 차서 더 이상 수영할 수 있는 공간이 남아 있어 보이지 않는다. 서로 튜브를 밀어내며 자신의 공간을 넓히려는 사람들 때문에 수영장은 수영장이 아닌 만원 지하철 안 같다. 빽빽하게 사람들로 가득 찬 콩나물시루 같은 지하철 풍경 같다. 그런 사람들 틈에서 소년은 수영모와 물안경 외에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았다. 소년은 한쪽 구석에서 서로 밀치며 아웅다웅 다투는 사람들을 말없이 바라보며 발을 담그고 앉아 있다. 그리고 수영장 깊은 물속으로 다이브 한다. 풍덩!
수영장 표면 위에 가득 찬 사람들을 뒤로하고 아래로 아래로 들어간다. 튜브를 낀 채 둥둥 떠 있는 사람들의 다리가 보이고 그 다리들도 점점 멀어질 만큼 더 깊이 깊이 들어간다. 그리고 그곳에는 진귀하고 신기하며 아름다운 것들이 소년을 기다리고 있다.
세상을 자유롭게 헤엄친다는 것은 '튜브'없이 오로지 나의 몸으로 물속 세상을 탐험하는 것이다. 물의 표면에만 둥둥 떠다니며 사람들과 서로 공간을 차지하려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그 아래 세계로 다이브 해 잠수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대중의 의견, 사회화와 교육을 통해 체화된 관습이나 통념을 의심 없이 자신의 것이라고 착각하고 그것에 따라 살아가는 삶은 튜브에 의지해 수영장 표면을 표류하는 모습과 닮았다. 삶 속으로 깊이 뛰어들어 삶 전체를 자유롭게 헤엄치지 못하고 그저 사회가 알려주는 대로 사람들이 하는 대로 그렇게 생각 없이 살아가는 모습과도 닮았다. 튜브 사람들은 스스로의 머리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이 차고 있는 튜브가 진실이라고 믿으며 평생을 그 튜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 안에 갇혀있다. 그리고 그 좁은 세계가 삶의 전부라고 착각하고 살아간다.
그러나 튜브를 차지 않고 자신의 맨 몸으로 헤엄치는 사람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사고하고 생각하며 행동한다. 그들을 움직이는 것은 스스로의 자유의지에 의한 것이다. 그들은 자유롭게 사고하고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선택한다.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는 것에도 '과연 정말 그런지' 의심하고, 스스로 독창적으로 사고한다. 절대로 사람들이 하는 대로 휩쓸려서 다른 사람들을 따라가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스스로의 독창적인 방법으로 생각하고, 자유롭게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힘이 있다. 그들을 움직이는 것은 오직 그 힘뿐이다.
그래서 튜브에 의지해 살아가는 사람들이 느낄 수 없는 자유와 몰입 경험을 얻어 삶의 깊은 곳까지 들어갈 수 있다. 그들은 삶 속으로 뛰어들어 삶과 하나가 된다. 물과 하나가 되어 삶의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 삶이라는 바닷속 세상을 온몸으로 자유롭게 헤엄치며 탐험을 즐긴다.
내 삶의 목표는 삶 자체에 있다. 내 삶의 목표는 스스로의 힘으로 사고하고 탐험하는 것이다. 자유롭게 삶 자체가 되어 깊은 곳까지 탐험하는 것이다. 내 삶의 목표는 다른 사람들이 쫓아가는 것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다. 내 삶의 목표는 사회에서 좋은 삶이라고 여겨지는 모델을 따라가는 것도 아니다. 내 삶의 목표는 부, 명예, 자아실현, 소유 등에 있지 않다. 더 많이 소유하고 더 많이 자아를 실현하며 부와 명예를 갖는 것은 내 삶의 목표가 아니며 내가 여기 있는 이유가 아니다. 내 삶의 목표는 삶 자체에 있으며, 삶 자체가 바로 나이다. 그 삶 자체로, 나 자신을 마음껏 탐험하며 자유롭게 헤엄치는 것, 그것이 내가 여기 있는 이유이다.
튜브를 버리고 맨 몸으로 다이브 해 삶 전체를 자유롭게 헤엄치자. 삶 그 자체가 되자. 나는 삶이고, 삶은 나다. 내 삶의 목표는 삶 자체에 있다. 마음껏 헤엄치고 탐험하며 삶을 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