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하고 명료한 하루를 명상하듯 음미하며 살다

<할머니의 저녁 식사> M.B. 고프스타인 그림책

by 여행하는 그리니



옮긴이의 말


M.B. 고프스타인의 그림책에는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이 딱 필요한 것만 있습니다. 이 책 속 할머니의 하루도 그래요. 세상은 고요하고, 일상은 명료하고, 할머니는 오늘도 어김없이 낚시를 나갑니다. 작가는 따뜻한 눈으로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아요. "이걸로 충분해. 지금, 여기, 이 빛나는 것을 봐."


고프스타인의 그림책 <할머니의 저녁 식사> 는 옮긴이의 말처럼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이 딱 필요한 것만 있다. 아주 얇은 펜으로 그린 선만으로 이루어진 그림들과 어른의 손바닥을 쫙 펼친 정도의 크기의 판형. 안에 있는 글들도 아주 단순하다. 한없이 단순하고 고요하다. 군더더기가 전혀 없다. 그러나 읽고 난 후의 여운은 그 어느 그림책보다 더 깊고 풍부하다. 단순한 선과 담백한 글이 어우러져 마치 명상을 하듯 고요하다.


할머니는 매일 새벽 다섯시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낚시를 하러 나가신다. 햇빛을 가릴 모자를 쓰고, 필요한 준비물들을 챙겨 호수로 노를 저어가 하루종일 낚시를 하신다. 햇빛에 반짝이는 흔들리는 물결 위에 앉아 물고기가 미끼를 물기를 기다린다. 물고기를 잡으면 집으로 돌아와 잡은 물고기를 깨끗이 씻고 버터를 발라 맛있게 구운후 오븐에서 갓 구운 롤빵을 준비해 아주 천천히 식사를 하신다. 그리고 다음 날에도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난 낚시를 하러 갈 수 있도록 잠자리에 든다.


할머니는 무엇이 자신에게 필요한 것인지를 잘 알고 있다. 할머니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는 것이다. 매일 새벽 다섯시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낚시를 하러 가는 것, 그리고 돌아와 잡은 물고기를 정성스럽게 요리해 아주 천천히 먹는 것, 그리고 다음 날의 낚시를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 그래서 할머니의 하루는 더없이 명료하고 단단하다.

여기저기에 휩쓸리지 않고 단단한 하루를 사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하고 중요한 일인지를 안다. 그리고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그것을 하는 사람이다. 그것이 낚시이든 글쓰기든 요리든 운동이든 산책이든 정원일이든 여행이든 그림을 그리는 것이든 옷을 만드는 것이든 도자기를 굽는 것이든, 그것이 무엇인지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분명하게 안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이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빛나는 일이라는 것을. 누군가의 눈에는 지루해보이고, 의미없어 보이는 일이 그들에게는 최고로 재밌고 행복한 일인 것이다.


나는 어떤 할머니가 되고 싶은지 상상해본다.


"할머니는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물을 한잔 마시고 재빨리 서재로 가 그림책을 꺼내 자리에 앉았단다.

아름답고 고요하며 두근거리는 그림책을 펼쳐 그림책의 세계로 떠나 글과 그림들 사이를 여행했어.

창 밖에는 새벽의 이슬을 머금은 초롯빛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따뜻하게 할머니를 바라봐 주었지.

그림책 세계의 작은 여행을 즐기는 내내 말이야.

할머니는 그림책 세계 여행을 마치고, 노트를 꺼내 글을 썼어. 여행기를 쓰려고 말이지.

해가 떠올라 할머니가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 이제는 초록빛 숲으로 산책을 나갔어.

할머니는 숲의 향기를 음미하고 그림책 여행의 여운을 느끼며 아주 천천히 산책했어.

열심히 먹이를 나르며 일하는 개미들을 밟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말이지.

그러고는 재빨리 샤워를 하고 잠자리에 들었단다.

다음 날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그림책 여행을 갈 수 있도록 말이야."


나도 고프스타인 그림책 속 할머니처럼 단단하고 명료한 하루를 사는 사람이 되고 싶다. 세상의 소음에 휘둘리지 않고 고요하게 자신의 하루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 무엇이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지를 알고, 그것을 매일 하는 단순한 삶을 살고 싶다. 할머니처럼 고요하고 명료한 하루를 명상하듯 음미하며 소중하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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