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 부엌에서> 모리스 샌닥 지음
처음 이 책을 읽고 난 나의 첫마디는 '으응?' 이었다. 나도 모르게 그림책을 읽고 나면 어떤 감동이나 교훈, 의미, 좋은 점 들을 찾으려고 하는 버릇이 나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 그림책은 그런 나의 재미없는 분석이나 감상을 가볍게 비웃듯 자유로운 이야기로 독자를 끌어들이는 책이다.
한밤중에 요란한 소리가 들린다. 쾅쾅, 털썩, 퍽, 쾅. 잠들려고 침대에 누워있던 '미키'는 일어나 꽥 소리를 지른다.
말그대로 꽥 지른다. 그러나 갑자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토끼굴로 떨어지듯 미키도 깜깜한 아래로 굴러떨어지면서 달을 지나고, 쿨쿨 잠든 엄마와 아빠를 지나서... 으응? 환한 부엌으로 떨어졌네? 그것도 빵가게 아저씨들이 아침식탁에 올려놓을 빵을 위해 만든 반죽속에? 아저씨들이 반죽을 오븐에 넣고 구우려는데 미키가 반죽을 뚫고 나와 외친다.
"난 밀크가 아니야. 밀크는 내가 아냐! 난 미키란 말이야!"
그리고 미키는 오븐을 나와 빵반죽으로 뛰어들어 주무르고 주먹으로 치대고, 잡아뜯어 비행기를 만들어 밀키웨이로 날아간다. 깊은 밤 부엌에서 밀키웨이까지 날아간 미키는 어떻게 되었을까?
이 책은 논리적인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지 않는다. 갑자기 아래로 굴러떨어져 부엌의 반죽에 들어가고, 갑자기 빵가게 아저씨들이 미키를 넣고 빵반죽을 만든다. 왜 그렇게 되었지에 대한 설명도 없다. 이것은 아이들의 상상력과도 닮았다. 아주 어릴 때사람들은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상상하곤 했다. 그것이 논리적으로 말이 되는지 따위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재미있게 상상의 비행기를 타고 가보고 싶은 곳까지 따라가 보는 것이다. 상상놀이가 재밌는 이유는 그래서이다. 옳고 그름, 논리적인 바탕이나 개연성 같은 신경쓰지 않고 자유롭게 상상의 세계를 날아다닌다. 그런 상상의 자유와 재미가 이 책의 핵심이다.
어른이 되면서 나는 상상놀이를 많이 하지 않게 되었다. 목표를 이루는데 도움이 되는 행동이나 생각에 빠져 사느라, 생계에 필요한 일을 하느라, 상식적인 사회인이라면 응당 해야 하는 의무를 따르느라. 이제 다시 상상놀이를 시작하고 싶다. 말도 안되지만 그래서 재미있는 상상놀이. 깊은 밤 부엌으로 떨어져 빵 반죽으로 만든 비행기를 타고 저 높은 밀키웨이로 날아가는 미키처럼 자유롭게 상상하며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