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움직인다는 것

by 여행하는 그리니

6시 30분 기상. 약 1시간 동안 모닝 드로잉.


이제는 손이 저절로 움직인다. 흰 도화지 위에 첫 시작이 두렵지 않다. 망해도 되고, 낙서한다는 생각으로 부담 없이 그렸더니 매일 그림 그리는 것이 물 마시는 것처럼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무언가를 보고 그릴 때도 그 대상과 똑같이 그려야 한다는 강박을 버렸다. 오히려 원래 대상을 왜곡하거나 추상화하는 것이 더 재미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어차피 손은 사진을 따라가지 못한다. 원래 대상과 똑같은 그림을 그리고 싶다면 사진을 찍으면 된다. 그림을 매일 그리는 비결은 똑같이 그리려는 욕심과 집착, 강박을 버리는 것이다.


오늘은 실내악을 들으며 그림을 그렸는데 모닝 드로잉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듣고 있는 음악이 그림에 많은 영향을 준다는 것을 일주일 동안 그림을 그리면서 깨달았다. 실내악처럼 너무 많은 정보가 담긴 음악보다 악기 하나만 연주하거나 변화와 복잡성이 낮은 음악, 재즈 같은 음악이 더 어울린다.


어제는 다큐멘터리 제작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앞으로 다큐 촬영 방향은 평일에는 매일 그림 그리는 것을 촬영하고 주말에는 나만의 아티스트 데이트 미션을 실행하고 촬영하는 것이다. 프립에 재밌어 보이는 원데이 클래스나 체험을 신청해서 해보거나 호기심이 생기는 일에 도전해볼 것이다. 등산, 클라이밍, 발레, 요리, 아트북 만들기, 필름 카메라 촬영 등등. 무엇이든 하고 싶은 것은 해보는 것이 아티스트 데이트이다.


어제는 다큐 수업이 있는 강의장소까지 Bus를 타지 않고 자전거를 타고 갔다. 중간중간 신호등이 너무 많아서 시간이 예상보다 더 많이 걸렸다. 그런데 신기한 경험을 했다. 자전거를 30분 정도 타고나니까 눈이 맑아지고, 온몸에 에너지가 순환되어 활력이 생기고 몸상태가 좋아졌다. 보통 퇴근 후에는 눈이 뻑뻑하고 몸이 축축 쳐지고 피곤한데 자전거를 타고나니 그런 게 싹 없어지고 오히려 온몸에 기분 좋은 에너지가 돌았다. 오늘 그림 수업하러 갈 때도 자전거를 타고 가야겠다.


역시 사람은 몸을 움직이고 행동해야 상태가 좋아지는 것 같다. 너무 많은 생각과 몸을 움직이지 않고 앉아만 있는 것은 머리를 둔하게 만들고 에너지를 다운시킨다. 퇴근 후나 주말에는 몸을 최대한 움직이고 싶다. 자전거를 타고 등산도 하고, 무언가를 배우고, 가까운 곳으로 작은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몸을 움직이면 잡생각이 들지 않고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머릿속 허상과 소란스러움이 잠잠해지고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싶은 것이 또 생겼다. 음악 듣는 사람, 명상하는 사람, 그리고 자전거 타는 사람, 걷는 사람, 무언가를 행동하고 있는 순간의 사람을 그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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