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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아지다사라지다 Nov 07. 2022

아이를 키운다는 일

겁나게 힘든 일

아이를 낳아 키운다는 것은


생명의 신비를 느낄 겨를도 없이 온몸이 부서지는 고통을 감내하는 것이며


아이의 하루가 아름답고 안전할 수 있도록 나의 하루를 온전히 내어주는 것이다.




나는 이 세상이 아이가 살아가기에 충분히 아름답지 않다는 이유와


나 자신을 온전히 희생할 수 없다는 이유로


결혼과 출산을 달갑지 않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모든 일이 이미 벌어지고 나니


나에게 가장 힘든 존재도 가족이고, 가장 아름다운 존재도 가족이 되었다.



어떤 눈부신 풍경을 보아도


내 아이의 투명한 눈동자만큼 빛나지 않고


어떤 아름다운 음악을 들어도


내 아이의 웃음소리만큼 행복하지 않다.



이것이 과연 천국인지 지옥인지 종잡을 수 없을 때가 있다.




그럴 땐 가끔 밖에 나가 바람 한 줌 쐬며 생각한다.


좁은 집에서 하루 종일 아이와 부대끼는 것도 지옥이고


세상에서 가장 멋진 곳에 간들 내 아이와 헤어지는 게 지옥이라면


그러니까 이러나저러나 지옥이라면


이왕이면 천사와 함께 있는 지옥이 낫지 않나 싶은 생각을 했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잠든 아이의 볼에 입술을 비비는 일


내 소변도 보기 전에 밤새 갈증 났을 아이에게 물을 먹여주는 일


내 끼니는 걸러도 아이의 밥은 꼭 챙기는 일


그러다 배고프면 노는 아이 옆에 주저앉아 다 식은 음식을 입에 밀어 넣는 일


집에만 있으면 답답하니까 등에는 가방 메고 가슴에는 아이 메고 외출하는 일


잠들기 직전까지 오늘이 지구 마지막 날인 것처럼 열심히 노는 아이를 응원해주는 일


간신히 잠든 아이 얼굴을 보며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일


잠을 설쳐 우는 아기를 맥 풀린 손으로 더듬어 달래주는 일


이 모든 것, 이 이상의 일을 계속 계속 반복하는 일



나뿐만이 아닌 모든 부모가 겪는 일


그리고 힘들어도 힘들다고 말하지 못하는 일



이 모든 것은 나의 선택으로 인해 내가 감내해야 될 일이다


그러나 가끔은 나도 힘들다고 소리치고 싶다.


가끔은 나도 온몸이 아프다고 드러눕고 싶다.


누구라도 제발 도와달라고 구걸하고 싶다.


가끔은 달콤한 일탈의 상상을 하지만



아이가 나를 바라보며 '엄마'라고 불러주고


내가 유독 지쳐 보이면 '엄마 사랑해요. 힘내요'라고 말하는 순간


작은 아이를 와락 안아 들며 아득한 행복에 빠진다.


이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한 줄 요약: 엄마도 가끔은(사실 매일)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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