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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꺼운안경 Sep 07. 2023

러닝과 연기의 긴밀함

치밀해지자

러닝은 마치 연기와도 같다.

러닝은 꾸준히 뛴다면, 점점 잘 뛰어진다. 호흡도 나만의 것으로 안정되며, 자세도 정답이 없는 나에게 맞는 최적의 자세로 뛸 수 있다.

단, 꾸준히 한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과거 꽤 러닝을 꾸준히 뛰었다. 최근에는 산책이 더 간편하고 좋아서 산책을 더욱 자주 한다.

사실 러닝이 힘들기도 하고 조금은 더 큰 마음가짐이 필요하기에 멀리 했던 것이다. 그만한 운동이 없는데도 말이다.

그렇게 러닝과 데면 지내다가. 최근 다시 뛰기 시작했다. 정말 힘들더라. 한창 뛸 당시 못해도 6km 정도 뛰었고 평균 페이스 5분 중반대로.

잘 뛰어지는 날에는 7-8km 평균페이스 5분 후반대로 나름 거뜬하게 뛰었다. 

최근 다시 뛰니 3km를 겨우 채웠다. 이마저도 쉬는 시간을 꽤 가지며. 조금은 충격이었는데, 오늘 아침 그냥 다시 뛰어봤다.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나왔고, 오래 뛸 생각도 없었으며, 힘들면 바로 컴백해야지 하는 심정이었다. 근데 이게 무슨 일인가. 6km 6분 초반대로 뛴 것이다. 그리고 가뿐하게 뛰었다.

그리고 나는 뛰는 내내 나에게 집중하지 않았다. 내가 듣고 있는 노래 가사에 집중하던가. 요즘 내가 고민하던 것들이나. 단순 오늘 오후엔 무엇을 할까 하는 생각들. 내가 지금 어떻게 뛰고 있는가. 뛸 때 자세는 이렇게 팔은 이렇게 시선은 이렇게 이게 올바른 것이지 하며 인식을 전혀 하지 않았다.

과거에 잘 뛰던 시절에도. 위에 요소를 종종 자주 의식하며 뛰었었다. 꾸준함이  힘든 것을 억제시킨 것 같다.


위에 요소들을 즉, 나에게 일절 집중하지 않고 나의 생각들 들어오는 냄새들 느껴지는 바람 같은 것들에 집중하니. 호흡도 자세도 나만의 페이스도

완벽에 가까운 자동적 행동으로 뛰기 시작했다. 그러니 정말 편안함을 집에 거의 도착해서야 느꼈다.


연기도 비슷하다. 연기도 정해진 정답이 없다. 전혀 없다. 하지만 불안함 어떤 기준에 대한 불안에 따른 집착들 때문에

정해진 커리큘럼을 따르려 한다. 하지만 슬프게도 그걸 따르는 순간 나의 연기는 사라지고, 스스로의 만족감도 사라진다.

연기는 나를 철저하게 지워야 한다. 캐릭터의 빙의된다? 이런 맥락이 아니다. 나를 지운다는 것은 나의 모든 행동들 의식적인 것들을 지워야 하는 것이다. 최근에 영화 촬영 현장에서 디렉션을 받으며 스스로 느꼈던 자유로움의 경지 같은 것이었다. 

나를 지우고 상대에게 집중하라. 그러면 모든 행동 말 표정 제스처가 러닝과 마찬가지로 완벽에 가까운 자동적 행동으로 나타난다.


이것이 내가 비슷하다고 하는 이유이다. 하지만 바뀔 수도 있음. 얼마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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