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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꺼운안경 Sep 04. 2024

부르고뉴에서 맞이하는 새로운 경험

그날 저녁 Gilles은 무사히 노르망디에 잘 도착했다고 한다. Carthy는 넓은 주방에서 천장 조명만을 켠 채 조용히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다. 오전 시간에는 노래를 꽤 크게 틀고 있었던 그녀였는데  Gilles 때문인지 음악도 없이 조금은 조용한 분위기였다. 우리의 저녁은 토마토 파스타였다. 꽤 요리가 잘 된 파스타였다. 함께 마신 와인과 궁합이 좋았다. 어떤 와인이 잘 어울리는지 잘 아는 것 같았다. 식사를 하면서 그녀에게 물었다. "Gilles이 늦게 올 텐데 외롭지는 않겠느냐고" 그녀는 외로움에 강하다는 말을 했다. 내가 하는 것에 집중하면 되는 일이라고 했다.


Carthy의 첫인상은 강렬했고 그녀를 알아갈수록 힘이 강한 사람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금발의 숏컷헤어 항상 네이비 컬러의 코트를 입고 호피색의 안경을 끼고 있다. 눈매가 꽤 날카로운데 나이의 탓인지 눈가의 주름이 날카로운 눈매를 누른 듯한 모습이었다. 그녀는 배우는 것에 대해 열정적인 사람이다. 어린 나이는 아닌 40대 시절 영어를 배우고 싶고 건축을 배우고 싶어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4년간 지냈다고 했다. 현재는 아티스트들에게 전시공간을 제공하고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한다.


이곳은 조금은 독특한 구조로 운영이 되고 있다. 특정 지역마다 봉사회 같은 것이 있는데 특정한 보수 없이 서로의 일을 도와주는 것이다. 협회 같은 것 같다. 그래서 아티스트를 도와주면 작품을 판매하는 커미션을 받기도 한다. 전시를 준비하며 필요한 일손 같은 것은 협회의 사람들이나 친구들과 함께 한다고 한다. 이곳의 집의 마당은 굉장히 커서 마당관리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닌데 나와 같이 작업을 했던 분들도 그들의 친구들이었다. 그들은 전시 전과 후 또는 그 과정 속에서 정말 열심히 했다. 그런 모습에 나도 따라서 열심히 했던 것 같다. 그는 나를 참 마음에 들어 했다. 내가 그를 곧 잘 따라서 그랬던 것 같다.


전시 당일이 되었다. 아침부터 분주하게 무언가를 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오프닝 파티가 시작되기 1-2시간 전부터 친구들이 오더니 꽤나 여유롭게 시작되었다. 그의 친구들은 간단한 디저트와 빵 같은 것들을 준비하고 있었고, 애프터 파티를 위한 저녁도 미리 준비하기 시작했다. 게스트들을 위한 작은 벤치들과 부스도 시작 전에 부랴부랴 만들어나갔다. 어디에 세울지 동선은 어떻게 할 것인지 예상컨대 미리 생각해 뒀던 것이 아닌 당일 날 머리를 맞대고 생각을 해냈던 것 같다. 아니면 이전의 경험들이 있기 때문에 나온 여유인 것 같기도 하다.


오프닝 파티가 시작되고 하나 둘 게스트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웃 주민부터 멀리서 온 사람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왔다. 어린 자녀들과 함께 온 패밀리도 있었고 혼자서 온 할아버지 또는 내 또래의 청년 등 참으로 다양했다. 나 또한 Carthy와 다른 곳에서 하는 전시를 보러 간 적이 있는데 보통 지역 신문이나 팸플릿 같은 것을 보고 찾아서 가기도 하는 것 같다. 이곳도 다른 곳들에서 홍보를 하기에 꼭 이웃주민만은 온 것은 아닌 것 같았다. Carthy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녀의 옆에는 이번 전시의 주인공 Daniela가 함께 있었다. Carthy의 작은 연설로 오프닝 파티가 시작되었다. 전부를 알아듣진 못했지만 이곳에 와주셔서 감사하고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내용 같았다. 간략하게 이 전시의 의미를 알려주고 편안하게 즐겨달라는 말도 함께 했다. 곧 준비한 무대도 있으니 함께해 달란 말도 했었다. Carthy의 짧은 사회가 끝나고 긴 머리를 한 인간의 형태의 작품 뒤에 행위 예술가 Nina가 등을 맞대고 앉아있었다. 그녀는 눈을 감고 있었고 곧이어 Frad의 색소폰 소리가 함께 들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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