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소폰 소리와 함께 그녀는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음악은 조금 슬픈 느낌이었다. 그의 소리는 그녀의 움직임에 따라 조용해지거나 강해지거나 했다. 그녀의 동선의 맞춰서도 그의 강약조절이 있었다. 그들은 넓은 마당을 돌아다니며 공연을 했다. 그녀는 때론 넘어지기도 했고 나무를 오르기도 했다. 뛰기도 했으며 갑자기 멈추기도 했다. 모든 호흡들이 갑자기 일어난 듯한 모습이었지만 그녀의 움직임에 그는 버벅거림 없이 훌륭히 맞추고 있었다. 그들은 잘 맞는 파트너였다. 그들을 따라 관객들은 함께 따라 움직였다. 호기심 많은 눈과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던 할아버지가 기억이 난다. 어떻게든 그들을 카메라에 남기려 헐레벌떡 움직이던 청년도 인상에 남았다. 각자가 다양한 방식으로 공연을 즐기고 있었다. 또 누구는 무심하게 먼발치에서 바라보기도 했고 이런 연출이 낯선 듯 어찌 할빠 모르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래도 이 모든 것들이 참 자연스러웠다. 나는 공연을 보면서도 내가 도와야 하는 것이 무언인가 하며 전시장을 천천히 보고 있었다. 도움이 필요하면 함께 음식을 나르거나 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하나 둘 와인을 마시기 시작했고 나도 함께 마시기 시작했다. 그때쯤 함께 도우러 온 친구들과도 짧은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한 할아버지가 나에게 다가왔다. 나에게 어디서 왔냐 물었고 나는 한국에서 왔다고 했다. 그는 나와 함께 사진을 찍자고 했다. 한국을 좋아한다고도 했다. 나는 흔쾌히 사진을 함께 찍었다. 나에게 관심을 가져준다는 것이 기분이 좋았다. 할아버지는 무심히 자리를 떴다. 그 모습을 본 친구들이 그 현장을 사진을 찍었다. 순수한 어른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Carthy와 Gilles뿐 아니라 그의 친구들 모두 60대 이상의 어르신들이다. 하지만 나는 그들이 나의 친구들과 같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다. 그들은 순수하고 열정적이었다. 나의 나이가 이렇기에 이런 것은 할 수 없어와 같은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오히려 스스로가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의 자부심이 굉장히 컸다. 그 자부심이 눈에 띄게 보여서 어린아이 같기도 했다. 나의 첫 외국인 친구들인 그들을 보며 한국의 정서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들은 멍청하지만 열정적이고 순수하다 그래서 창의적이다. 한국은 똑똑하고 효율적이지만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느낌은 없다. 장단점을 생각하고 나니 한국도 멋진 나라라는 생각도 들었다.
전시는 슬슬 끝나갔고 게스트들은 모두 빠져나갔다. 이제 애프터 파티를 준비하고 있었다. 다 함께 부스를 정리하고 물건들을 정리했다. 나머지는 주방에서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고 나는 그들을 도와 테이블을 세팅하고 있었다. 음식들은 잘 구운 빵들과 이탈리안 라구 파스타와 샐러드들 그라탕 같은 것들이 있었다. 그리고 다양한 각자가 가져온 빈티지 와인들과 고량주 같은 것들이 있었다. 음식들은 모두 거대한 볼에 대용량이었다. 그럼에도 맛이 훌륭해서 놀랐다. 점점 와인을 마시다 보니 취기가 많이 올랐다. 나의 옆에는 Daniela가 앉아 있었는데 그녀와 대화를 하니 참 즐거웠다. 그녀는 이탈리아 사람인데 불어와 이탈리아어 영어가 능숙하다. 그녀는 한국의 영화도 관심이 많은 것 같았다. 그래서 첫 대화의 시작이 꽤 자연스러웠다. 나는 그녀에게 왜 이번 전시의 작품들이 무슨 의미냐고 물었고 그녀는 자연과 인간 그리고 동물들이 조화로움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각각의 삶이 보여줬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충분히 이해가 되진 않았지만 그녀가 준비한 전시를 봤을 때 내가 느낀 점과도 비슷한 부분이 있었고 그녀에게 말했더니 잘 즐겨줘서 고맙다고 했다. 어느샌가 나는 많이 취해있었고 그곳에 있는 친구들과 짧거나 긴 대화들을 꽤꽤 했었던 것 같다. 다음날 나의 카메라에 담긴 사진들을 보니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이 담겨있었다. 뜨문뜨문한 기억이지만 즐겁고 특별한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