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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꺼운안경 Sep 18. 2024

멍청한 우연

무사히 집에 돌아왔다. 무사했다. 그리고 특별했다. 언어가 되지 않아도 그들이 하는 말을 알 수 있었다. 정확히는 그들의 분위기를 알 수 있었던 것 같다. 온몸에 호두 냄새를 묻히고 돌아오니 Carthy가 냄새를 맡는 듯한 행동을 하며 잘 다녀왔다며 웃음으로 맞이해 줬다. 그녀는 내가 이곳에서 많고 다양한 경험을 하길 바라기도 했던 것 같다. 


Carthy와의 불편한 동거가 지나고 Gilles이 돌아왔다. 

"내일은 Gilles이 올 거야" 저녁식사를 하는 도중 그녀가 나에게 말을 했다. 이제 어색한 식사시간은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침 Gilles이 일요일에 돌아오기로 되어있었다. 나도 일요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기에 조금 더 큰 도시인 Auxerre의 가기로 했다. 그녀가 나를 데려다주었다. 내가 지내는 곳에서 Auxerre까지는 차가 없으면 갈 수가 없다. 걸어가기에는 거리가 아주 멀고 버스도 없다. 그래서 도움 없이는 멀리 갈 수가 없다. 자유롭지 않았었다. 그래서 다시 마을로 오는 길에는 Gilles과 함께 집으로 오기로 했다. 그가 도착하는 기차시간을 말해줬고 그 시간에 맞춰 앞에 있으면 되는 것이었다. 나는 Auxerre로 가는 초입에서 내렸다. 걸으며 이 작은 도시를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구석구석 참 많이 걸었다. 이곳은 성당이 많았다. 투어지로서 유명한 곳인데 잘 찾아보지 않기도 했고 동네의 정취를 느끼고 싶은 마음이 더 컸기에 계속 걷다가 배가 고파지면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러 가고 그랬다. 주변에 넓은 공원이 있길래 한번 가봤다. 농구장에서 농구를 하는 여러 명이 보였다. 당시 나는 구두도 신고 있었고 누가 봐도 운동을 하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지만 혹여나 같이 하자는 제안을 받을까 꽤 오랜 시간 근방에 대충 앉아있었다. 물론 제안은 없었다. 그래도 공원의 사람들은 활기가 넘쳤고 웃음이 참 싱그러웠다. 눈을 마주치면 그들은 항상 웃음을 지었고 그들의 아이가 바보 같은 짓을 하면 유쾌하게 웃으며 놀리는 듯하기도 했다.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곧 Gilles이 도착하는 시간이 되어갔다. 나는 근처에서 마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여유롭게 갔다. 우리는 15시 50분에 보기로 했다. 너무 여유로웠던 것일까 15분에 도착했다. 역 앞을 막 지나던 참에 Gilles이 택시로 가고 있었다. 정말 딱 맞춰졌었다. 알고 보니 15분이라고 말했던 것을 나는 50분이라고 또 착각을 했던 것이다. 여유롭게 가지 않았다면 Gilles이 나를 기다리거나 나 혼자 택시를 타고 가야 하는 불상사가 생길 뻔한 것이다. 그 생각을 하니 등골이 오싹했다. 나는 자연스럽게 그와 반갑게 인사를 하고 Gilles이 미리 부른 택시를 함께 탔다. 다행이기도 했지만 정말 신기한 순간이었다. 나는 1분도 늦지 않았고 그와 나는 정확한 접점에서 선과 선이 만나듯 정확히 들어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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