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만난 Gilles은 여전히 유쾌했다. 부고를 치른 사람같이 보이진 않았다. 나를 웃음으로 대해주고 편안한 표정으로 맞이해 줬다. 물론 그와 많은 이야기를 하진 않았지만 심리적으로 그의 존재 자체가 무언가 힘이 나고 재밌는 일이 생길 것만 같았다. 곧 집에 도착했다. Carthy와 Gilles은 가벼운 인사를 했다. 무언가 서로 의연한 느낌이 들었다. 하릴없이 걸어다니 나는 곧장 방으로 가서 잠에 들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이미 해는 넘어간 지 오래이고 창문 밖은 어둠뿐이 없었다. 시간을 확인해 보니 벌써 저녁을 먹을 시간이었다. 나는 부랴부랴 부엌으로 향했다. 부엌에 가니 첫날과 마찬가지로 Gilles이 요리를 준비하고 있었다. Carthy는 그를 도와 조리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오랜만의 만난 탓인지 약간의 기분 좋은 분위기가 감싸고 있었다. 서로 많은 이야기도 나누고 있었다. Carthy의 입가에도 미소가 자주 보였다. 그녀도 알게 모르게 근심이 있던 모양이었다.
우리는 함께 식사를 했다. Gilles은 적색양배추 포테이토 수프와 비프 부르기뇽이란 소고기 수프 요리도 함께 해주었다. 비프 부르기뇽은 부르고뉴의 전통적인 음식이라고 한다. 요리 과정 중에 와인이 들어가는데 부르고뉴에는 워낙 좋은 와인들이 널려있기에 부르고뉴에서 먹는다면 더욱 맛이 좋다고 한다. 향미를 입히는 것이기 때문에 첨가되는 와인이 참 중요하다. 양배추 감자 수프는 Gilles에게서 따로 레시피를 전수받았는데 과정이 꽤 간단하면서 맛이 훌륭했기 때문이다. 식감이며 감칠맛이며 모든 것이 완벽한 수프였다. 우리는 Gilles이 준비한 요리와 함께 Carthy가 준비한 샐러드와 빵들 그리고 Gilles이 사 온 와인으로 꽤나 성대한 저녁식사를 시작했다. 우리는 다들 약간은 흥분된 상태였다. 기분 좋음이 식사자리를 계속 맴돌았고 대화도 흥미로움의 연속이었다. 다들 취기를 머금은 채 그 분위기는 유지되었다. 그러다 보니 정신없이 시간이 흘렀다. 벌써 자정을 향해가고 있었다. 나는 식기를 설거지를 하고 담배를 태운 후 마지막 집의 조명을 다 끈 후 내 방에 들어갔다. 원래 이 작업은 Carthy가 담당했었는데 그날은 조금 피곤했는지 일찍 들어갔다. Gilles은 나에게 내일 몇 시부터 우리가 함께할 작업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선 우리는 각자의 공간으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