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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Y Aug 12. 2017

책 이야기 2 - 말하다(김영하)

예술가가 되자, 지금 당장.

올 상반기 화제의 예능 중 하나인 알쓸신잡.
너무나 좋아하는 유희열 유시민 황교익 님의 입담을 보기 위해 티비 앞에 자리 잡았건만...
웬걸! 정재승 박사님의 엉뚱한 호기심과 과학적 근거 그리고 김영하 작가님의 이지적이고 설득력 강한 말투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소설가 김영하.
이름은 자주 들어봤지만 섣불리 작품을 읽어야겠다는 다짐은 서지 않았는데(책 제목이 취향에 안 와닿아서...)
알쓸신잡 후 관심을 두다보니 우선 '말하다'라는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김영하 작가님의 산문집 시리즈 중 하나인 '말하다'.
얼핏보면 말을 잘하는 비법을 논하는 책인가 싶은 제목이지만, 작가님의 인터뷰나 강연회 등을 통해 이야기한 내용을 가다듬어 책으로 모아놓았다.
한동안 몰매를 맞던 '아프니깐 청춘이다' 류의 산문이 아니라,
우리의 지극한 현실 속에서 '나'의내면을 지키면서 나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팁을 전달해 주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예를 들자면,,,

마흔이 넘어서 알게 된 사실 중 하나는 친구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거에요.
친구를 덜 만났으면 내 인생이 더 풍요로웠을 것 같아요. 쓸데없는 술자리에 시간을 너무 많이 낭비했어요. 맞출 수 없는 변덕스럽고 복잡한 여러 친구들의 성향과 각기 다른 성격, 이런 걸 맞춰주느라 시간을 너무 허비했어요.
20대, 젊을 때에는 그 친구들과 영원히 같이 갈 것 같고 앞으로도 함께 해나갈 일이 많이 있을 것 같아서 내가 손해 보는게 있어도 맞춰주고 그러잖아요.
그보다는 자기 자신의 취향에 귀 기울이고 영혼을 좀더 풍요롭게 만드는 게 더 중요한 거예요.

30대에 들어서면서, 10대, 20대와는 인간관계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퇴근길 지친 몸을 이끌고 마음에 맞는 친구를 만나 한바탕 수다를 떨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지만,
시간을 맞추기도 힘들뿐더러 힘겹게 만난 친구 또한 할 말이 산더미라 정작 내 슬픔과 고독이 제대로 위로받을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인지  헤어진 후 허전함이 늘 자리를 잡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떼려야 뗄 수 없는 친구의 연락과 내키지 않는 모임들에 어찌 대처해야 하나 고민이었는데,
작가님은 굉장히 쿨하게 친구보다는 자기 자신에게 좀 더 집중하는 시간을 보내길 조언한다.
그래서일까. 인스타그램 속 한 장면과 같은 환한 조명아래 예쁜 디스플레이와 사람들 대신,

어둠 속에서 보내는 시간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긴다.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어둠이에요. 친구들 만나서 낄낄거리며 웃고 떠들면서 세월을 보내면 당시에는 그 어둠이 사라진 것 같지만 실은 그냥 빚으로 남는 거예요.
나중에 언젠가는 그 빚을 갚아야 해요.

물론. 친구는 언제나 소중한 존재긴 하지만~.

이밖에도 소설가로서의 삶과 그동안 작가님이 써온 소설들에 대한 이야기들도 굉장히 재미있게 소개가 되어 있어 이번 방학이 끝나면 한권씩 차례로 읽어볼 생각이다. 특히 '살인자의 기억법'은 영화로도 곧 개봉한다는 것! 영화와 비교해서 소설을 읽어보는 것 또한 큰 재미가 예상된다.

백 명의 독자가 있다면 백 개의 다른 세계가 존재하고 그 백개의 세계는 서로 완전히 다릅니다. 읽은 책이 다르고, 설령 같은 책을 읽었더라도 그것에 대한 기억과 감상이 다릅니다. 자기 것이 점점 사라져가는 현대에 독서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나, 고유한 나, 누구에게도 털리지 않는 내면을 가진 나를 만들고 지키는 것으로서의 독서. 그렇게 단단하고 고유한 내면을 가진 존재들, 자기 세계를 가진 이들이 타인을 존중하면서 살아가는 세계가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세계의 모습입니다.


독서토론에 참여를 해 보면,
같은 책을 읽더라도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라든가 감상평이 사람들마다 서로 달랐다. 그래서 때때로 사회 이슈에 대한 토론도 아니고, 독서토론은 대체 왜 해야 하는 것일까 의문인 경우가 있었는데(숙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모임도 아니니깐~) 김영하 작가님은 독서를 하고, 이것을 나누는 행동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제시해 주고 있다.
고유한 나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나아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의 차이를 인정하고 즐길 수 있는 그런 관계와 자세.
진정으로 타인을 존중하기 위해서는 타인에게 휘둘리거나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 게 아니라, 나만의 단단한 내면이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독서를 통해, 혼자만의 어두운 시간을 경험하면서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우리는...

예술가가 되자. 지금 당장.
어떻게?
Just Do It!

텔레비전을 끄고, 인터넷 접속을 끊고, 우리 자신만의 예술을 당장 시작해야만 할 때라고. 우리 내면의 즐거움, 어린 아이 시절 끊임없이 재잘거리고 표현하던 그 무한한 가능성들을 끄집어 내어 진정한 즐거움과 행복을 직면하는 삶을 무.작.정 시작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예술가가 되자, 지금 당장.

그래요. 그래서 저는 굉장히 부끄럽고, 아직은 타인의 시선이 신경쓰이지만, 부족한 글솜씨를 끄적이며 내딴에는 소설이라고 생각하는 글을 쓰기도 하고, 에세이를 써보기도 하고. 나만의 예술놀이를 시작했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SNS 좋아요 갯수에 연연하지 않아도 되고, 누가 내 글을 읽고 있을까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지극한 행복놀이에 빠지게 된답니다.
언젠가는 모두가 예술가가 되는 세상을 꿈꾸면서,
김영하 작가님의 '말하다'에 대한 독서감상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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