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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매한아름 Dec 23. 2016

꼭 해야할 말을 하는 사람  

영화 <변호인> 

 개봉 시기에 보지 못해 때를 놓쳤지만 언젠가 꼭 봐야지 했던 영화들을 이제서야 보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변호인이다. 검색해보니 무려 2013년 작품이니 딱 3년이 지났다. 그 때 당시 이 영화에 대해 얘기를 듣기로는 실제 노무현 대통령 역할을 송강호씨가 연기한 것이라고, 아무래도 노무현 대통령을 추모하고 찬양하는 색깔이 강하다고 들었다. 그 때는 그게 거북스러웠다. 어느 한 쪽이든 치우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여기는 평소 신념으로 보아 그 영화가 편향적인 내용일 가능성이 많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나라가 어지러운 이 때, 지금 이 때 이 영화를 보기를 잘 한 것 같다. 그 때 보았다면 아마 이해하지도 못했을 것이고, 색안경을 끼고 보았을 것이다. 지금 이 시대, 처음으로 민주주의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되고, 진실을 묻으려는 사람들 아래에서 고통받고 있는 우리를 보며, 자신의 잘못을 잘못이라 인정하지도 고백하지도 않는 지도자들을 보며, 분노하는 민심들이 촛불로 주권을 호소하는 장면을 목도하고 있는 이 시대에 이 영화를 보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이런 사건과 역사가 정말 이 대한민국에 있었다는 사실이 너무 슬프고 마음이 아프다. 아무런 힘도 없는 어린 학생들에게 죄를 뒤집어 씌워서 그들이 얻는게 과연 무엇인가. 우리가 아직 전쟁 중이며, 빨갱이들이 들끓는 이 땅이 얼마나 위험천만한지, 군부정권만이 나라의 안보를 지켜줄 수 있다는 걸 국민들에게 인지시키고 싶었던 것일까. 반공사상으로 무장시켜 모두의 적을 북한으로 만들고 군부정권이 이 나라의 권력을 찬탈한 것이 잊혀지기를 바랬던 것일까. 


 나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심지어 책을 읽으면서도 감정이입이 너무 잘 돼서 문제다. 좋게 말하면 공감능력이 뛰어나다고도 할 수 있고 감수성이 예민하다고도 할 수 있겠다. 어쨌든, 각 등장인물들의 감정에 심하게 이입하게 된다. 같이 울고 같이 웃고 같이 분노하고... 


 극 중 주인공인 송우석 변호사가 변해가는 과정이 참 신기하고 재미있다. 돈 때문에 서러웠던 한을 풀기 위해 돈만 바라보며 세상을 아주 단순하게 보던 사람이 진실을 직시하고 그 안에 꿈틀대던 정의감과 거룩한 분노를 참지 못하고 일어나는 그런 모습. 

 그래, 아는 것이 힘이다. 법을 모르는 시민들은 넋 놓고 있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피해를 입는다. 하지만 법을 아는 사람에겐 힘이 있다. 그래서 그 법을 너무나 잘 아는 사람들은 그 법을 악용하여 약한 사람들을 우롱하고 자신의 것을 취하기에 여념이 없다. 그들도 법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다. 또한 법을 잘 아는 사람이기 때문에 반대로 약한 사람들을 실질적으로 도울 수 있는 힘도 가진 것이다. 

 실질적으로 학생들에게 고문을 행하는 경찰관 차동영도 유심히 보게 되었다. 그도 어쩌면 이 사회의 피해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얼핏 들기도 했다. 아버지가 6.25때 사회주의자들(일명 빨갱이)에 의해 학살 당했다고 한다. 그의 분노가... 사회주의자들에 대한 분노가 얼마나 대단했을까. 그는 그렇게 국가에 충성하고 있었고 자신의 분노를 엄한 자들에게 쏟아부으며 복수 아닌 복수를 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 행위가 절대 정당화 될 수 없지만... 그가 왜 그렇게 잔혹했는가에 대해 한번 쯤 생각해보게 되었다. 


 영화의 끝자락에 가서... 노무현 대통령을 미화시키는 듯한? 아름다운 장면으로 엔딩을 맞는다. 그 부분이 조금 찝찝했다. 결국 이 영화도 누군가의 편향적인 시각에 의해 만들어진 것에 불과하구나...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잘한 일은 칭찬해야 마땅하고, 잘못한 일에 대해서는 혼나고 벌 받아야 마땅하다. 예전의 영상들을 보면 노무현 대통령 같이 소신 있고 할 말 똑부러지게 하는 지도자가 그립기도 하다. 하지만 그가 또 얼마나 외롭고 힘들게 그 길을 걸어갔었는지 생각할 때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 


 뒤늦게 이 영화를 봐서 오히려 더 공감할 수 있었다. 갈수록 영화 보는게 즐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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