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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매한아름 Jan 19. 2017

이상형이라는 함정

우리가 그어놓은 선, 그 바깥에 어떤 보석이 있을지 모른다. 

 연애와 결혼이라는 건 두 사람의 결합이다. 인격과 인격의 만남. 친구 관계랑 비슷한 것 같다. 나랑 잘 맞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참 친하게 지내기 힘든 사람이 있다. 개인의 성향과 색깔에 따라 끌리는 사람이 있다. 우리는 반복되는 몇 번의 경험으로 어느 정도 나와 잘 맞는 사람, 혹은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또 그에 따라 규정하게 된다. 

 

 우리는 그렇게 '이상형'이라는 이름으로 내가 원하는 스타일의 이성을 규정하기도 한다. 나 같은 경우, 지적인 사람을 좋아했다. 뭔가 깊이 있게 토론할 수 있고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고... 손석희 사장님이나 설민석 선생님 같은 느낌의 사람. 그런 사람이랑 연애하거나 결혼하면 대화가 잘 통해서 좋을 것 같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정작 사랑에 빠진 사람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주변에 그런 지적인 느낌의 사람이 있었지만 그에게 끌리지 않았다. 그 진지함과 고지식함에 숨이 막힐 것만 같았으므로... 

 오히려 나는 단순한 사람을 만났다.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은 것. 호불호가 분명하고, 한 번 아니면 끝까지 아닌 것. 모 아니면 도, 책 읽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 왜일까? 난 지적인 사람을 좋아했는데 왜 이 단순한 사람에게 끌렸고 지금도 그런 그가 사랑스러운 것일까. 


 나는 어쩌면 생각보다 날 잘 모르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아니면, 멀리서 바라볼 때의 '끌림'과 인격 대 인격으로 만났을 때의 '끌림'은 매우 다른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겪어봐야 안다'는 말이 있다. 멀리서 볼 때는 리더십 있어서 멋져 보였는데 막상 내 남자 친구가 되고 봤더니 아이 같은 천진난만함이 있기도 하고, 멀리서 볼 때는 그저 친절한 젠틀맨 같았는데 같이 살아보니 개그맨 같은 유머러스함이 더 많은 사람일 수도 있고, 멀리서 볼 때는 어른스럽고 점잖은 사람 같았는데 연애해보니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 같은 사람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의 그 사람과 나와 일대 일 관계에서의 그는 다르다. 서로를 잘 모를 때, 그리고 연애를 막 시작할 때, 서로에게 익숙해질 때, 결혼한 뒤에.. 모두 우리는 그의 또 다른 모습, 혹은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하게 된다. 

 

 배우자 기도제목이라는 이름으로, 이상형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는 미래의 배우자나 연인의 기준을 정해놓기도 한다. '적어도 이 정도는 되어줘야지'라는 콧대 높은 마음 때문에, 혹은 '난 이런 사람이랑 잘 맞을 것 같아'라는 생각에, '난 저런 사람 보면 멋있어 보이더라' 싶어서 정해놓은 나만의 기준 말이다. 그래서 그 기준에 맞지 않으면 만날 생각조차 안 하는 친구들을 주변에서 보게 된다. 하지만 사람에게는 겉으로 보이지 않는 숨겨진 매력이 있는 것 같다. 겪어보지 않으면 모를만한... 그런 것들.. 

 난 그래서 주변의 언니 오빠들, 특히 연애와 결혼을 간절히 원하는 주변 지인들에게는 '일단 만나봐'라고 말한다. 일단 만나보고 얘기해보고 한 번 두 번 겪어봐야 알 수 있는 그런 느낌적인 느낌이 있으니까. 


 '나는 키 작은 남자는 싫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키만 좀 작을 뿐 그 안에 보석을 품고 있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나는 연봉이 5천이 안되면 만나고 싶지 않아'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연봉 5천 이상인 사람들은 가지지 못한 넓은 이해심과 배려심을 가진 사람이 주변에 있을지도 모른다. 주변에 결코 남자(여자)로 보이지 않는, 도무지 로맨스의 감정이 생기지 않는 그 혹은 그녀 중에 사실은 나와 너무 잘 맞는 보석 같은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쳐놓은 '이상형'이라는 기준 때문에 그 보석을 보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잘 한 번 둘러보자. 


 생각보다 가까이 있을지 모른다. 또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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