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델리 파하르간지
이제 막 도착한 빠하르간지의 혼돈 속에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2차선 도로에 발 디딜 틈 없이 사람과 오토바이, 자전거, 오토릭샤가 왔다 갔다 해서 소음이 심했다. 그런 도로를 가로막고 있는 소들을 처음 발견했을 때는 웃음이 나오긴 했다. 하지만 수많은 인파에 흙먼지가 안개처럼 뿌옇게 올라와서 아주 힘들었다.
그때 “Photo, Photo”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엄마, 누나와 함께 길을 가던 소년이 나를 보고 외치던 소리였다. 가만히 보니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내 시선을 잡아끌었다. 그리고 앞니 빠진 귀여운 모습에 또 한 번 내 마음을 훔쳤다. 그 시선을 따라 사진을 담았다.
도로는 더 복잡해지고 소음은 심해졌다. 하지만 소년은 뭐라고 말도 없고 멀뚱멀뚱 가만히 서 있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눈빛이 뭔가 기대를 하고 있는 듯 보였다. 그래서 사진을 보여줬더니 무척 행복한 표정으로 밝게 웃어준다. 그러고는 엄마와 누나가 있는 곳으로 신이 나서 달려갔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더니 엄마와 누나에게 자랑을 하는 것 같았다.
잠시 뒤 정말 누나가 내게 다가와 사진을 보여달라고 한다. 누나도 사진을 보더니 내게 밝게 웃어주고 엄마와 동생이 기다리는 방향으로 걸어갔다. 세 사람은 내게 손을 흔들어주면서 뉴델리 기차역 쪽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뿌연 흙먼지 속으로 그들의 뒷모습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보고 있으니 순식간에 혼란스럽고 두렵던 마음이 사그라들었다. 이렇게 순수한 마음을 가진 이들이 사는 곳인데, 걱정할 필요가 없겠구나 싶었던 것이다.
내게 먼저 다가와 사진을 담아달라고 부탁하고, 또 담아준 사진을 보고 매우 행복한 모습을 보고 나니 사진을 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행복한 마음으로 인도에서의 첫날이 저물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