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 델리 레드 포트(Red fort)
나는 여행에서 내 곁을 스쳐 지나가며 마주치는 사람들의 삶을 자주 눈여겨본다. 무엇을 입고 있는지, 어떤 말을 사용하는지, 또 표정은 어떤지를 말이다. 하지만 그들 입장에서는 '뭘 저렇게 쳐다볼까?'라고 싶을 정도로 바라보는 것이 마치 뭔가를 훔쳐보는 듯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난 그들의 삶을 그저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보고 있는 듯했지만, 그들의 삶이 나도 모르게 내 인생을 조금씩 바꾸고 있었다. 인도를 여행한 후 주변 사람들이 인도는 어떤 곳이냐고 물을 때마다 나는 "인도 사람들에게 참으로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왜냐하면 그들이 지금 인도에서 그렇게 살아줘서 난 인도가 그리울 때마다 찾아가서 그들의 삶을 보고 위안과 위로를 받았기 때문이다.
요즘은 많은 매체를 통해서 인도를 경험하는 사람들은 저마다 "나라면 인도에서 못 살 것 같아!"라고 말한다. 그렇다 인도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인도 사람들은 자신이 태어난 자리를 원망하지 않는다. 그것은 힌두교의 가르침 때문에 그렇겠지만, 지금의 생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다음 생이 주어지기 때문에, '지금 어떻게 사느냐'가 그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마도 내 삶 역시도 그들에게 그저 타인의 삶이 아닌 그들의 삶에 무엇인가 영향을 주는 '조연 같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전혀 아무런 영향을 주고받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우리는 서로의 삶에 영향을 주고받는 인생인 것 같다. 나비의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에서는 태풍이 될 수도 있다는, 나비효과처럼 그들의 삶이 내 삶 깊숙이, 또 나의 삶이 그들의 삶에 친숙하게 관여하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