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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elles Adventure Dec 31. 2020

코카콜라 vs. 펩시, 뭐가 더 좋아요?

Can I have some Coke?

미국 레스토랑에 가서 자리에 앉으면 종업원이 가장 먼저 묻는 것이 음료 뭐 시킬 거냐이다. 이게 일종의 프로토콜인지 미국 레스토랑에서는 하나같이 음료 주문을 먼저 받고, 음료 나오는 사이에 메뉴판 볼 시간을 주고, 그다음에 식사 주문을 받는다. 어우 느려 답답해. 가끔 바쁘거나 이미 먹고 싶은 걸 알면 음료 주문할 때 식사 주문도 한다.


각설하고 미국 레스토랑에서 콜라 주세요를 영어로 하면 Can I have some Coke?라고 묻는다. 이럴 때 종업원이 오케이하고 암말 안 하는 경우가 있지만, 간혹 We only have Pepsi. 혹은 Is Pepsi okay?라고 되물을 때가 있다. 뭐징 왜 갑자기 코카콜라와 펩시 브랜드를 구분하는 거지?


미국에선 밑에 소개할 세 박자가 맞아떨어져서 이런 일이 생긴다고 나는 생각한다. 맨 밑에 3줄 요약 있다.







1. 보통명사와 고유명사



우리나라에선 콜라라는 단어가 자주 쓰인다. 우리에겐 콜라는 브랜드 이름이 아니라 보통명사. 그리고 우리나라에선 코카콜라, 펩시, 콜라라는 세 단어가 골고루 쓰인다. 그러니 식당에 가서 콜라를 달라고 하면 펩시든 코카콜라든 그 식당에서 취급하는 브랜드의 콜라를 달라는 뜻이 된다. 실제로도 식당에서 알아서 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콜라를 준다. 코카콜라 제품이든 펩시 제품이든.


미국에서는 콜라라는 보통명사를 Coke라고 칭하는데, 이 Coke는 보통명사로도 쓰이면서 동시에 브랜드 이름인 고유명사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Coke가 보통명사로 쓰일 때는 코카콜라와 펩시를 둘 다 포함하는 의미로 사용된다. 마치 스카치테이프처럼. 하지만 고유명사로 쓰일 때는 펩시를 배제한 코카콜라 브랜드만 의미한다. 그러니 Can I have some Coke? 했을 때 이 사람이 코카콜라를 원한 건지 아니면 브랜드 상관없이 그냥 콜라를 원한 건지 알 수가 없다.


참고로 미국은 지역마다 탄산음료를 지칭하는 말이 다르다. 다 알아듣기는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말이 다르다. 내가 박사하던 곳은 soda라고 불렀고, 지금 사는 곳이나 시댁에서는 pop이라고 부른다. 남부지방에서는 심지어 Coke가 그냥 탄산음료를 뜻할 수도 있다고 한다. 정말인가?



출처






2. 충성심!


사실 제일 중요한 건 아마 이 문화 차이일 거다. 미국엔 코카콜라 또는 펩시 중 한 브랜드에만 매우 충성도가 높은 사람들이 허다하다는 것. 이 말은 코카콜라를 좋아하는 사람은 펩시를 안 마시고 코카콜라만 먹는다는 얘기다. 심지어 두 회사 모두 포인트 적립을 가능하게 만들어 놨다. 이걸 실제로 하는 사람은 지금까지 딱 한 명을 봐서 얼마나 대중적인진 모르겠다.


이렇게 충성심이 강한 소비자들이 많으니까, 콜라 찾는 손님한테 그냥 아무 콜라나 갖다 주면 되겠지 생각하고 코카콜라를 원하는 사람한테 펩시를 갖다 줬다간 손님이 마음 상한다. 그래서 식당에 가서 Coke 달라고 말했을 때, 손님이 아무 콜라를 원하는지 아니면 콕 집어서 코카콜라를 원하는지를 종업원이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니 종업원 입장에서는 걍 콜라를 말한 거냐 아니면 코카콜라를 원한 거냐라고 다시 물을 수밖에.


우리나라에서도 물론 충성심이 강한 소비자들이 많지만, 미국에 비하면 현저히 적다. 그러니 코카콜라와 펩시를 구분 짓는 일이 식당에서 그리 흔하지 않을 것이다. 하니 식당에서 (코카)콜라 달라고 한 손님에게 어느 브랜드를 말한 거냐고 되물을 필요가 없다. 식당에 펩시만 있다면 그냥 펩시를 갖다 줘도 손님은 그러려니 한다. 이거나 저거나 그게 그거인 콜라니까. 참고로 나는 다이어트 펩시가 제일 맛있다.









3. 탄산음료의 천국

- 규모의 경제와 수직적 통합의 만남


손님이 (코카)콜라를 달라고 했을 때 펩시는 괜찮겠냐고 질문하는 이유의 마지막은, 그 식당에서 펩시밖에 안 팔기 때문이다. 그럼 왜 미국 식당에서는 코카콜라랑 펩시 둘 다 갖다 놓지 않지?


우리나라에서는 피자나 햄버거, 치킨을 먹을 때, 그리고 삼겹살 먹고 나서 일어나기 전에를 제외하곤 콜라를 시켜 본 적이 나는 없는 듯하다. 피자와 햄버거는 워낙 탄산음료와 같이 마시는 게 대중화돼 있으니까 아예 콜라 기계를 갖다 놓는다. 예를 들면 피자헛에 가면 피자를 캔이나 플라스틱 병에 주는 게 아니고 기계에서 뽑아 주는 식이다. 맥도날드, 버거킹 등 햄버거 집에 가도 음료 기계에서 쭉 뽑아 준다. 반면 탄산음료 소비가 그렇게 많지 않은 나머지 식당은 콜라를 캔이나 병으로 가져다 놓고 판매한다. 큰 체인점이 아닌 이상 캔이나 병으로 주지 기계를 들여놓은 곳은 매우 드물다. 그러니 가만 보면 같은 식당에서 코카콜라도 팔고 펩시도 팔기도 한다. 아니면 펩시에 스프라이트 (코카콜라사의 사이다)를 가져다 놓기도 하고.


미국에선 상상 이상으로 탄산음료를 달고 사는 사람이 많다. 도시에 살고 건강에 신경 쓰는 젊은이들은 대체로 탄산음료를 자제하려고 하지만, 미국 중부나 남부에 사는 전형적인 백인 가정집에선 탄산음료를 아침 빼고 매끼마다 마시는 것 같다. 이렇게 탄산음료 소비자가 워낙 많으니, 웬만한 식당에 가도 탄산음료 기계를 구비해 놓는다. 탄산음료 기계를 가져다 놓을 정도로 규모의 경제가 되니까.


헌데 음료를 만드는 기계는 비싸고 장소는 한정적이다 보니, 미국 식당은 둘 중 어떤 브랜드의 탄산음료 기계를 들일지 정한다. 이때 코카콜라든 펩시를 선택하든, 음료회사에서 이 기계를 공짜로 빌려주고 설치, 관리까지 해준다. 대신 자기네 브랜드 음료만 팔 수 있도록 조건을 걸고. 더 정확히 말하면 설치된 기계에 다른 회사 가루를 넣으면 안 된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코카콜라와 펩시가 생산과 유통을 동시에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음료 산업은 미국에서 수직적 통합 (vertical integration)이 허락되는 산업이다. 참고로 미국에선 주류 산업은 수직적 통합이 불가하다.  음료 산업에서 수직적 통합을 한 코카콜라와 펩시는 유통기계인 음료 기계까지 소유하고 통제할 수 있다. 그러니 영세 식당에게 "우리가 공짜로 기계 놔줄게~ 우리 제품 가루만 사다 팔아"라는 식의 exclusive dealing 혹은 foreclosure가 가능하다.





우리나라에서도 물론 수직적 통합이 가능하다. 그렇지만 탄산음료 기계를 가져다 놓을 정도로 수요가 높은 식당이 피자, 햄버거집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영세 식당에선 코카콜라나 펩시와 어떤 계약을 굳이 맺을 필요가 없다. 그냥 필요할 때 코카콜라나 펩시를 캔, 병으로 사다 놓으면 끝이니까.


정리하자면 미국의 대부분 식당에서는 탄산음료 수요가 아주 높아서 기계를 들여놓는데, 음료시장의 유통구조 때문에 미국 식당에서는 한 브랜드밖에 팔지 못한다. 재미난 건 어떤 식당에서 코카콜라를 파는지, 어느 식당에선 펩시를 파는지 지도까지 만들어 놨다. 우리나라에서도 규모의 경제가 가능한 피자헛 같은 체인점에선 코카콜라든 펩시든 단 한 군데와 계약을 해서 그 브랜드만 판다. 하지만 피자헛처럼 탄산음료 수요가 아주 많은 식당이 우리나라엔 별로 없다. 그러니 우리나라에서 식당에 가서 콜라 주세요 하면 그 식당에서 취급하는 콜라를 주는데, 이 브랜드는 언제든 바뀔 수 있고 두 브랜드 콜라를 다 취급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한번 계약을 체결하면 그 브랜드로 주구장창 파는 수밖에 없다.





휴~ 세줄 요약을 하자면


1. 미국에서는 Coke라는 말이 코카콜라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펩시를 포함하는 콜라라는 말로 쓰이기 때문에 헷갈린다.

2. 이게 헷갈린다고 그냥 놔두면 안 되는 이유는 펩시와 코카콜라를 꼭꼭 구분해서 먹는 미국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3. 식당 입장에선 이렇게 충성도 높은 고객을 위해 펩시와 코카콜라를 둘 다 가져다 놓으면 좋겠건만, 유통구조 때문에 한 브랜드만 판다.


이 세 가지가 미국에서 손님이 (코카)콜라를 달라고 했을 때 펩시는 괜찮겠냐고 질문하는 이유다라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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