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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elles Adventure Jan 10. 2021

한국인 전용 마늘 다지는 도구

맥시멀 리스트의 미국 주방 (8)

지난 편 보기

https://brunch.co.kr/@ilovemypinktutu/67



이제 소재가 다 떨어져서 미국 주방 이야기는 당분간은 종료합니다! 더 찾으면 또 쓸게요.






한국인용 마늘 다지는 도구


한국인이 전 세계 마늘 소비량이 가장 높다고 한다. 백종원 선생님의 감바스나 K-알리오 올리오 레서피를 보면 마늘을 진짜 많이 쓰는데 그만큼 정말 맛있다. 가끔 집에서 백선생님 레서피로 감바스를 해 먹는데 그럴 때면 남편이 환장한다. 마늘이 이렇게 맛있는 줄 몰랐다며 내가 자주 만들 수 있도록 새우를 자꾸 사 온다. 먹고 싶으면 자기가 만들지... 한국에선 마늘을 워낙 많이 쓰니까, 마늘을 봉지봉지 사다가 다진 후 냉동실에 소분해서 올려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 집에서도 워낙 마늘을 많이 쓰니까 1킬로가 넘는 깐 마늘을 사다가 푸드 프로세스에 갈아서 냉동실에 보관한다.




미국서 쓰는 마늘 다지는 도구


외국 레서피를 보면 분명히 갈릭 파스타, 갈릭 치즈 피자 등등에 마늘이 많아 봤자 3-4톨 들어간다. 아니 마늘을 저만큼 넣어서 도대체 무슨 마늘 향을 낸다는 건지...? 끽해야 3-4톨 마늘을 쓰니 미국에서는 마늘 다지는 도구 (garlic crusher)를 많이 쓰는데, 내가 지금껏 봐 왔던 마늘 다지는 도구는 마늘 딱 한 톨이 들어간다. 누구 코에 붙이려고...? 우리 집에도 이 도구가 있지만 거의 쓰질 않는다. 한국 요리하면서 마늘 한 톨 한 톨 다져 넣다간 밤샐 듯.




근데 남의 집에서 발견한 완전 한국인에게 딱 맞는 크기의 마늘 다지는 도구 (garlic crusher)가 있었다! 이 정도면 마늘 한 통은 족히 들어갈 듯하다. 맨날 쪼매난 마늘다지기만 보다가 이렇게 큰 걸 보니 너무나 속이 시원~ 어디서 샀는지는 모르겠는데 인터넷 검색해보니 알리에서 판다.






과일 깎는 법도 다르다.



이것 역시 남의 집에서 발견한 건데, 우리 집에도 이런 게 있으면 좋겠다 싶었던 물건이다. 그치만 막상 사려고 생각하면 뭔가 감자 으깨는 도구처럼 1년에 한두 번 정도 쓰일 것 같아서 맥시멀 리스트답지 않게 사지 않았다. 1번과 3번은 조금 탐나지만 어차피 딸기나 사과를 저런 식으로 먹지 않으니 앞으로도 사지 말아야겠다.




맨 왼쪽부터

1 딸기 꼭지/심지 따는 집게 (strawberry huller) 저 집게를 꼭지 주변에 쑥 집어넣어서 빼 내면 꼭지와 심지가 빠진다. 그냥 손으로 떼도 되긴 하지만 그러면 심지가 남아서 먹는 데 좀 걸리적거리니까 저걸 쓰나 보다.


2 감자 칼 (이건 한국에도 많이 쓰니 패스)


3 사과 씨 빼는 도구 (apple poker) 우리나라에선 사과나 배를 보통 깎아 먹지만 미국애들은 일단 사과를 잘 깎아 먹질 않는다. 그냥 씻어서 베어 무는 식으로 사과를 먹는다. 한국식으로 사과를 깎을 때, 사과를 n등분하고 나서 각각 심지와 씨 주변을 칼로 도려내는데, 미국 사람들은 이것도 귀찮은지 도구를 쓴다. 이 도구를 사과 위에서 밑으로 관통시키면 사과 씨와 심지가 쏙 빠져나온다. 난 안 써봐서 모르겠는데 왠지 이렇게 하는 게 더 힘들 것 같은데...


4 레몬 껍질 벗기는 도구 (lemon zester) 한국에선 잘 안 쓰지만 서양 요리에 많이 쓰이는 재료 중 하나가 아마 레몬이 아닐까 싶다. 서양 레서피를 따라 하다 보면 레몬 제스트를 요하는 경우가 많다. 레몬 제스트는 레몬의 노란 껍질을 아주 얇게 벗겨낸 거다. 너무 깊이 벗겨내면 쓴 맛이 나기에 아주 살짝만 벗겨내야 한다. 이를 도와주는 도구. 우리 집에서는 그냥 자잘한 치즈 강판에 레몬 껍질을 살살 문질러서 제스트를 낸다.


5 버터 칼 (spreader) 버터 칼이라고 썼지만 쨈, 소스, 딥 등을 발라 먹을 때 쓰는 칼이다. 왜 굳이 랍스터 모양인지는 모르겠다. 보통 버터 칼은 저렇게 뭉툭하고 짧다.


6 게/랍스터용 포크 (crab fork) 지난 편에 남편이 게/랍스터용 크래커와 포크를 사 왔는데, 이건 포크의 미니 버젼이다.







우아하게 버터 보관


우리 집에선 버터를 늘 냉장고에 보관했다. 빵을 토스트하고 나서 버터를 얹으려고 하면 일단 버터를 파내기가 힘들고 고르게 바르기는 더 힘들다. 버터 소비량이 많은 시댁에서는 버터를 금방금방 먹으므로 상온에 보관한다. 시댁 갈 때마다 차가운 버터 파내지 않아도 되길래 마음에 들어서 샀다.



버터를 상온에 두기 위한 버터 접시 (butter dish)다. 마가린 통 같은 것에 들어 있는 버터도 있지만, 아예 스틱 형태로 된 버터도 있는데, 이것은 스틱용이다. 우리가 산 건 어디까지가 1 테이블 스푼인지 눈금도 그어져 있다. 사실 버터 접시를 검색해보면 엄청 이쁘고 아기자기한 것들이 많다. 세라믹으로 된 것들 중에 버터 접시, 소금/후추통, 작은 우유병 세트로 된 것이 많은데 정말 예쁘다. 언젠가 나도 도자기 그릇에 관심이 생기면 세트로 사고 싶다.


우리가 토스트 해 먹으려고 샀는데, 사고 나니 이건 노엘 방지용으로 훌륭하게 쓰인다. 우리 언니가 다음날 베이킹을 하려고 스틱 버터를 아일랜드에 꺼내 놨다. 어차피 사각 박스에 들어있으니 우리 고양이 노엘이가 어찌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지. 아침이 돼서 언니가 버터가 없어졌다며 정말 이상하다고, 분명히 어젯밤에 내놨는데 어디 갔을까 하며 새 버터를 냉장고에서 꺼냈다. 나도 아일랜드 주변과 냉장고를 다 뒤졌지만 버터를 발견하지 못해서 언니가 잘못 알았나 보다 했다.


3월부터 재택근무를 해 왔던 나는 아침 먹고 나서 일하려고 자리에 앉았는데, 키보드가 영 미끌미끌한 거다. 난 내가 핸드크림을 많이 발라서 미끄러운가? 싶었다. 왜 오늘 더 미끌거리지? 이때도 의심하지 못했지... 반나절이 지나고 점심을 먹으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세상에 내 의자 밑에 버터 스틱의 반이 있더라. 노엘이의 이빨 자국도 아주 선명하게^^ 아 내 키보드에 미끄덩한 것이 버터구나ㅠㅠ 노엘이가 아일랜드에서 어찌저찌 버터 박스를 풀어 헤쳐서 스틱 하나를 물고 아마 내 책상 위에서 먹었나보다. 그러다가 의자 밑에 숨겨 놓은 건지.






오일 바르는 게 생각보다 힘들지



트레이더조에서는 약간 히피스러운 물건과 유기농 물건을 싸게 살 수 있지만 우리 집 근처에는 트레이더 조가 없다. 흑흑. 트레이더조에 가려면 최소 1시간 45분을 운전해 가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뉴욕, 엘에이, 시카고 등등 대도시에 갈 때마다 꼭 트레이더조 (그리고 홀푸드)에 들러서 사고 싶은 것들을 가득가득 담아 온다. 아예 캐리어 하나를 빈 채로 가져갈 때도 있다.


3월 팬데믹 선언 이후 치과 스케일링 예약도 당연히 취소됐다. 한없이 다시 예약 잡기를 기다리다가 겨우 잡은 것이 11월! 그때까지 기다리고 싶지 않아서 우리 집에서 1시간 45분 거리에 있는, 마침 트레이더조와 5분 거리에 있는, 치과에 스케일링 예약을 했다. 마침 이 치과에서 새 환자를 받는다길래 냉큼 예약하고 치과에서 나오자마자 트레이더조에 달려가 마트를 싹쓰리 (송은이의 마흐니 쓰리 버젼으로 읽어주세요)





여러 가질  많이 샀지만 개중 가장 맘에 드는 것은 바로 오일 스프레이 (oil sprayer)다. 요리를 하다 보면 고기나 생선에 오일을 쳐덕쳐덕 발라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마다 손이나 숟가락으로 바르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기름도 지나치게 많이 쓰게 되고. 그래서 오일 스프레이를 늘 꿈꿔오다가 드디어 하나 장만했다.


안타깝게도 이건 재사용은 불가능하다ㅠㅠ 일회용품은 사지 않으려 했는데 너무 신나서 그냥 사버렸다. 앞으로는 요리용 스프레이통을 하나 사서 그 안에 기름을 채워 넣고 계속 쓰는 식으로 해야겠다.






주물팬이 너무 무겁다면



우리 집엔 주물팬과 솥 (cast iron pan and dutch oven)이 여러 개 있다. 주물팬은 생선이나 스테이크를 굽는데 아주 요긴하게 쓴다. 이 주물팬을 오븐에 넣어 놓고 예열을 한다. 적정 온도가 되면 생선이나 스테이크를 이 뜨거운 주물팬 위에 올리고 오븐에서 굽는다. 이렇게 구우면 초ㅑ~ 소리가 나면서 고기에 그릴 무늬가 찍히고 바닥이 아주 노릇노릇 누룽지처럼 튀겨진다. 주물솥은 보통 더치오븐이라고 부르는데, 오븐이랑 전혀 무관하고 그냥 냄비다. 이건 아티잔 브레드를 굽는 데 잘 쓴다. 1에도 썼지만 빵 껍질이 두껍게 바삭바삭하게 굽기 위해선 주물솥이 필요하다. 그리고 또 하나는 튀김 요리할 때 쓴다. 우리 집엔 튀김요리에 적당한 냄비가 없는데 여기에 그냥 기름 넣고 튀긴다. 문제는 식는 데 오래 걸림...


짠! 요런 아티잔 브레드


참고로 미국에서 주물팬과 솥은 Lodge라는 브랜드가 가장 흔하다 (광고 아님). 르 크루제는 시즈닝을 안 해도 돼서 관리가 쉽지만 비싸다. Lodge는 코팅이 안 돼있는 대신 싸다. 그리고 계란 후라이용 쪼그만 주물팬은 시엄마가 선물해 준 건데 손잡이도 따로 있고 아주 귀엽다. 근데 생각보다 자주 안 쓴다...





이 주물팬, 솥에는 큰 문제가 있는데 (1) 관리 (2) 무게다. 일 년에 몇 번씩 오븐에 넣어 시즈닝도 해야 하고, 평소엔 안 벗겨지도록 관리를 잘해야 하고. 영 성가신 게 아니다. 그리고 무게는 또 어마어마하게 무겁다. 너무 무거워서 한 손으로는 내가 들질 못한다. 남편은 그나마 한 손으로 들 수는 있지만 오래 들지 못한다. 무겁다 보니 팬을 한번 팬트리에 넣어 두면, 잘 꺼내 쓰지 않게 된다.




가스렌지 더러운 것은 눈 감아주세요.



시엄마가 몇 년 전 카본 스틸 팬 (carbon steel pan)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줬다. 카본 스틸 팬은 블랙 스틸 팬이라고도 부르는데 정확한 차이는 잘 모르겠다. 검색해도 안 나옴. 받고 나서 이 팬은 팬트리로 직행하여 거진 1년 동안 빛을 보질 못했다. 왜냐면 집에 후라이팬이 있는데 왜 굳이 이걸 쓰지? 싶으니까.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이 팬이 생각이 나서 먼지 쌓인 이 팬을 꺼내 쓰는데 헐 이 좋은 걸 왜 안 썼지? 이건 주물팬 대용으로 매일 쓰기 용이하다. 왜냐면 주물팬에 비해서 관리가 쉽고 무게가 그나마 덜 나간다.


주물팬과 비슷하게 시즈닝을 해주긴 해야 하는데, 오븐에 굽지 않아도 된다. 평소엔 그냥 물로 씻고, 기름 코팅이 많이 없어지면 기름 두르고 가스렌지 위에서 열을 가해주면 끝이다. 사진을 보면 정말 오랫동안 안 씻은 것처럼 지저분해 보이지만 그렇게 두고 쓰라고 하니 처음엔 좀 찝찝했지만 그냥 쓴다. 무게는 일반 후라이팬에 비해선 많이 무겁지만 그래도 주물팬에 비해선 가볍다. 혹시 주물팬이 너무 무거우면 카본 스틸 팬을 시도해봐도 좋겠다 (광고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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