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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elles Adventure Dec 24. 2020

미국 냉장고 속 김치 냄새

신비로운 미국 주방 (5)

지난 4편 보기

https://brunch.co.kr/@ilovemypinktutu/53




냉장고에서 김치 냄새가 난다면


팬데믹이 시작하기 직전, 캐나다에서 교수하고 있는 조지와 그 여자 친구인 쥴리아나가 우리 집에 놀러 왔다. 우리 집에 오자마자 조지가 결혼 선물을 준다준다 해놓고 아직도 못 줬다며, 자기가 생각해 둔 게 있는데 우리 집에서 머무는 동안 주문하겠다고 했다. 뭘 준다는 거지?


밥을 먹으려고 냉장고를 열었다 닫았는데, 그 안에 있던 좀 쉰 깍두기 냄새가 났다. 유리병에 담아 놓고 비닐봉지로 두 번이나 싸매 놨는데도 냄새가 나더라. 그러자 조지가 오~~~~ 깍두기가 김치보다 냄새가 더 심하다면서, 본인이 시키려던 선물이 아주 제격이라는 거다. 박사 때 조지는 한국 음식에 대해서 하나도 몰랐는데, 쥴리아나와 오래 사귀면서 김치, 깍두기, 떡볶이 등을 먹게 됐다고 한다. 쥴리아나는 캐나다인이지만 한국인 2세여서 한국 음식을 즐겨 먹고 한국말도 곧잘 한다. 암튼 조지는 김치를 좋아하면서도 냉장고 속 김치 냄새는 싫어서 이걸 장만했다고 한다. 그리고는 만족도 100%라며 내게도 선물로 주겠다 했다.




진공팩과 메이슨 좌


조지가 선물해 준 건 바로 진공포장기 (vacuum sealer)다. 한국에서도 비닐로 진공포장을 해주는 기계는 홈쇼핑 같은 데에서 많이 봤는데, 조지가 사준 것은 병까지 진공 포장할 수가 있다! 조지는 이걸 사주면서 유리병 (mason jar)를 여러 개 같이 주문했다. 우와 생각보다 너무 좋다. 비닐로 진공 포장하는 것도 물론 좋은데 (특히 치즈나 오징어같이 냄새나는 것 밀봉할 때 최고!), 김치를 유리병에 소분해서 담아가지고 진공으로 만들면 진짜 냉장고에서 냄새가 안 난다. 아니 이런 걸 왜 몰랐지!?!?


참고로 조지가 사준 브랜드는 Food Saver라는 브랜드인데, 타겟이나 큰 슈퍼마켓에서도 판다. 나중에 알고 보니 비닐, 병 외에도 락앤락 같은 것도 진공포장이 된다고 했다. 하지만 조지 왈 락앤락 같은 거는 시도해봤는데 샌다면서 비추했다. 그 말을 듣고 나도 진공 락앤락은 안 써봤다.







감성 피크닉



내가 박사를 했던 곳은 겨울이 매우 길고 혹독한 곳이었다. 피크닉을 할 수 있는 날씨가 고작 2달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피크닉을 가본 적이 손에 꼽을 정도지만, 박사를 하면서 따뜻한 날씨의 소중함을 알고 될 수 있으면 자주 피크닉을 가려고 했다.


2학년 때였나, 내가 없는 돈을 털어 맷 생일 선물로 큐리그 커피머신 (Keurig)를 사줬다. 가난한 박사생이었던 내가 $100이 넘는 커피머신을 누군가의 선물로 사준다는 건 좀 부담이긴 했지만, 맷이 워낙 코딩도 많이 도와주고 숙제도 많이 도와줘서 크게 돈을 썼다. 맷은 엄청 고마워했지만 동시에 도대체 내 생일엔 뭘 해줘야 하나 엄청 고민이 많이 됐다고 한다. 부담시러라~



예쁜 쓰레기...



이건 맷이 내 생일 선물로 준 피크닉 바스켓 (picnic basket)이다. 너무 이쁘지 않나요? 완전 빨강머리 앤이나 플란다스의 개에 나올 것 같은 예쁜 소풍 바구니다. 졸귀탱! 근데 웃긴 건 지금까지 이거 딱 1번 썼다ㅋㅋ 생각보다 저 바스켓 안에 뭐가 많이 안 들어간다. 그리고 무겁다. 차가 없었던 박사 시절, 저기에 뭘 넣어가지고 무겁게 호수까지 가져가는 건 정말 무리였다. 아직도 봐도 정말 예쁜데 정작 쓸 엄두는 잘 안 난다. 예쁜 쓰레기...



또 다른 피크닉 바스켓



나는 피크닉 바스켓이 하나 더 있는데, 내가 피크닉 바스켓이 있는 줄 모르던 구남친이 사줬다. 이건 내가 상당히 자주 쓰는데, 그 이유는 가볍고 안에 공간이 아주 넓고 뚜껑을 덮으면 식탁처럼 쓸 수 있기 때문에 소풍에 딱 제격이다! 사진은 친구와 올해 10월에 동네 공원에 피크닉을 갔을 때 찍었다. 아 다시 날씨가 따뜻해져서 피크닉 가고 싶다.








고기가 다 익었는지 어떻게 알지?



우리 집에서는 가장 간단한 식사가 스테이크다. 진짜 간단하다. 그냥 스테이크에 기름 좀 바르고 소금과 후추를 친 다음에 그릴에 (자세한 건 지난 편에) 얹으면 끝이다. 문제는 스테이크 두께가 제각각이라 얼마 동안 구워야 할지를 모르겠더라. 그래서 좀 익었을까 싶으면 가운데에 슬쩍 칼집을 내서 확인해보고 더 굽고 하는 식으로 스테이크를 구웠었다. 근데 이렇게 칼집을 내면 육즙이 엄청 흘러나온다.




이걸 방지하고자 산 것이 주방용 온도계 (meat thermometer)다. 이건 한국에서도 많이들 써서 신기한 건 아니지만 내가 정말 사게 될 줄은 몰랐다. 스테이크를 구울 때 이걸 꾸욱 찔러서 내부 온도를 확인해보면 이게 레어인지 미디엄 레어인지를 한 번에 알 수 있다. 온도계를 사고 나니까 스테이크뿐만 아니라 돼지고기, 연어, 닭고기 등을 구울 때에도 매우 유용하다. 속까지 익었는지 잘라볼 필요가 없고 그냥 온도계를 쑥 꽂아서 내부 온도를 재면 된까 넘 편하다. 참, 튀김 요리할 때도 매우 유용하다! 미국 레서피를 보면 튀김 온도를 몇 도에 맞추라는 식으로 써 있는데, 온도계가 있으면 정확히 몇 도에 튀김 거리를 집어넣을지 알 수 있다. 또 한 가지 매우 유용한 요리는 바로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을 만들려면 커스터드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게 섭씨 21도 (화씨 70도) 가량을 넘어가면 계란이 스크램블 에그가 된다. 그래서 온도계를 꽂고 계속 온도를 확인하면서 70도가 되면 불을 꺼야 한다. 초콜렛 템퍼링하는 것에도 온도계가 매우 유용하다.


참고로 시이모가 가지고 있는 주방용 온도계는 온도계의 샤넬이다... 자세한 건 다음 편​에!

https://brunch.co.kr/@ilovemypinktutu/65








집에서 기름 튀는 걸 방지하려면?



집에서 튀김요리를 하거나 삼겹살을 구우면 부엌 바닥에 기름칠이 된다. 한국에선 보통 신문지를 깔아놨었는데 미국에서는 신문지 없이 이걸 사용하더라.



기름 방지망



바로 기름 튐 방지망 (oil splatter screen)이다. 난 한국에서 본 적이 없는데 막상 검색하니 나온다. 어찌 보면 생선구이용 그릴 망처럼 생겼다. 뚜껑처럼 완전히 밀폐되는 것이 아니라서, 눅눅해지면 안 되는 기름 요리를 할 때 유용하다. 망으로 되어 있으니 기름 튀는 것을 100% 막아주지는 못한다. 그래도 얼추 반 이상은 기름 튀는 것을 막아준다.







감자를 뿌셔뿌셔




감자를 뿌셔뿌셔



매시드 포테이토를 많이 먹는 미국 가정집에는 이게 하나씩은 꼭 있다. 감자 으깨기 (potato masher)인데, 이걸 사기 전까지는 감자를 찌고 나서 그냥 포크로 꾹꾹 눌러서 감자를 으깼다. 포크로도 충분히 되는데 왜 굳이 매셔를 사야 하나 싶어서 한참 동안 없이 살았다. 어차피 집에서 매시드 포테이토를 자주 해 먹는 것도 아니라서 굳이... 언제 왜 샀는진 기억이 안 나지만, 맥시멀 리스트답게 막상 있으니까 정말 편하다. 포크로 감자를 으깨면 한 10분 걸릴 것을 이건 1분도 안돼서 으깰 수 있다. 마치 집에 믹서기가 있으면 도깨비방망이 믹서기가 없어도 될 것 같지만 사실 없어도 되긴 한다 정작 있으면 정말 편한 것과 비슷한 경우랄까.








알루미늄 호일 주제에 비싸




알루미늄 호일 주제에 비싸




지난번에 그릴을 소개했는데, 그릴에 꼭 필요한 것이 기름 받이 (grease tray)다. 말 그대로 그릴에서 떨어지는 기름이 그냥 사방팔방으로 튀게 놔두지 않고, 한 곳으로 흘려보내서 이 기름 받이에 모은다. 이 기름 받이는 정말 간단하게 생긴 작은 알루미늄 호일로 된 상자인데, 이거 정말 비싸다. 그냥 집에 있는 호일로 뚝딱뚝딱 만들어도 되는데 굳이 이걸 이렇게 비싸게 팔 필요가 있나? 있다. 왜나면 우리 같은 사람들이 소비해주기 때문이다ㅋㅋ 난 그냥 호일로 만들어서 쓰려고 했는데, 물건들을 끔찍이 아끼는 남편이 그러다가 기름 새면 어쩌려고 하냐고 저걸 $10 넘게 주고 샀다. 달랑 1개 들어 있는데. 요즘에는 그래도 가격이 많이 내려간 것 같지만 여전히 저 쪼매난 호일상자 하나가 만원 꼴이라니. 비싼 제품은 유지하는 데도 돈이 많이 든다.









주방을 반짝반짝하게 하려면



한국 우리 집에선 웬만한 화학 약품을 하나도 안 썼다. 식탁을 닦거나 싱크대를 닦을 때에도 비누로 닦았지 어떤 스프레이를 사서 쓴 적이 없다. 미국에 오니 주방용 스프레이가 아주 종류종류 가지가지 있다. 이 중에 신기한 것 몇 개를 소개한다.


미국 주방 상판 중 중엔 화강암으로 된 상판이 잘 나간다. 우리 집은 내가 이사 오기 전에 이미 레노베이션이 된 집이라 상판이 죄다 화강암으로 깔려 있었다. 난 화강암을 쓰는 이유가 내구성 때문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렇지도 않더라. 생각보다 흠집이 잘 나고 언제 어디서 났는지도 모르게 어느 날 보면 아주 작은 구멍이 패여 있고ㅠㅠ 더 큰 문제는 김치나 고춧가루를 떨어뜨리면 물이 든다. 헐! 이걸 모르고 어느 날 저녁 김칫국물을 한 방울 아일랜드에 떨궜다. 귀찮아서 내일 닦아야지 했는데 내일이 되니 이미 물이 들어서 색깔이 안 빠지는 거다. 뙇...



화강암 주방 상판을 모십니다.



그 날로 남편은 아일랜드에 뭘 떨구는 족족 바로바로 닦는다. 그리고 이 두 가지를 사 왔다. 왼쪽 것은 평소에 화강암 주방 상판을 닦는 용 (granite cleaner)이고, 오른쪽은 화강암 실러 (granite sealer)다. 화강암에 물이 잘 들기 때문에 가끔씩 실러로 한번 쫙 코팅을 해주고, 평소에는 왼쪽 스프레이를 이용해서 상판을 닦는다. 아주 화강암이 편한 건 줄 알았는데 모시고 산다.








또 신기한 청소용품은 바로 이거! 왼쪽 거는 스테인리스 스틸을 닦는 클리너 (stainless steel cleaner)다. 난 세상에 이런 게 있는 줄도 몰랐다. 냉장고들 중에 스텐으로 돼 있는 것들에는 손자국이나 물자국이 나게 마련인데, 이걸 그냥 물 묻힌 행주로 닦으면 그 자국이 잘 지워지지 않는다. 신기한 게 이 클리너를 사용하면 그런 자국이 싹 사라진다. 별 게 다 있다.


그리고 오른쪽 스프레이는 동물용 클리너 (pet cleaner)인데, 강아지나 고양이가 집 카페트나 러그에 실례한 것을 닦아주는 스프레이다. 우리 집은 우리 고양이 노엘이 때문에 저 스프레이가 있는 게 아니다. 우리 노엘이는 아주 영특해서 뭘 흘리거나 넘어뜨리지 않는다. 우리 집 카페트나 소파에 뭘 묻히는 존재는 노엘이가 아니라 바로 사람...! 우리가 가끔 카페트나 소파에 초콜렛을 떨군다든지, 쨈을 흘린다든지, 커피를 쏟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면 남편이 잽싸게 저 스프레이를 가지고 와서 촥촥 뿌리고 행주로 벅벅벅 문지르면 정말 신기하게 묻었던 것이 싹 사라진다.


우리 집 고양이도 보고 가세요!









프로 셰프처럼 보이는 법



나보다 더 맥시멀 리스트인 우리 시엄마 집에서 이걸 보고 너무 예뻐서 계속 감탄했더니 생일 선물로 사줬다. 이걸 쓰면 마치 집에서 쿡방을 하는 느낌이 난다. 아마 선물로 받지 않았으면 평생 내 돈 주고 사지 않았을 법한 물건들이다. 왜냐면 굳이 없어도 집에 있는 이런저런 그릇을 믹싱 보울로 사용하면 되니까...! 다만 예뻐 보이지가 않을 뿐이다.





유리 믹싱볼 세트 (glass mixing bowl set)인데 사이즈가 아주 다양해서 좋다. 제일 작은 것은 내가 이미 깨 먹었다ㅠㅠ 내가 선물 받은 이 세트는 용량이 표기되어 있지는 않다. 그리고 뚜껑도 없다. 근데 시엄마가 가지고 있는 거는 용량 표기가 다 되어 있고 (이건 1컵짜리 저건 2컵짜리 이런 식으로) 딱 맞는 뚜껑도 있다. 아마 시엄마가 비슷한 세트를 잘못 알고 보낸 것 같다. 그래도 이쁘니까 계속 쓴다.



참고로 저런 믹싱볼 뚜껑이 없을 때는 이런 실리콘 커버 (silicone glass cover)를 쓰면 된다! 진짜 강추다. 나는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주문했는데, 여기서 사면 2달 넘게 걸리므로 그냥 웃돈을 주더라도 아마존이나 쿠팡이나 빨리 배송되는 데에서 사는 걸 추천한다.



실리콘 커버






다음 편 이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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