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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elles Adventure Mar 29. 2021

비행기에서 땅콩 먹으면 안 됩니다.

음식 알러지가 너무 흔한 나라.

요즘엔 비행기 탈 일이 없지만, 미국에서 비행기를 타면 가끔 이런 기내방송이 나온다. 승객 중에 매우 심한 땅콩 알러지가 있으니, 기내에서 땅콩이나 기타 견과류 섭취를 하지 말아 달라고. 나랑 같이 글쓰기 모임에 있었던 다른 교수도 본인이 땅콩 알러지가 심하니까, 모임 도중에 다른 간식은 괜찮지만 견과류는 먹지 말아 달라고 했다.


그러고 보면 미국에서는 음식에 대한 알러지가 흔해도 너무 흔하다. 난 우리나라에서 내 주변 가족, 친구들 모두 포함해서 그 누구도 음식에 대해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는 걸 본 적이 없다. 아 그러고 보니 건너 들었던 사람 중에 복숭아 알러지가 있었던 사람이 있긴 했다. 내가 직접 아는 사람은 아니고, 구남친의 누나였는데 알러지가 면역 반응일 수도 있지만 심리적인 이유에서 나올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듣고 정말 말도 못 하게 위험하게 복숭아 알러지를 이겨보겠다고 와구와구 먹었다고 한다. 당시에는 고생했지만 실제로 알러지가 나았다고. 미국에서였다면 복숭아 먹자마자 119를 불렀을 거다. 아 그러고 보니 영화 기생충에서도 복숭아 알러지가 나오긴 한다. 쓰다 보니 자꾸 하나씩 생각이 나네요ㅋㅋ





그래도 한국엔 음식 알러지가 있는 사람이 너~무 드물다. 통계에 따르면 16세 이하 학생들 중 음식 알러지가 있는 사람은 0.97%에 불과하다. 근데 미국은 세상에 아이들 중에선 7%, 어른들 중에선 10%나 되는 사람들이 음식 알러지가 있다고 한다. 심각한 건 이 숫자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2007년과 비교했을 때 2016년엔 음식 알러지가 거진 4배가 증가했다고 한다.


음식 알러지는 풍문으로만 들었지, 미국에선 이게 이렇게 흔한 지 몰랐다. 우리 과 교수 중에서도 견과류에 알러지가 있는 사람이 있는데, 재미난 건 나무에서 나오는 견과류 (아몬드, 잣, 헤이즐넛 등)에는 알러지 반응이 나는데, 땅콩같이 땅에서 자라는 견과류에는 반응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 과 교수의 아내 되는 사람도 견과류를 전혀 못 먹는다. 그리고 같이 폴댄스를 배우던 친구는 콩 (soy) 알러지가 있다고. 헐 거의 모든 음식에 콩이 들어가지 않나? 어떻게 먹고 사는 거지. 내 친구 중 트레이시는 갑각류 조개류에 알러지 반응을 일으킨다. 근데 또 홍합은 괜찮다. 신기한 음식과 신체의 조합! 따흑 암튼 그래서 이 친구와 파에야를 만들거나 해산물 요리를 만들면 새우와 조개를 하나도 못 넣는다. 게, 랍스터 종류도 못 먹는다. 같은 과는 아니고 다른 과 교수하는 사람은 토마토 알러지가 있다고 한다. 헐 그런 건 정말로 처음 들었다. 토마토 알러지라니 생각만 해도 너무 안타깝다.


이 맛있는 걸...!


미국에서 내가 아는 사람은, 내가 한국에서 알던 사람들의 1/10도 안될 것 같은데, 그 와중에도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음식 알러지를 갖고 있다. 그래서인지 웬만한 식당에 가면 꼭 알러지나 유의해야 할 점이 있냐고 물어본다. 전화로 픽업 주문을 할 때도 "여기 땅콩 들어가는 데 괜찮아?"라고 꼭 확인한다.






이스라엘이 땅콩 알러지가 있는 사람 비율이 굉장히 적다고 한다. 다른 서양 국가에 비해서 1/10 정도로 낮다고. 이스라엘에서는 아주 어릴 때부터 (이르면 4개월부터) 땅콩을 아주 조금씩 먹인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 건가 이스라엘 사람들은 땅콩 알러지가 거의 없단다. 왜 미국인들이 음식 알러지가 이렇게 많은지는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지) 여전히 연구 중이라고 한다. 한 이론은 어릴 때 너무 깨끗한 환경에서 자라서 그렇다고 했는데, 오히려 반대라는 주장도 있다. 최근 아주 어릴 때 다양한 식품에 노출이 돼야 알러지 반응이 나오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암튼 난 음식 알러지가 생기면 정말 너무너무너무너무 슬플 것 같다. 요즘 편두통 식단을 하다가 음식을 하나씩 점차 시도해보고 있는데, 내가 가장 제일 진짜 많이 먹고 싶었던 초콜렛이 어쩌면 내 편두통의 trigger 일수도...? 아 아직 이걸 받아들이지 못하겠다. 두 번 실험을 해 봤는데 또 시도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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