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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elles Adventure Jan 03. 2021

미국에서 교수는 도대체 뭘 하는 직업인가?

철저히 내 기준으로 썼다.

미국 주립대에서 5년 차 조교수를 하고 있다. 내가 쓰는 내용은 연구 중심 학교 (research school)를 기준으로 하기에 티칭 스쿨 (teaching school, 몇몇 liberal arts college)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그리고 당연히 전공과 학교에 따라 상황이 매우 매우 다를  있으니 그냥 저 세계는 저렇군 정도로 봐달라. 혹시 나와 다른 상황에 있다면 댓글 달아주세요! 저도 궁금해요.


쓰다 보니 생각보다 너무 길어져서 몇 편에 나눠서 올리겠다. 이번엔 직업 자체에 대해 소개하려고 한다.




교수라고 다 같은 교수가 아니다.



부제목을 이렇게 쓰니 굉장히 재수 없어 보이지만, 교수라는 단어가 통상 지칭하는 사람과 직책으로서의 정의가 다르기 때문에 구분 짓기 위해 이렇게 썼다.


미국의 경우 우리나라처럼 교수 (professor)는 조교수, 부교수, 정교수로 나뉜다. 조교수는 계약직이고, 부교수부터는 거진 종신 임용이 된 경우다. 정말 가끔 부교수인데 종신 임용이 안된 경우도 있기는 하다. 조교수가 종신 임용 심사에서 떨어지면 그 학교를 떠나야 한다. 다들 목숨 걸고 종심 임용되려고 한다. 참고로 유럽과 호주는 명칭이 좀 다르다.


우리나라에는 드문 직업인 전임강사가 미국엔 매우 많다. 전임강사를 부르는 말은 학교마다 다르다. 어떤 학교는 lecturer라고 부르고, 어떤 학교는 instructer라고 부른다. (아주 최근에는 lecturer나 instructer에서 teaching 조/부/정교수로 이름을 바꾼 학교들도 있기는 한데 매우 드물다.) 엄밀히 말하면 전임강사 (lecturer나 instructer)와 교수 (professor)는 다른 직업이다. 그치만 어차피 외부 사람이나 학생들은 이 차이를 잘 모르므로 포괄적으로 교수라 한다. 일례로 내 남편은 전임강사이기에 lecturer이지만,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소개할 때는 그냥 professor라고 한다. 만약 박사 경험이 있어서 교수와 전임강사의 차이를 아는 사람이면 lecturer라고 한다. 특히 시엄빠가 자기 아들 소개할 때 꼭 professor라고 한다. 남편이 몇 번이나 자기는 교수가 아니고 전임강사라고 얘기했지만, 시엄빠는 자기들도 그 차이를 모르는데 남이라고 알겠냐는 마인드로 계속 교수라고 소개한다.


쓰다 보니 생각나는데, 내가 대학교 때 들었던 수업 중에 "교수님"이라고 부르니까 그분이 "나는 교수가 아니라 강사니까 교수라고 부르면 안 되고 선생님이라고 부르라"고 했다. 읭? 그거나 그거나 다 똑같은 거 아니야? 그때는 그게 이해가 안 갔다. 아니 대학교에서 가르치면 다 교수지 뭐야. 참고로 그분은 당시 박사를 하시면서 강의를 하셨고, 지금은 교수가 되셔서 이제는 교수님이라고 부른다. 아마 이 교수님은 본인의 직책을 정확하게 교수와 강사로 나눈 듯하다.


아무튼 난 전임강사의 세계는 잘 알지 못하여, 이 글에서는 교수 (professor)라는 직책에 대해서만 쓴다.






그래서 교수가 하는 일은 뭐?



교수 (professor)가 하는 일은 연구와 강의가 100%다. 공식적으로는 학교 행정일도 있지만 나 같은 조교수에겐 별로 중요치 않음. 연구를 하는 학교 (research school)들을 기준으로 말하면, 교수의 제1 직업은 연구하는 거다. 조교수에서 종신 임용을 받아 부교수로 승진하려면, 부교수에서 정교수로 승진하려면 가장 잘해야 하는 것이 연구다. 단, 부/정교수가 되면 학교에서 행정 일도 좀 해야 한다. 그리고 제2 직업이 강의가 된다.


아마 모든 리서치 스쿨에 있는 교수 (professor)에게는 무조건 연구가 강의보다 중요할 거다. 어느 정도로 더 중요한지는 과와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내 소속 예를 들어보겠다. 조교수가 종신 임용 심사를 받을 때 공식적으로는 연구와 강의, 그리고 학교에 뭘 또 기여했냐 이 3가지를 본다. 명목상 이 세 가지가 심사의 기준이지만, 실제로는 연구가 99.99999%다. 아무도 이걸 공식 석상에서는 말하지 않는다. 그치만 이미 서로 다 알고 있다. 아무리 강의 평가가 낮고 강의 못하고 강의에 발전도 없다 하더라도, 연구만 잘하면 종신 임용이 된다. 우리 전공, 우리 학교에서는 이렇다. 뭐 물론 연구 실적이 똑같은 두 사람이라면 강의도 더 잘하는 사람을 선호하겠지만.


교수의 하루도 24시간인데, 그 시간에 연구도 하고 강의 준비도 해야 한다. 근데 연구를 하면 내가 나중에 승진할 확률이 높아지고, 강의 준비를 하면 승진 확률에 하나도 도움이 안 된다. 그럼 뭘 하겠어요? 연구하지. 조교수는 특히나 종신 임용을 받지 못하면 그 학교에서 잘린다. 그냥 승진 안 하고 계속 뭉개고 있을 수가 없다. 그러니 조교수는 탈모와 이혼과 입원을 겪으면서 열심히 연구에 매진해야 그 학교에 붙어 있을 수 있다. 난 이제 그렇게 치열하게는 못 살겠다. 난 종신 임용 못 받을 것 같다. 진심으로.


내가 처음 임용됐을 때, 우리 과 부/정교수가 제발 강의 준비하는 데 너무 시간 쓰지 말라고 한 마디씩 했다. 다들 처음 교수되면 강의 준비에 시간을 너무 쓴다고. 그 시간에 연구해야 된다고. 실제로 처음 강의를 하게 되면 준비하는 데 시간이 어마어마하게 많이 걸린다. 한 번은 내 옆 옆 방 조교수가 강의평가가 아주 높아서 상을 받았다. 그랬더니 정교수들이 와서 너 이러면 안 된다고, 지금 연구해야 되는데 강의를 이렇게 잘하면 어떡하냐고 잘해도 혼난다 강의에 이렇게 신경 쓰면 안 된다고. 물론 상 받으면 종신 임용에 마이너스는 아니다. 근데 적어도 우리 과는 강의 잘하는 것이 종신 임용 패스하는데 미치는 영향은 정말정말 미미하다. 연구 실적이 별로 좋지 않으면 아무리 강의를 잘하고 강의평가가 좋아도 종신 임용은 될 수 없다. 이런 경우는 아마 학교 측에서 전임강사 하는 게 어떠니라고 권유할 것 같다.


하여 본인의 인센티브만을 매우 중시하는 사람 중엔 강의를 등한시 여기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내가 박사 하던 곳에서는 이런 사람이 거의 대부분이었는데. 진짜 강의 개차반... 하긴 그러니까 연구 잘해서 좋은 학교에서 교수하겠죠? 다른 데는 어느 정도로 강의를 등한시하는지 모르겠는데, 지금 내가 속한 학교는 탑스쿨이 아니라서 그런지 생각보다 다들 강의를 열심히 잘한다. 특히 조교수들이 강의도 잘한다. 웃기건 한편으로는 서글픈 건 내 주변엔 연구 잘하는 교수가 강의도 잘한다. 다 가졌다ㅋㅋ 여기에 예외가 있다. 바로 나야 나! 연구는 실적을 많이 못 내고 있는데 작년에 강의로 상 받았다.


위의 경우는 연구를 중시하는 리서치 스쿨에서, 교수만 그렇다. 리서치 스쿨에 있더라도 전임강사라면, 혹은 티칭 스쿨 (teaching school 혹은 몇몇 liberal arts college)에서는 완전 반대다. 거기선 사람을 연구하라고 뽑아 놓은 게 아니고 강의 잘하라고 뽑아 놓는다. 지금 있는 학교에서 다른 과 전임강사를 하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연구에 관심이 좀 있어서, 남는 시간에 연구를 한다. 근데 정교수가 그 친구를 불러다가 “남는 시간에 연구하는 건 좋은데, 너의 승진에는 연구가 도움이 안 되는 거 알지?”라고 걱정 어린 조언을 해줬다. 티칭 스쿨 중에 내가 하는 몇 개는 대체로 사립이며 liberal arts college다. 예는 웨슬리안, 윌리엄 & 메리 등이 있다. 나도 잘 모름...


이렇게 교수가 평가받는 항목과 전임강사가 평가받는 항목이 다르므로, 과 행사마다 참여하는 사람들이 정해져 있다. 공식적으로 정해진 건 아니고 암암리에 여긴 내가 참석해야 하는 곳, 저기는 내가 가도 소용없는 곳 이렇게 나뉜다. 예를 들면 다른 학교 교수를 초청해서 세미나를 하면 이건 연구 목적이기에 조/부/정교수는 거의 대부분 참석한다. 빠지면 "어? 얘 왜 안 와?"라고 꼭 묻는다. 하지만 전임강사는 정말 자기가 관심 있는 게 아니라면 오지 않는다. 보통 한 학기에 세미나가 8번이라 치면, 우리 과에 있는 6명의 전임강사 중에 한 명 정도가 딱 한번 세미나에 오는 정도? 또 학부생을 위한 학회 같은 거는 전임강사가 대체로 조직하고 운영한다. 여기는 교수는 거의 참여하지 않는다 (우리 과 우리 학교의 경우). 가끔 학회에서 연구하는 교수를 불러다가 지금 어떤 연구하고 있는지 질답 하는 시간을 갖는 경우 정도에만 교수가 학회에 간다. 내가 연구하는 것들 중에 학생들이 흥미 있어할 만한 소재가 있어서 나도 한 번 학회에 가서 학생들 대상으로 발표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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