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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elles Adventure Jan 03. 2021

미국에서 교수하면 연봉은?

철저히 내 기준으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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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립대에서 5년 차 조교수를 하고 있다. 내가 쓰는 내용은 연구 중심 학교 (research school)를 기준으로 하기에 티칭 스쿨 (teaching school 혹은 몇몇 liberal arts college)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그리고 당연히 전공과 학교에 따라 상황이 매우 매우 다를  있으니 그냥 저 세계는 저렇군 정도로 봐달라. 그리고 연봉은 교수 기준으로 쓴 것이다 (이전  참조). 혹시 나와 다른 상황에 있다면 댓글 달아주세요! 저도 궁금해요.


쓰다 보니 생각보다 너무 길어져서 몇 편에 나눠서 올리겠다. 이번엔 연봉에 대해 소개하려고 한다.






1. 연봉은 얼마?



이건 학교와 전공에 따라서 판이하게 다르다. 듣기로는 한국에선 과에 따라서 연봉을 많이 주고 덜 주고 가 어렵다고 한다. 따라서 교수 연봉이 대체로 얼마다라고 얘기하기 쉽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비인기학과, 그러니까 돈을 못 벌어들이는 과는 연봉이 정말 낮고, 돈 잘 벌어들이는 과는 연봉이 세다. 정말 자본주의 끝판왕. 우리 학교를 예로 들자면 심지어 주립대 (그러니까 공립) 임에도, 조교수 기준 경영대 연봉 (최소 17만 불, 약 1억 8천 정도)이 철학과 연봉 (약 4만 불, 약 5천만 원)보다 4-5배 정도 많다. 심지어 철학과에서 제일 많이 받는 정교수 (약 7만 불, 약 8천만 원) 연봉이 경영대에 갓 들어온 조교수 연봉보다도 낮다. 우리 학교에서는 경영대 연봉이 가장 센데, 조교수 중에서도 연봉이 3억 이상인 사람들이 있다. 대체로 파이낸스 전공이거나 어카운팅 전공이다.


이런 연봉 차이는 심지어 학부 내에서도 존재한다. 그러니까 인문계열 내에서도 영문학과 연봉과 역사학과 연봉이 다르고, 사회계열 내에서도 정치학과와 심리학과 연봉이 다르다. 참고로 주립대에서 일하는 사람은 교수든 교직원이든 연봉을 공개하도록 되어 있어서 인터넷에 치면 연봉이 전부 다 나온다.


학부 내에서만 연봉이 다른 게 아니라, 같은 과 같은 직급에서도 심지어 차이가 난다. 박사 때 친구들과 우리를 가르치던 교수들 연봉을 검색해 본 적이 있다. 참고로 박사 한 곳도 주립대였다. 당시 우리 과에서 제일 잘 나가던 교수의 연봉이 약 한화로 2억 8천 정도 됐다. 근데 우리 과에서 한때는 열심히 했으나 지금은 연구 활동 거의 안 하고 상대적으로 잘 못 나가는 교수의 연봉은 한 1억 5천 정도. 둘 다 정교수였음에도. 지금 내가 속한 곳에서도 같은 정교수지만 연봉이 1억 넘게 차이 나는 사람들도 있다.


게다가 이게 연봉뿐만 아니라 교수들에게 연구하라고 주는 연구비도 차이가 많이 난다. 하니, 비인기학과 교수들은 인기 많은 컴공, 통계, 경영 등을 좀 아니꼽게 보는 경향이 있다. 학교의 모든 자원이 인기학과로 몰린다고 생각해서다. 하지만 사실 알고 보면 인기학과에서 버는 돈으로 비인기학과를 먹여 살리고 있다. 이는 교수회의 때 알게 된 거다. 아마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우리 학교에서는 학부생으로부터 받는 등록금은 각 과에서 가지는 게 아니라 학교 자체가 가져간다. 그러니까 인기학과에 학부생들이 몰려서 등록금을 어마어마하게 벌어들이는 과에서는 그 돈을 하나도 가져가지 못하고 학교가 가져간다. 그리고 건물 평수에 따라서도 학교에 일종의 세금을 내야 한다. 인기학과는 건물도 여러 개고 신축도 자주 되니까 당연히 이 비용도 많이 낸다. 이렇게 학교 중앙으로 모이는 돈은 학교에서 알아서 배분한다고 한다. 우리 학교의 경우가 이렇고 다른 데는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르겠다.


참고로 연봉 차이는 주립대라도 학교에 따라서 차이가 많이 난다. 다른 주립대에서 교수를 하는 친구들과 얘기해봤는데, 학교에 따라서 연봉이 한 3-4만 불 정도 차이가 난다 (내 전공 기준, 같은 연차 조교수 기준).


2019년 기준, 연봉 중간값. 나 심리학과 아님.



한 줄 요약: 과와 학교에 따라 적게는 4천만 원, 많게는 3억 이상.


 


2. 여름엔 돈을 안 준다.


한국도 이런지 모르겠는데 재미난 것은, 연봉이 9개월 (간혹 10개월인 경우도 있음)에 나눠져서 나온다. 그러니까 긴 여름방학인 6, 7, 8월에는 돈이 원래 안 나온다. 그래서 돈 들어왔다고 막 쓰면 안 되고 여름에 쓸 생활비를 알아서 잘 모아놔야 한다. 하지만 학교에 재정이 빵빵하거나 전공하는 분야가 핫하면, 학교에서 어떻게든 여름에 돈을 준다. 내가 전공한 과는 그나마 인기가 좀 있는 학과라서 그런지 나를 포함한 박사 때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면 여름에 돈이 좀 나온다. 그러니까 실제 연봉은 9개월 동안 나눠져서 나오고, 비인기 학과에서는 안 주는 여름에도 추가로 돈을 준다. 이게 보너스나 상여금은 아니고 fellowship (일종의 공부하라고 주는 장학금)이라고 부르는데, 말 그대로 돈 벌려고 여름에 강의하거나 딴짓하지 말고, 그 시간에 연구하라는 의미로 돈을 주는 거다. 이런 펠로우십은 연봉에 포함되는 금액이 아니다. 따라서 주립대 연봉을 검색해서 나오는 연봉은 펠로우십을 제외한 금액이다. 비인기학과는 이런 여름에 주는 펠로우십도 짜거나 아예 없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받는 돈은 아마 차이가 더 많이 날 것이다.


이러고 수업하고 수업받으면 얼마나 좋을까...



내 전공에서는 대체로 조교수에게는 처음 몇 년 동안은 여름 펠로우십을 보장해준다. 하지만 그 기간이 지나면 알아서 여름에 쓸 돈을 마련해야 한다. 평소에 저축을 하든, 여름학기를 가르치든, 아니면 외부에서 다른 펠로우십을 받든. 과를 불문하고 많이들 지원하는 데가 National Science Foundation (NSF)이다. 이런 펠로우십을 받으려면 내가 이러저러한 연구를 할 거고, 이게 왜 중요하고, 이게 사회에 어떻게 공헌할 건지, 계획은 뭔지, 뭐가 필요한지, 돈은 어디다 쓸 건지 등등 연구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웬만한 학교에서는 NSF에 제출할 연구계획서 쓰는 방법도 알려준다. 이메일이 와서 워크샵 있으니까 들어라~ 다 쓴 거 여기서 검사 맡아라~ 등등 NSF에서 돈을 잘 받도록 열심히 도와준다. NSF 받으면 사실 교수에게도 학교에게도 이득이다 (이것도 과마다 다를까요?). 교수에게는 그만큼 사회에 공헌하는 연구를 한다는 일종의 시그널이기에 좋고, 학교에서는 돈도 돈이지만 학교 측에서는 교수가 각자 알아서 여름 돈 받아오면 좋으니까, 학교 전체 연구실적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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