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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elles Adventure Jan 23. 2021

서양인, 암내 말고 00냄새도 난다.

유전자에 달렸지롱

냄새는 서양인의 숙명



답부터 말하자면 귀지다. 귀지는 영어로 earwax라고 한다. 언제 이 단어를 알게 됐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그냥 별생각 없이 "아 귀지는 earwax라고 하는구나" 받아들였다. 근데 작년에 우리 과 동료 여자 교수와 이야기하다가 귀지 얘기가 나왔다. 같이 운동하다가 샤워 얘기가 나왔다가 귀지 얘기가 나옴. 그녀 왈 "귀지가 왜 earwax인지 알아? 서양인들 귀지는 정말 wax처럼 끈적거리거든". 나는 지이이이인짜 놀랬다. 롸? 동양인과 서양인은 귀지도 다르단 말이야? 그녀 말에 따르면 동양인은 샤워해서 젖지 않는 한 귀지가 보통 마른 가루인데, 서양인은 귀지가 좀 기름지고 미끄덩하고 끈적거린다고 했다. 게다가 냄새도 난다고. 꺅 드러~


이 말을 듣고 너무 놀라 남편에게 너는 귀지가 왁스처럼 나오냐고 했더니 그럼 왁스 같지 않은 귀지가 어딨냐고 반문했다. 내 귀지는 늘 말라있다고 얘기하니까 그럴 리가 없다고 했다. 와우 정말 동서양인은 귀지도 다른가보다. 이게 너무 신기해서 열심히 논문을 찾아봤다. 미국 보건복지부 산하 생명공학정보센터에서 나온 논문이랑 저널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사람에 따라 귀지가 다른 이유는 유전자 때문이란다. 이걸 읽는 데 모르는 단어가 너무 많아서 사전 검색을 한참 해야 했고, 중딩 때 배운 유전학 지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워서 구글링을 엄청 했다. 내가 이해한 것들을 정리해서 써 보겠다.


1. 유전자 중에서 ABCC11이라는 유전자가 있는데, 이 유전자에 따라 귀지의 타입이 결정된다고 한다.


2. 귀지 타입은 두 종류로, 서양인이나 흑인에게 많은 왁스 같은 끈적이는 종류와 동양인에게 많은 마른 가루 같은 종류가 있다.


3. 왁스 같은 타입은 G라는 유전자형 때문에 나오고, 마른 가루 타입은 A라는 유전자형 때문에 나온다. (그니까 G랑 A는 대립유전자이다.) 이 G와 A라는 대립되는 유전자는 rs17822931라고 이름 붙여졌다.


4. G가 우성이기 때문에 만약 내 형질이 G와 A를 모두 가지고 있는 GA라면, 왁스 같은 타입의 귀지를 갖게 된다. 즉, GA 형질은 왁스 타입의 귀지로 발현된다. 그러니까 마른 가루 같은 귀지를 가지려면 형질이 무조건 AA형이어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마른 가루 타입의 귀지를 가진 사람들은 전부 AA 유전자형을 가지고 있는 거다. 이해를 돕기 위해 혈액형 예를 들어보겠다. 혈액형이 A형인 사람은 유전자가 AA 또는 AO 형질을 가진다. 근데 A 유전자가 우성이므로 AO 형질을 가진 사람은 A형 혈액형으로 발현된다.


5. 재미난 것은 이 귀지 타입을 결정하는 ABC11라는 유전자가, 바로 몸에서 나는 암내를 결정하는 유전자이기도 하다는 거다! 그러니까 GG나 GA 유전자형을 가진 사람들, 즉 왁스 같은 귀지를 가진 사람들은 암내도 훨씬 많이 난다. 이 유전자가 GG나 GA 형질이면 땀샘에서 그렇게 냄새가 난다고 한다. 특히 겨드랑이와 항문에 있는 땀샘에서. 그니까 귀지가 왁스 같은 형태로 된 서양인들은 귀지에서도 냄새가 나지만 암내도 당연히 많이 나게 마련이다. 암내가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는 건 뉴스에서 자주 봤으므로 그리 신기하지 않을 수 있다. 근데 이게 귀지 타입도 결정한다니!



이 사진을 보니 생각난다. 내 생애 맡았던 가장 심한 암내. 13년 전이었나 크로아티아에서 플리트빗체에 갔다가 다시 자그레브로 올라가는 중이었다. 돈이 없으니까 우리는 가장 싼 버스를 탔는데 사람이 미어터지게 많았다. 다행히 내 친구와 나는 자리에 앉았는데, 우리 바로 옆에 서 있는 남자 두 명이 저 사진처럼 팔을 들고 손잡이를 잡고 있었다. 어윽 나는 비위가 꽤 좋은데 거기선 진짜 토할 뻔했다. 관용적인 표현으로 토할 뻔한 게 하니라 진짜로 토를 할 뻔했다. 그 친구는 아예 스카프로 코를 막았다. 그때 친구와 나눴던 이야기가 아직도 생각난다. 과연 암내가 나는 사람은 본인이 냄새가 나는 걸 아는 걸까? 알면 왜 안 씻는 걸까? 설마 알면서도 안 씻는 건가? 왜? 나중에 알게 된 건데, 아침에 아무리 샤워를 깨끗하게 하고 데오드란트를 덕지덕지 바르고 나가도, 퇴근할 때가 되면 암내가 나는 서양인들이 생각보다 흔하다.






축복받은 민족




여러 기사논문을 찾아보면서 놀랐던 건 한국이 굉장히 많이 언급된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 사람들은 거의 100% AA 유전자 형질 (냄새 안나는 귀지와 겨드랑이)을 가지고 있다는 거다. 논문에서 거의 100%라는 말을 쓰는 건 처음 봤다. 대체로 동아시아 사람들이 AA 유전자 형질을 가진 사람들이 많긴 많은데, 한국은 완전히 압도적인 비율로 AA 형질이 많다. 한 기사에서는 한국에서 유전자 관련된 책을 내면 제목을 "the least smelly race" 즉 "가장 냄새가 안 나는 사람들"로 지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반면 서양인들 (특히 백인) 중에서는 고작 2%만이 AA 유전자 형질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영국 기사 제목 중에 "암내 안 나는 유전자를 가진 축복받은 2%의 사람들"이라는 기사도 있다ㅋㅋ


이렇게 유전자 타입의 분포도를 지도로도 만들어 놨다. 예일 대학교에서 대립형질 빈도 (allele frequency) 데이터베이스가 있는데, 여기다가 G와 A의 대립형질을 일컫는 rs17822931를 검색을 하면 된다. A의 빈도를 표시하는 노란색은 전체 인구 중에 유전자 A를 (암내 안 나는 축복받은 사람들) 가진 사람의 비율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더 정확하게 설명하자면, 인구가 4명인 나라에서 인간 1-2은 AA, 인간 3은 GA, 인간 4는 GG라 치자. 그럼 유전자 A의 빈도는 5/8이고 G의 빈도는 3/8이다. 암튼 중요한 건 지도에서 노란 색깔이 많을수록 겨드랑이와 귀지에서 냄새가 안 나는 사람이 많다는 걸 뜻한다.


출처: https://www.discovermagazine.com/planet-earth/body-odor-asians-and-earwax


지도에서 유일하게 완죠니 노란색으로만 칠해진 나라가 한국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유전자 G를 가지고 있는 사람 자체가 거의 없다는 뜻이다. 반대로 아프리카 대륙, 특히 사하라 북부에 있는 나라들은 거의 G만 가지고 있다.






왜 인종별로 이렇게 유전자가 다른지에 대한 연구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라고 한다. 날씨가 추운 정도와 암내 안 나는 유전자가 상관관계가 있다고는 한다. 근데 거기서 제일 큰 예외가 바로 한국이 포함된 동아시아다. 그래서 요즘에는 날씨와 딱히 상관이 있는 건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고.


향수 뿌리는 서양인


생각해보니 향수 문화는 서양이 훨씬 발달한 것 같은데, 이런 유전자 때문이 아닐까 싶다. 서양애들은 워낙 암내 및 귀지 냄새가 심하기 때문에, 향 자체가 좋아서 향수를 뿌리는 게 아닐지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향수를 뿌린다면 그건 그 은은한 향 자체를 즐기기 때문이라면, 서양인들은 본인들의 냄새를 감추려고 향수를 뿌리는 것 같다. 물론 당연히 아닌 사람 있음. 내 고등학교 때 독일인 선생님이 계셨는데, 아침에 씻고 나와도 가르치다 보면 암내가 나서 무조건 향수를 뿌린다고 했다. 그리고 데오드란트도 서양애들은 무지막지하게 바른다. 데오드란트가 완죠니 필수품이다. 남편만 봐도 하루에 적어도 두세 번은 바르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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