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플랫폼 교수 Apr 30. 2023

고객 중심 조직 변경

나이키 구독전쟁 그 이후

2022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D2C 전략의 일환으로 나이키는 고객 중심 조직으로의 변화를 언급하고 있다. 바로 Men, Women, Kid라는 고객 세그먼트 중심으로 조직을 바꿔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D2C 전략 실행을 통해 고객의 데이터를 직접 모으고 분석할 수 있게 되었기에 이제는 데이터 분석, 시장수요 파악(demand sensing), 시장 인사이트 수집, 재고관리를 모두 고객 세그먼트 중심으로 운영하면서 고객과의 관계 변화를 숫자로 만들어 보겠다는 뜻이다. 문제는 현재의 나이키 조직에 고객이라는 세그먼트를 중첩하여 적용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의 문제이다. 


나이키의 매트릭스 조직구조

나이키의 조직구조를 보면 대표적인 매트릭스 조직의 모양을 갖고 있다. 사업보고서상 매출 구분에서 알 수 있듯이 가장 크게는 지역별 조직(Geographical Divisional Structure)으로 나뉘어 있다. 전체 매출의 41%를 차지하는 North America부터 유럽과 중동을 합한 EMEA, 그리고 아시아와 남미를 합한 APLA, 그리고 중국으로 나뉘어 있다. 각 지역마다 고객이 많이 다르니 상품기획부터 마케팅, 판매까지 별도의 지역으로 구분하여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본사 중심의 기능별 수직적 리더십이 별도로 존재한다. 바로 재무(Finance), 글로벌 인사(Global HR), 제품과 구매(Product and Merchandising), 지원과 법무(Administration and Legal), 글로벌 스포츠 마케팅(Global Sports Marketing), 운영(Operations)이 그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곳은 제품과 구매라는 기능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지원기능인 재무와 인사, 지원, 법무 등은 당연히 글로벌의 일관된 정책을 유지한다는 면에서 글로벌 기업에서 언제나 볼 수 있다. 하지만 상품의 개발과 생산, 머천다이징은 지역 리더십과 글로벌 통제가 동시에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기존의 조직에 나이키는 2020년부터 고객 세그먼트라는 새로운 축을 추가하고 있다. 



나이키의 최 상단 조직을 보면 President & CEO 밑에 5명의 President가 존재하는데 Jordan Brand와 Converse를 책임지는 President가 있고 President of Innovation라는 뭔가 상징적인 역할이 있다. 일단 이 세 사람 휘하의 조직은 별개로 보자. 



가장 핵심적인 자리로 보이는 두 자리는 Consumer & Marketplace(이하 C&M)와 Consumer Creation(이하 C&C)이다. C&M은 지역별 조직을 의미하며 북미, 중국, 유럽중동, 아시아남미로 나뉘는 지역 리더십과 마케팅, Marketplace Partners, Marketplace Supply Chain을 포함한다. 가장 중요한 기능적 조직인 마케팅이 C&M에 속해 있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글로벌 스포츠 마케팅을 담당하는 EVP가 별도로 존재하지만 전체적인 마케팅 예산은 여기에 있어 보인다. 그리고 마지막 두 개의 기능은 Foot Locker와 같은 유통파트너를 대응하는 조직으로 추측된다. 파트너와 공급망 관리라는 기능 역시   과거 간접 유통망 중심의 조직 운영의 중요한 요소였을 것이다. 



D2C를 천명하면서 강화된 조직은 아마도 Consumer Creation이라는 조직으로 보인다. President 인 Michael Spillane에게 보고하는 조직을 보면 두 가지가 섞여 있는 모습을 보인다. 과거 상품 중심의 조직에 고객중심의 조직을 추가한 모습이다. 과거 Product & Merchandising에 속해 있었을 것이라 추측되는 상품조직에 추가로 Global Women, Global Kids 그리고 Men 조직이 존재한다. 


미국식 조직 편제여서 조금 혼동되지만 일단 Global이라는 타이틀을 붙이는 기준이 모호해 보인다. Aaron Cain은 VP&GM, Men’s로 타이틀이 되어있으니 남성이라는 세그먼트를 총책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래쪽으로 VP&GM, Men’s APLA를 담당하는 Cesar Garcia가 있는 것으로 보아 그렇게 추측이 된다. 아직 중국과 유럽에는 VP&GM, Men’s이 정해지지 않았으니 Aaron Cain이 직접 관할한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여성 세그먼트를 보면 더 혼동된다. VP & GM, Global Nike Womens라는 타이틀을 가진 Whitney Malkiel은 명칭상 보면 Women 시장 전체를 총괄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녀에게 직접 리포트하는 지역조직의 Women VP & GM이 없는 것을 보니 일단 홀로 Women 시장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Global이라는 단어가 타이틀에 붙은 경우는 Kid도 마찬가지다. VP & GM, Global Kids는 McCallester Dowers가 맞고 있는데 그 아래 북미 Kid 담당과 의류 머천다이징 조직이 리포팅 라인으로 있는 것을 보면 유일하게 Kid 세그먼트는 고객 중심으로 많이 완성된 모습이다. 아마도 가장 작은 세그먼트이기에 직영망의 모습처럼 나이키는 조직 역시 실험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아직은 조직 전체가 고객 중심으로 바뀌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지역별로 고객 세그먼트별 리더십이 있기도 하고 글로벌의 리딩을 받고 있는 곳도 있어 보인다. 결국 가장 큰 시장인 남성과 여성 시장은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고 있는 모습이다. 고객 조직이 신설되었지만 여전히 상품과 머천다이징 조직은 별도로 존재하는 것이 그 증거이다. Customer & Creation이라는 조직아래 기능 혹은 상품 중심으로 존재하는 VP들이 다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C&C 산하 13명의 VP 중에 기능별 조직 담당이 10명 고객 세그먼트 담당이 3명인 것을 보면 나이키의 조직은 아직은 진화 중인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섣부른 예측이지만 나이키가 Kid를 위해 만들었던 정기구독 프로그램 Nike Adventure Club이 부활한다면 나이키가 고객 중심 조직으로 변화되고 있다는 신호등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Nike Adventure Club이 실패했던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었다. 얻을 수 있는 가격적인 Benefit은 거의 없었고 유일한 가치는 부모들의 쇼핑 시간 절약이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이 기존보다 30% 정도 낮은 가격으로 구독 프로그램이 재설계된다면 분명 Kid 시장에는 의미 있게 작용할 것이다. 유통마진을 뺀 직접 거래 가격으로 구독비용을 낮추고 Kids 시장을 직접 공략한다는 것은 Kid 담당 GM이 실질적으로 상품의 기획, 생산, 구매 그리고 운영을 총괄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나이키가 기존의 고객과의 관계에서 Direct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가장 강조한 것은 Digital 채널이었다. 큰 변화가 필요 없는 나이키 애플리케이션에는 고객 세그먼트가 아주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다. 개인화된 첫 화면에 상품 세그먼트가 보이지 않고 나에게 첫 추천하는 상품이 주니어 상품인 것은 약간 실망스럽지만 그래도 구매 탭으로 넘어가면 남성, 여성, 키즈, 조던으로 GNB가 만들어져 있다. 


조직을 바꾼 다는 것은 전략을 실행함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수단이다. 그래서 나이키의 D2C전략을 평가함에 있어서 점수를 후하게 주지 못한다면 아직 조직이 전략 실행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히 바뀌지 않아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상적인 조직은 고객 데이터, 시장 인사이트, 상품 기획 등이 세그먼트 별로 움직일 수 있는 지역조직이 고객중심으로 바뀌는 것일 것이다. 글로벌 여성 사장이 전체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상품을 기획하고 마케팅을 설계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D2C를 선택한 것은 고객을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함이고 이를 통해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이해하고 생산하고 마케팅해야 하려면 그 조직의 중심은 지역에 있어야 할 것이다. 


#나이키, #D2C, #구독전략, #구독전쟁, #구독전쟁 그 이후, #조직개편, #매트릭스 조직

매거진의 이전글 나이키 구독전쟁 그 이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