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사슬 비즈니스 모델
비즈니스 모델의 탄생에 이어 집어 든 책은 비즈니스 모델 스토리 101이다. 현직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인 남대일 교수가 몇 명의 공저자들과 더불어 쓴 책이다. 공저자 중의 한 명은 현재 고려대에서 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지만 나머지 3명은 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직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들 4명이 공저자로 이름을 올린 것으로 보안 남대일 교수는 아주 개방적인 사고를 가진 교수로 느껴진다.
이 책은 플랫폼의 생각법을 출간한 한스미디어에서 출판했기에 이미 오래전에 그 존재를 알고 있었다. 단지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단어에 큰 관심이 없었기에 추천을 받고도 읽지 않았던 책이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매년 수천 권이 지속적으로 팔리면서 출판사에게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고 한다. 더불어 이 책이 성공한 그 가장 큰 이유로 강의자료를 꼽았다. 출판사에 연락하면 강의자료를 제공받을 수 있다고 한다. 정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많은 교수자들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강의하면서 이 책을 교과서로 활용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책에 대한 관심이 쑤욱 올라갔다.
먼저 책을 보면서 가장 놀란 것은 책 내용의 대부분이 플랫폼형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사실이다. 전체 구성은 4개의 챕터로 되어있는데, 그중 플랫폼형 비즈니스 모델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78.6%이다. 전체 페이지가 421페이지인데 3장이 331페이지이니 말이다. 플랫폼을 연구한다고 하면서 이 책을 보지 않았다는 것이 조금 창피했지만 그래도 많이 반가웠다. 누군가가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을 잘 정리해 놓았 다는 사실에 말이다. 물론 이러한 편중에 대해 아주 부정적인 리뷰를 해주는 분들도 있었다. 이 편중은 아마도 나의 책 리뷰에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될 것으로 보인다. https://brunch.co.kr/@tawnytaewon/33
1장: 개인, 기업, 시장 그리고 비즈니스 모델 (9-21)
2장: 가치사슬형 비즈니스 모델 (25-39)
3장: 플랫폼형 비즈니스 모델 (43-374)
4장: 사회적 가치기반 비즈니스 모델 (377-421)
일단 이 책은 기업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 거래 비용 등에 대해 살짝 이야기하고 곧장 세상을 두 개의 비즈니스 모델로 나눈다. 물론 마지막 사회적 가치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은 살짝 예외로 두고 말이다. 두 개의 비즈니스 모델 중의 하나는 가치사슬형이고 또 하나는 플랫폼형이다. 내가 단면시장과 양면시장으로 세상을 나누었던 것과 같아서 즐거웠다.
가치사슬형은 한쪽 방향으로 가치가 흐른다. 즉 왼쪽에 기업이 있고 오른쪽에 소비자인 개인이 있다. 가치는 기업에서 고객으로 흐르는데 이를 Chain이라 부른다. 물론 그 사이에는 시장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다. 가치사슬이라는 단어의 어원이 어디 있는지는 모르지만 가장 고전적인 비즈니스 모델임은 분명하다.
이 책은 가치사슬형 비즈니스 모델을 아주 가볍게 다룬다. 비즈니스모델의 탄생(이하 탄생)에서 거의 대부분이 가치사슬형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의외다. 가치사슬을 중심으로 통합형, 세분형, 재정의형으로 나누어 자라, 기프가프, 해피리턴즈, 힐티의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탄생"에서 뭔가 산만하다고 느꼈던 비즈니스 모델 패턴이 이 책에서는 훨씬 더 정리된 느낌이다. 물론 정리된 느낌이 맞다는 의미는 아니다.
고전적인 모델로 수직적인 가치사슬을 통합한 모델은 가장 많이 존재했었다. 생산과 판매, 소싱을 통합하여 효율을 올리는 기업이 확장을 통해 가치를 창출해 냈던 모델이다. 한국의 재벌들을 보면 거의 대부분 그러하다. 이러한 통합형의 사례로 자라(ZARA)를 선택한 것도 탁월하다.
두 번째인 세분형은 가치사슬의 특정 부분에 집중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의미한다. "탄생"에서 언번들링이 이에 해당한다. 기프가프(Giffgaff)라는 기업은 처음 들어보지만 현재 한국에서 유심 기반으로 통신사업을 열심히 하고 있는 토스를 생각하면 거의 유사하다. 토스는 통신망도 없고 심지어 빌링도 유플러스가 대행한다. 단지 판매만 토스가 담당하고 수수료를 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사례 역시 생소한 기업인데 반품 프로세스만을 전문으로 하는 해리피턴즈이다. 반품이라는 것이 온라인 커머스의 가장 아픈 부분인 점이기에 그 Chain을 사업화한 모양이다. 반품물류가 아주 편리한 한국적 시각에서는 약간 어색하다.
현재 가치사슬형 비즈니스의 트렌드는 전체 가치사슬이 아닌 부분에 집중하고 나머지를 아웃소싱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나이키나 룰루레몬이 제조를 아웃소싱하는 것처럼 말이다. 따라서 첫 번째가 일반형, 그리고 두 번째가 진보형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마지막은 재정의형이다. 이 비즈니스 모델은 가치사슬에서의 진화형이다. 기존의 판매 모델에서 대여모델로 전환한 경우를 재정의의 예로 들고 있다. 수많은 제조사들이 기존의 제조에서 서비스로 변신한 사례를 말한다. 서비스타이제이션이라 표현하기도 하고 구독모델이라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기본은 돈을 버는 방식을 변경한 것을 의미한다. 물론 제조기업이 서비스기업으로 변신한 것도 중요한 변화의 사실이다. 이 트렌드는 제조업의 가치비중이 감소하고 고객과 거리가 점점 더 멀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경쟁이 격화되면서 고객과 거리가 멀어질수록 가질 수 있는 가치가 적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책의 가치사슬형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이다. 책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플랫폼형에 비해 너무 약소하다는 점이 아쉽다. "탄생"에서 이야기했던 롱테일, 오픈 비즈니스, Freemium 등은 대부분 플랫폼형으로 자리를 옮겼다. 아마도 플랫폼에 대한 개념 정의를 조금 넓게 한 모양이다. 그 관점도 감안해서 플랫폼형 비즈니스 모델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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