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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나를 사랑하기

by 사라랄라 철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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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에너지를 충전하는 도구로 삼으면 좋겠습니다. 자존감을 높이고, 활력을 북돋우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건강한 도구로 삼기를 응원합니다.

<인생에 달리기가 필요한 시간>, 권은주 저.



결혼 전 참 탄탄하고 날씬했다. 하고 싶은 것도 많아서 늘 바빴다.

그런데 결혼과 출산을 하고 삶이 통째로 바뀌었다. 아이를 낳고는 기르는 데 많은 시간을 쏟았다. 나는 성격상 누군가에게 아기를 맡기기보다 스스로 해결해 나갔다. 아기와 보내는 시간은 행복했다. 하지만 산후 우울증과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우울감은 극에 달았다. 평생 해오던 운동은 전혀 하지 못했고, 자연스럽게 살이 쪘다. 예전 같지 않은 몸매와 여전히 잘나가는 친구들과의 비교가 시작되면서 나를 움츠러들게 했다.

거울을 볼 때마다 무거워진 몸과 축 늘어진 뱃살은 나를 더욱 우울하게 만들었다. 삶에 활력소를 잃어가면서 점점 무서워졌다.


나는 예전에 하던 운동을 떠올렸다. 결혼 전에는 혼자 등산도 다니고 수영도 하고 골프연습도, 근력운동도 참 열심히 했었다. 두 번의 출산과 육아를 거치며 체력은 많이 떨어져 있었다. 굳게 마음을 먹고 등산 캐리어를 구매해 아이를 캐리어에 앉히고 등산을 시작했다. 매일은 갈 수 없었지만 간간히 등산으로 활력을 찾으려 노력했다.


몸이 이전처럼 좋아지지는 않았지만 아프지 않게 운동 할 수 있었다. 지나친 욕심의 끝은 부상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조금씩 훈련을 늘리고 체력을 키워갔다. 철인3종에 관심을 갖게되었고 대회에도 출전해서 우승까지 했다. 철인3종 완주를 통해 우승보다 기뻤던 건 다시 무언가에 도전할 수 있는 몸 상태와 해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가졌다는 사실이다.

철인3종의 대회장 분위기와 그 날의 기분, 그리고 그 첫 출전의 공기는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완주만 해 보자.' 라고 마음을 먹었었고, 지금껏 셀 수도 없이 많은 날을 운동했지만 그날만큼 좋았던 적은 없었다.

그러나 이 기분은 지속되지 않았다.

경기에서 레이스를 펼칠때 기분은 곧 바뀌었다.

'아! 나는 왜 이러고 있는 걸까? 자전거를 팔아버려야 겠어! 이런 걸 왜 시작한 거야!'

그러다가도 곧 또 생각한다.

'진짜 재미있다!', '몇 키로 남았지? 너무 힘들다...',

그렇게 골인지점을 통과하면 레이스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 다음 대회를 생각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좋은 기량, 좋은 기록을 유지하고 싶은 마음은 있다. 그러나 내 자신을 채찍질하면 좋은 기량을 낼 수 있을지 몰라도 고통 속에서 레이스를 펼쳐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운동을 그렇게 까지 하면 삶이 피폐해지고 몸과 마음에 스트레스가 쌓인다. 이제 선수시절처럼 고통을 감내하며 매일 사점을 오르내리면서 까지 좋은 기록을 유지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철인3종 하면 나, 대한민국 최초 아이언맨 SUB10 유사라! 라는 타이틀에 욕심이 있었다.

그런데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정도, 일도, 뒷전으로 미루고 온 몸의 세포와 포커스가 아이언맨에 가 있을 때 쯔음 깨달았다. 대한민국 최초 아이언맨 SUB10 유사라!라는 타이틀은 내 욕심이기도 했지만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내 모습이기도 하다는 점을 말이다.


수명을 깎아먹는것 같은 고통 속에서 좋은 기록을 위해 달리고 또 달려 얻은 기록은 나의 진심일까?


나는 이제 타이틀을 가져야겠다는 마음이 없다. 기록을 내기 위해 쉬지도 못하고 내 자신에게 채찍질하고 부추기면 좋아하는 운동이 싫어지고 의무감에 하는 운동이 되어버린다. 좋아해서 시작한 운동이 싫어지는 마음이 더 두려웠다. 내 자신을 혹사시키면서까지 하면 삶의 에너지가 되는것이 아니라 일상에 지장을 주는 때가 온다. 부상을 당하던지 좌절하는 순간들이 쌓여 자신감을 일게되면 다시 한번 무엇을 위해 하는지 되돌아 봐야 할 것이다. 삶의 에너지를 충전하는 도구로 삼아야 할 것을, 에너지를 고갈시키기만 한다면 말이다.

왜 내가 이 것을 선택했는지, 무엇을 위하여 이 것을 하는지 말이다.


김주환 교수는 달리기를 '움직임 명상'이라고 표현한다. 움직이면서 내 몸에 집중하고 지금 현재에 집중하는 시간을 두고 말한다.

시시각각 때때로 변하는 몸과 마음을 들여다보고, 온갖 잡 생각이 오고 가지만, 단 하나 바뀌지 않는 것이 있다면 운동을 너무나도 사랑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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