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내고, 쉬엄쉬엄 쉬어가는 안식년을 보냈다.
마음이 힘들어서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고, 하기도 싫었다.
무기력증과 우울감으로 상담과 의학의 힘을 빌리기도 했다.
하지만 조금 도움은 되었을 뿐, 계속 무기력한 한 해를 보냈다.
추운 겨울 이불속에서 차가운 마음을 녹였고, 겨울치곤 따듯했던 1월의 어느 날 바람 쐴 겸 평택에서 제부도로 자전거를 타고 떠났다.
그런데, 왜 그런 날 있잖아요, 처음부터 느낌도 쎄 하고, 뭔가 안 풀리는 날.
그날이 이 날이었다.
오랜만에 꺼낸 자전거 자가 정비를 마치고, GPX computer를 켰는데, 켜지지 않는다. 초기화를 시키고 업데이트를 해도 나갈 채비를 하는 한 시간 동안 묵묵부답. '뭐, GPX computer가 중요하진 않지! 그냥 가자!'
타이어에 공기를 넣는 순간 들어가지 않았고 소위 구찌라고 불리는 튜브밸브가 휘었나 싶어 교체를 해 봐도 들어가지 않는다. 근처에 있는 자전거포에 급히 가 보았지만, 밸브의 문제가 아니고 휠 안에 붙어있는 림 테이프가 밀렸다고 한다. 현 매장에는 없으니 다른 매장에 가보라고 하신다. 하지만 근처에는 자전거포가 없었다. 차에 실어서라도 정비를 받아야겠다 싶어 근방 20km까지 수소문을 해 보지만 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어찌어찌 집 근처에 있는 샵에서 손 봐주신다 하여 달려갔다.
그렇게 예상 출발 시간에서 2시간이나 늦춰졌다.
그래도 달릴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오랜만의 100km 라이딩이라 간식도 두둑이 챙기고 물도 두둑이 챙겼다.
출발은 힘들었으나 가는 길, 모든 것이 좋았다.
겨울이라 바람을 막아줘 겨울에는 귀도 안 시리다는 TT헬멧을 착용했다.
그런데 원래 이랬나 오늘따라 광대도 관자놀이도 눌려서 불편하다. 헬멧을 조였다 풀었다 위치도 조정하면서 살살 달래 가며 가본다.
제부도에 도착해서 칼국수도 한 그릇 국물까지 싹 비우고 커피도 한잔 하려 했는데 예상보다 출발 시간이 많이 늦춰져서 커피는 과감히 패스한다.
땀이 식을라 서둘러 출발하고, 돌아오면서 걸리는 신호에 짜 먹는 스포츠 양갱도 먹고, 주전부리도 챙겨 먹는다. 살기 위해서. 혹시나 오랜만의 라이딩에서 지쳐 쓰러지면 안 되니까.
겨우내 도로포장도 새로 했나 보다. 이렇게 좋은 환경의 도로가 아니었는데 깨끗해졌다.
그렇게 매끄러워진 도로를 바라보며 달리는데!
응? 눈떠보니 웬 할아버지가 앞에 앉아 계셨고, 괜찮냐고, 추워 보이니까 옷을 덮어주신다고 한다.
"어르신, 제가 왜 쓰러져 있는 거예요? 여기 어디예요? 오늘 무슨 날이지..? 아기들 하원하러 가야 되는데..."
"허허허..."
"저 얼마나 누워있었나요?"
"한 20분은 넘었어~ 119 불렀는데 왜 하도 안 와서 다시 전화했더니 여기가 너무 멀다고 하네"
"그럼 저 왜 넘어졌는지 혹시 보셨어요..?"
"그냥 픽 쓰러지길래 바람 때문에 쓰러지는 줄 알았어~"
"기억이 안 나요......"
"기다려~ 119 불렀으니까"
그렇게 짧은 대화가 끝나고 날짜와 시간을 확인하려 폰을 꺼내는 순간 휴대전화에 비친 내 얼굴이.... 말이 아니었다..... 퉁퉁 부은 광대와 눈으로 누군지 알아볼 수 없을 만큼이었다....
"어르신 혹시 제가 넘어졌을 때 헬멧을 쓰고 있었나요?"
"응~ 쓰고 있었지 방금 일어나 앉을 때까지 쓰고 있었어~"
왜 넘어졌는지, 헬멧을 쓰고 있었는지, 언제 벗었는지도 기억이 안 났다..
그렇게 구급차를 타고, 병원엘 갔고 병원에선 별 다른 검사 없이 엑스레이만 찍고 뼈에는 이상이 없으니 드레싱만 받고 귀가조치를 당하였다.....
근데 왜 쓰러진 건지 아직도 의문이지만, 이 소식을 들은 다른 의사들은 꼭 머리 CT를 찍어보라고 권유한다.
올 건강검진은 머리 CT를 찍어야겠다.
평소 낮은 혈압으로 인한 건지, 잘 챙겨 먹어서 저혈당 쇼크는 아닌 것 같고.. 물을 더 자주 마셨어야 하나?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점점 무서워진다. 혼자 운동하는 게..
사람들과 운동하려면 아이들 등하원시간에 일까지 하니 일정을 맞추기가 쉽지 않고 주말도 육아 때문에 사실 운동을 하지는 못한다.. 아 어찌해야 하는 것일까
주변에 들리는 사고 소식 그리고 해마다 발생하는 자전거 사망사고는 나를 더 무섭게 만든다.
내가 아는 모든 이들이 무탈했으면 좋겠고, 그들의 지인들도 그리고 자전거를 타고 운동하는 모든 사람들이 건강을 위해 하는 운동이니 몸도 마음도 항상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