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다시 오른 안장에서 또 내려오다

by 사라랄라 철사라

2024년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내고, 쉬엄쉬엄 쉬어가는 안식년을 보냈다.

마음이 힘들어서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고, 하기도 싫었다.

무기력증과 우울감으로 상담과 의학의 힘을 빌리기도 했다.

하지만 조금 도움은 되었을 뿐, 계속 무기력한 한 해를 보냈다.


추운 겨울 이불속에서 차가운 마음을 녹였고, 겨울치곤 따듯했던 1월의 어느 날 바람 쐴 겸 평택에서 제부도로 자전거를 타고 떠났다.


그런데, 왜 그런 날 있잖아요, 처음부터 느낌도 쎄 하고, 뭔가 안 풀리는 날.

그날이 이 날이었다.


오랜만에 꺼낸 자전거 자가 정비를 마치고, GPX computer를 켰는데, 켜지지 않는다. 초기화를 시키고 업데이트를 해도 나갈 채비를 하는 한 시간 동안 묵묵부답. '뭐, GPX computer가 중요하진 않지! 그냥 가자!'


타이어에 공기를 넣는 순간 들어가지 않았고 소위 구찌라고 불리는 튜브밸브가 휘었나 싶어 교체를 해 봐도 들어가지 않는다. 근처에 있는 자전거포에 급히 가 보았지만, 밸브의 문제가 아니고 휠 안에 붙어있는 림 테이프가 밀렸다고 한다. 현 매장에는 없으니 다른 매장에 가보라고 하신다. 하지만 근처에는 자전거포가 없었다. 차에 실어서라도 정비를 받아야겠다 싶어 근방 20km까지 수소문을 해 보지만 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어찌어찌 집 근처에 있는 샵에서 손 봐주신다 하여 달려갔다.

그렇게 예상 출발 시간에서 2시간이나 늦춰졌다.

그래도 달릴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오랜만의 100km 라이딩이라 간식도 두둑이 챙기고 물도 두둑이 챙겼다.


출발은 힘들었으나 가는 길, 모든 것이 좋았다.

겨울이라 바람을 막아줘 겨울에는 귀도 안 시리다는 TT헬멧을 착용했다.

그런데 원래 이랬나 오늘따라 광대도 관자놀이도 눌려서 불편하다. 헬멧을 조였다 풀었다 위치도 조정하면서 살살 달래 가며 가본다.

제부도에 도착해서 칼국수도 한 그릇 국물까지 싹 비우고 커피도 한잔 하려 했는데 예상보다 출발 시간이 많이 늦춰져서 커피는 과감히 패스한다.

땀이 식을라 서둘러 출발하고, 돌아오면서 걸리는 신호에 짜 먹는 스포츠 양갱도 먹고, 주전부리도 챙겨 먹는다. 살기 위해서. 혹시나 오랜만의 라이딩에서 지쳐 쓰러지면 안 되니까.

겨우내 도로포장도 새로 했나 보다. 이렇게 좋은 환경의 도로가 아니었는데 깨끗해졌다.

그렇게 매끄러워진 도로를 바라보며 달리는데!


응? 눈떠보니 웬 할아버지가 앞에 앉아 계셨고, 괜찮냐고, 추워 보이니까 옷을 덮어주신다고 한다.

"어르신, 제가 왜 쓰러져 있는 거예요? 여기 어디예요? 오늘 무슨 날이지..? 아기들 하원하러 가야 되는데..."

"허허허..."

"저 얼마나 누워있었나요?"

"한 20분은 넘었어~ 119 불렀는데 왜 하도 안 와서 다시 전화했더니 여기가 너무 멀다고 하네"

"그럼 저 왜 넘어졌는지 혹시 보셨어요..?"

"그냥 픽 쓰러지길래 바람 때문에 쓰러지는 줄 알았어~"

"기억이 안 나요......"

"기다려~ 119 불렀으니까"


그렇게 짧은 대화가 끝나고 날짜와 시간을 확인하려 폰을 꺼내는 순간 휴대전화에 비친 내 얼굴이.... 말이 아니었다..... 퉁퉁 부은 광대와 눈으로 누군지 알아볼 수 없을 만큼이었다....


"어르신 혹시 제가 넘어졌을 때 헬멧을 쓰고 있었나요?"

"응~ 쓰고 있었지 방금 일어나 앉을 때까지 쓰고 있었어~"

왜 넘어졌는지, 헬멧을 쓰고 있었는지, 언제 벗었는지도 기억이 안 났다..


그렇게 구급차를 타고, 병원엘 갔고 병원에선 별 다른 검사 없이 엑스레이만 찍고 뼈에는 이상이 없으니 드레싱만 받고 귀가조치를 당하였다.....


근데 왜 쓰러진 건지 아직도 의문이지만, 이 소식을 들은 다른 의사들은 꼭 머리 CT를 찍어보라고 권유한다.

올 건강검진은 머리 CT를 찍어야겠다.


평소 낮은 혈압으로 인한 건지, 잘 챙겨 먹어서 저혈당 쇼크는 아닌 것 같고.. 물을 더 자주 마셨어야 하나?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점점 무서워진다. 혼자 운동하는 게..

사람들과 운동하려면 아이들 등하원시간에 일까지 하니 일정을 맞추기가 쉽지 않고 주말도 육아 때문에 사실 운동을 하지는 못한다.. 아 어찌해야 하는 것일까

주변에 들리는 사고 소식 그리고 해마다 발생하는 자전거 사망사고는 나를 더 무섭게 만든다.

내가 아는 모든 이들이 무탈했으면 좋겠고, 그들의 지인들도 그리고 자전거를 타고 운동하는 모든 사람들이 건강을 위해 하는 운동이니 몸도 마음도 항상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지금 하는 일이 맞지 않은 것 같은 우리들의 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