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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ly Jan 07. 2016

춘삼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올 겨울엔 눈도 거의 오지 않고 춥지 않아서 그런지 절기의 4/4 박자를 무시한 해님이 성급히 작열하여 화단에 벌써 봄 꽃이 피어났다. 거기에 봄이 온 줄 알고 놀라 깨어난 벌떼가 졸지에 쳐들어와 꽃가루를 뭉쳐 달아나는데 난들 어찌 집 안에 틀어박혀 집수리만 하고 있겠는가?


창 밖에... 데워진 아스팔트가

숲 속 저편 호수를 꼬여,

... 나를 불러...

오라 한다.


흰구름도 창공에 블라우스를 풀어헤치니 얼른 옷 갈아입고 나가 호수 한 바퀴 돌고 나오는데, 넓은 잔디밭에 벌거벗은 나무가 큰 가지를 팔처럼 벌리고 서서 나를 유혹한다. 조각한 여신상도 아닌 그저 한 그루 겨울나무! 허리를 감싸 안고 사진 한 장 찍었더니, 불현듯 옛 시인의 노래가 입가에 맴돈다.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일제의 억압 아래 심정이 갑갑하고 천지의 기운마저 암울했던 시대에 시인 김영랑(金永郞)은 헐벗고 얼어붙은 감정에 봄볕을 쬐어주는 따사로운 시들을 꼼꼼히 짜냈다. 그의 시구는 옛날 옛적 어린 시절에 몸속으로 스며들어와 지금도 이렇게 내 살 속 어딘가 천진한 구석에서 톡톡 튀어나와 마음을 들뜨게 한다.


그러니 봄이 끝날 무렵 다시 떠나가는 봄을 보며, 아차! 서러워할 때면 이런 구절도 나올 거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삼 년 전 마님 모시고, 어렸을 때 대구로 이사 가서 잠시 살았던 여관을 찾아 반월당(半月堂)에 가 보았다. 거기엔 전에 없던 고층 건물들이 흔적 없이 사라진 옛 골목길을 꽉 메우고 늘어서 있었는데, 염매시장(廉賣市場) 입구에 있던 그 여관집은 몰골이 상하고 간판도 떨어져 나가긴 했지만 여전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인근에는 거기 살 때 몰랐던 저항시인(抵抗詩人) 이상화(李相和)의 고택이 기념물로 보존되어있었는데, 집 안에서 제일 눈에 띄었던 것은 고등학교 때 배운 고인의 시였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그 시는 제목이 포함된 첫 구절 말고는 더 생각나지 않았었는데, 적혀있는 것을 다 읽고 나니 끝 구절이 아주 애처롭게 느껴졌다.


그러나 지금은 -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나라와 자유를 모두 잃은 시인이 우려하여 "봄조차 빼앗기겠네"라고 쓴 것을 지금 생각해 보니, 자유롭고 풍요로운 이 세상에 살면서 봄이 와도 온 줄 모르는 우리들보다도 삶에 대하여 느끼는 데에는 일제 치하의 옛 시인이 더 여유가 있었던 것 같다.


젊어서야 오직 열심히 일해서 미래를 준비해야 하겠지만,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경력도 쌓이고 재산도 그럭저럭 모여서 여유로운 삶을 즐길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심신이 마치 ‘빼앗긴 들’처럼 가족과 사회 조직에 얽매여, 당연히 누릴 것은 팽개치고 무거운 짐만 지고 고생하며 늙어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장수하는 사람이 많아서 지금을 100세 시대라고 하니까 아직도 오래 살면서 '빼앗긴 것'들을 되찾을 수 있을 것 같지만, 100살까지 산다고 해도 죽을 때까지 온전하게 살 수는 없고, 이미 세상 떠나기 오래전에 신체적 정신적 기능이 저하되어 시간이 있다 하더라도 만회하기 어렵다.


여성은 50이면 폐경(閉經)이 오고 남자도 그 나이면 갱년기에 접어들어, 젊음을 유지하는 호르몬의 작용이 활발하지 못해 피부도 늘어지고 근육도 풀어지니, 힘도 없고 쉽게 지친다. 눈은 노안이 돼서 돋보기안경을 써야 하고, 이도 이미 몇 개 빠져서 교체했을 테고, 오십견에 어깨가 결리고 뭐 이것저것 다 열거할 수 없는 병들이 몸과 마음을 괴롭히기 시작한다. 특히 고혈압, 당뇨병에 암 걸릴 확률도 점점 높아진다. 뇌도 기억을 잘 못해서 새로운 것을 공부하기도 어렵고, 잘 알던 것도 쉽게 잊어버린다. 자칫하면 치매에 걸릴 수도 있다.


안타깝게도 신체적 조건만 나빠지는 게 아니라 생활의 질도 떨어지고 남은 시간마저도 짧아진다 - 늙을수록 병원에 가는 일이 잦고, 참석해야 할 결혼식이나 장례식도 많아지는 데다가 같이 늙어가는 배우자 부모 자식 친지 등 가족에 대한 책임 또한 커지기만 하니, 이것저것 남 챙겨 주기에 시간을 빼앗겨 자기를 위한 시간이 줄어든다.


세상을 오래 살아 본 사람들은 나이가 먹을수록 시간이 빨리 간다고들 하는데, 이에 비춰 가령 내가 50인데 100살까지 산다고 하면 남은 시간은 50년이지만, 앞으로 살면서 느낄 수 있는 시간은 지금까지 살아온 50년의 반도 안 되는 것이다.


우리 생에 남은 시간의 가치가 얼마나 귀중한 것인가는 더 이상 거론할 것도 없으니, 이제는 시간에 중점을 두고 인생의 방향을 재편성해야 한다. 그러려면 우선 주위에도 관심을 좀 돌려서, 다른 것은 제쳐 두고 다람쥐 쳇바퀴 돌 듯이 갇혀서 늘 똑같은 일에만 매달려 살지 말고, 시간 붙잡고 실컷 놀기도 해야겠다.


"놀지 않는 아이는 바보가 된다"는데, 인간은 원래부터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논다고 하면 뭐 스트레스 풀리게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는 것이나 게으름 피우며 낮잠 자는 것이 생각 날지도 모르겠지만, 애들이 뛰어노는 것을 보면 그런 게 없다. 그렇다고 논다는 것이 뭔가 특별한 것이 아니다. 스포츠, 예술, 창작 심지어 연애까지도 모두 놀이이다.


놀이를 하려면 물론 돈도 있어야 하겠지만 제일 필요한 게 시간이다. 우리가 흔히 쓰는 이재(理財)라는 단어는 사전에 '재산을 잘 관리함'이라고 정의되어 있지만, 이시(理時: 시간을 잘 관리함)라는 단어는 아예 없다. 고금을 막론하고 돈벌이에만 관심이 있지 시간에는 무관심하다는 증거이다. 이제는 돈벌이 못지않게 시간을 얻는 일에도 힘을 쓰자.


때 맞춰 적소에 투자해야 돈이 벌어지고 절약도 해야 돈이 쌓이는 것처럼 시간도 투자하고 절약해야 모인다. 그리고 돈이 쌓여도 제대로 쓰지 못하면 벌 이유가 없는 것처럼 번 시간도 유용하게 써야 한다. '시간을 유용하게 쓰자'니까, 누차 강조한 내 얘기를 벌써 까먹고 '돈 버는 데 쓰라'는 걸로 이해할까 봐 다시 말한다.


"시간을 가지고 놀자!"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기원전 460 – 370, 직업이 의사였다)가 이런 말을 했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예술도 일종의 놀이이니까, 나는 이 말을 역설적으로 풀어서 이렇게 말하고 싶다.


"제대로 놀지도 못하고 인생은 끝난다."


적어도 봄이 갈 때서야 겨우 ‘찬란한 슬픔’으로 보내지 말고, 오기 전에 훈훈한 가슴으로 맞도록 준비하자.


- 2014년 3월 1일, 난데없이 쳐들어온 벌떼를 보고, 코 앞에 온 봄 인사를 적으며...


호모 루덴스(라틴어 Homo Ludens = 사람 + 놀다)는 노는 사람(유희의 인간)을 뜻한다. 네덜란드의 역사학자 요한 호이징가(Johan Huizinga)는 1938년에 낸 'Homo Ludens'라는 책에서 놀이라는 것이 문화 창조에서 꼭 필요한 조건임을 밝히고, "놀이는 자유다. 실생활이 아니며 영리를 추구하지 않는다."라고 정의했다.
여자 - 음악 - 웃음소리 - 봄이 오는 소리(7년 전에 접은 화집에 어제 볼펜으로 그림 하나 그렸다)


- 춘삼월 본문 끝 -


 본문을 다 읽어 주셨네요. 고맙습니다. 아래에는 단지 댓글과 관련된 지겨운 내용만 적혀 있습니다.



- @마음을그리는신선한장미화님께 축하합니다. 30번째 구독자20니다.

이 꽃 받으세요. 제가 옛날에 그렸어요. 스페인에 가시면 들길에서도 많이 보실 거예요-개양귀비 꽃.

산티아고 가는 길은 이미 12세기의 Codex Calixtinus라는 책에도 기록되어 있는 유명한 순례길입니다. 죄수들이 벌 받는 대신 이 길을 가기도 했죠. 지금과 다르지만 쉬운 길이 아니었나 봅니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여행자의 블로그를 소개합니다. 필자가 2012년 5월에 St. Jean Pied de Port에서 피레네 산맥을 넘어 산티아고에 도착한 후에 Fisterra까지 갔던 일정을 기록해 두었습니다. 배낭에 든 물건부터 여행 준비를 위한 체력단련 등등. 영어 사이트인데 이 주소를 참고하세요.

Cutie on The Camino

http://blog.cutieonthecamino.com/?cat=5 (일정)


오래된 일이지만 제가 스페인은 차와 비행기로 여러 차례에 걸쳐 거의 전 지역을 다녔습니다. 포르투갈 중부와 북부까지... 얼마 전에는 카나리아 제도의 테네리프섬, 곧 세빌리아에 갑니다. 산티아고 순례 길은 옛날에 차로 돌았는데, 부르고스와 레온 구간은 아무리 가도 똑같아 보이는 단조롭고 먼 길이었습니다. 그때는 도보 여행자도 별로 없던 시절이었는데 지금은 순례자가 늘어서 방 값도 올랐다네요. 블로거 기록 대충 보니까, 5월은 비가 오는 날이 많고 춥지만 한가하답니다.


포르투갈에서는 문제가 없지만, 스페인에서는 영어가 잘 안 통하는데도 많아요. 적어도 스페인어로 날짜와 숫자는 셀 수 있어야 편리합니다.


- @선화공주님께 붓 하나로 일단 시작했습니다.


1. 우선 모델을 제 화집에 볼펜으로 대충 스케치했어요.

2. 스케치를 보고 아래에 크로키했어요(안경 색칠할 엄두가 안 나서 벗은 모습을 상상해서).

3. 크로키에 색칠하는데 종이가 부풀어서 물을 줄이고, 붓을 씻어서 색깔 바꾸면서 계속했죠.

4. 원본의 색깔을 그대로 재현할 수가 없어서 비슷한 색깔을 백지에 칠해 보고 마무리했습니다.

4. 색칠 완료

수채화 빨래트에 들어 있는 가는 붓 하나로 물 좀 섞어서 색을 냈는데, 검정색이 없어서 청색과 갈색으로 눈썹을 그렸어요. 객관식 질문 1. 검정색 따로 사야 될까요?(O X)

색칠하고 나니까 종이가 물에 불어서 쭈글쭈글해요. 객관식 질문 2. 다림질해야 되나요?(O X)


선생님 말씀대로 그린 그림에 제목이 없네요. 저의 첫 번 째 수채화인데, 모델 이름이라도 알려 주시면 그분 이름을 붙였으면 좋겠는데... 주관식 질문 3. 모델 이름 (  )


댓글에 답을 간단히 'XX, 선화공주' 이렇게 써 주세요. 미술 지도 고맙습니다.


일요일날 시간이 없어서 자다 깨서 이글 씁니다.


스페인에서 화가가 보면 좋은 것들을 생각나는 대로 적어 봅니다.

1. 마드리드(교회는 볼 게 없음)에서 유명한 박물관 - 프라도, 레나 소피아... (길에서 소매치기 조심, 저도 한 번 당했어요).

2. 기차 타고 아침에 일찍 가면 톨레도(옛 수도)에 당일 여행 가능. 엘 그레꼬의 작품 등등 무지 볼 게 많아요.

3. 엘 에스꼬리알도 당일 기차 여행 가능. 건물이 어마 어마 해요.

4. 스페인 특유의 예술적 특징: 아랍과 서구 예술의 융합(8세기에서 15세기까지 이베리아 반도에만 있었던 아라베스크 양식), 남부 안달루시아(세빌리아, 그라나다(알람브라 궁전), 코르도바)에 많죠. 산티아고 가는 길에 부르고스에 들르면 미라 플로레스 수도원에도 조금 있고, 세고비아에도...

5. 스페인 화가 중에 벨라스께스는 궁정화가여서 외국에는 그의 작품이 드물고, 쥬르바란은 스승도 없이 화가가 됐데요. 엘 그레꼬(그리스 출신이란 뜻)의 스타일은 독특하고... 무릴리오(세빌리아에 그의 대작들이 소장됨), 고야(현대 미술에 지대한 영향)의 작품들... 피카소의 게르니카는 레나소피아박물관에... 후안 미로, 살바토르 달리... 관심 가져 볼만 합니다.


- @가출소녀님께

깨어진 소녀상 2007년 11월

옛날 사진들을 정리하다 보니까 소녀상이 있는데. 흙을 다듬어 형을 만들고 속도 비워서 말렸더니 머리 한쪽에 금이 가 있었어요. 그걸 보정하느라고 금 간 곳에 물을 축이고 새도 한 마리 붙여서 다시 말렸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젖은 데가 마를 때 수축해서 머리 전체에 금이 가더니 다 쪼개져 버렸답니다. 작은 걸 고치려고 책도 안 보고 마음대로 했다가 망쳐 버렸어요. 만드는데 공들인 시간이 아까왔지만 다시 만들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다음에 마님의 두상을 만들 때는 조심해서 제대로 말리고 구워내어 얼굴에 살짝 화장을 해 주었어요.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바로 남이 주는 답을 쓰면 효과적이긴 하지만, 실수하면서 스스로 배우는 것은 더 깊은 성취감을 줍니다. 비록 정답이 아닐지라도...


길을 잃으신 것 같아서 걱정이 됩니다.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죽었니? 살았니?


- @순례버스공주님께

버스 안에서 잠든 어떤 아저씨의 모습

7년 전 어느 날 버스에서 '잠자는 공주' 아저씨를 보고 볼펜으로 크로키했는데, 조금 자세히 그리려고 했더니 눈을 뜨셔서 화집을 얼른 덮었어요. 그때는 몰래 남의 얼굴을 그리기도 했는데, 이제는 살짝 훔쳐보기만 해요. 저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이 생각 저 생각하면서...


- @필로의초상

필로와 함께한 친구들의 생일 파티

필로의 집은 비어있지만 문을 열 때마다 정답게 반겨주고 밤새 우리를 지켜줍니다.


-@우타마로님께

스케치 - 소피 마르소의 초상과 우타마로의 미인도

옛날 화집을 보니 소피 마르소와 우타마로의 미인도가 나란히 있네요. 옛날에 회사 다닐 적에 서울의 구의동 지하철역에는 청순한 얼굴의 소피 마르소를 모델로 한 커다란 광고 사진이 붙어 있었는데, 어느 잡지에서 다시 본 그녀의 모습은 나이 든 아줌마였어요. 그때 사진을 보고 볼펜으로 스케치했는데,  벌써 7년이 지났네요. 오늘 다시 보니 소피 마르소의 눈가에 주름이 생겼어도 옛날에 보던 아름다움이 얼굴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 같아요. 아마 세월 따라 같이 가다 보니 남들 늙는 게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인가 봅니다.


미인도를 그린 기타가와 우타마로(喜多川歌磨,1753?-1806)는 에도시대의 유명한 화가인데, 주로 환락가의 여성들을 소재로 그림을 그려서 판화인 우키요에(浮世繪 - 덧없는 세상의 그림)를 제작했어요. 그의 작품의 특징은 여자의 몸 전체가 아니라 가슴과 머리 부분만 그린 오쿠비에(大首繪)예요. 얼굴을 부각해서 상체만 그린 것이라면 흔한 초상화일 뿐인데도 당시에는 전위적인 미술의 형식이었답니다. 여인도의 주인공이 소피 마르소처럼 실재의 모델을 그린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의 표현은 섬세해서 여성의 부드럽고 가냘픈 선이 마냥 아름답네요.


-@산티아고갔던님께

산티아고-데-꼼뽀스뗄라 2016년 6월 25일

며칠 전에 산티아고에서 누가 보내온 사진인데 성당 전면과 종탑 보수공사가 한창입니다. 광장에는 관광객 중에 순례자들도 좀 보이고 찌푸린 하늘에도 그나마 푸른 구멍이 나있네요. 제가 갔던 1994년 7월 25일 성축일에는 광장에 사람들도 붐비고 하늘도 푸르러, 그날 밤 불꽃이 수놓고 간 자리에 하얀 연기가 은하수를 그렸어요.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 어릴 적엔 서울의 밤하늘도 참 맑고 달빛에 푸르렀는데, 이제는 은하수가 말라서 쪽배도 보이지 않네요. 토끼는 어디 남아 숨을 쉬고 있을까요?


답: 주토피아(Zootopia)에 살고 있습니다. 방아 찧기 힘들어서 경찰관이 되어 여우와 함께 일한다네요.


-@시씨왕비

마티아스성당에서 본 시씨의 흉상 - 2005년 8월 30일

1867년 시씨와 남편이 부다페스트의 마티아스성당(Mátyás-templom)에서 헝가리의 왕으로서 대관식을 올렸어요. 이 성당 안에(계단을 올라가면!) 예쁘게 조각된 그녀의 흉상이 있는데, 거기에 남편은 없어요. 왜냐하면, 황제는 헝가리인의 미움을 받았지만, 시씨는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랍니다. 미모가 아니라 남편을 설득해서 오스트리아의 속국이던 헝가리에 외교권 이외의 정치적인 자치권을 많이 주었으니까요. 그녀는 신혼 때 헝가리에 딸들을 데리고 갔다가 어린 첫째 딸을 잃었지만, 헝가리에 대한 애정이 지극해서 헝가리어도 배우고 막내딸도 거기에서 낳았답니다.


추천: @Girliver님의 여행기에 부다페스트가 잘 소개되어 있어요. (잔뜩 흐린 부다페스트도 마냥 좋다)에서 '성당' 사진도 보세요.

시씨역을 맡은 로미 슈나이더(Romy Schneider) - 1955년

시씨에 관한 유명한 영화는 로미 슈나이더(본명: Rosemarie Magdalena Albach, 1938 - 1982)가 1955년에 주연한 <Sissi>에요. 그녀는 원래 그림책 작가가 되려고 했었는데, 엄마가 주연한 영화에서 딸 역할로 데뷔하고 고등학교를 그만두었어요. 그녀가 Sissi역을 맡고 영화를 찍을 때는 그녀의 엄마가 Sissi의 모친 역을 해요. 이 영화의 성공으로 그녀는 일약 스타가 되고, <Sissi> 시리즈가 3편까지 나와 당시에 Sissi처럼 머리를 길게 느리고 긴 드레스를 입는 게 유행했답니다. 알랑들롱을 위시한 연예인들과 연애했고 두 번 결혼했지만, 약물 복용과 과다 흡연 등으로 건강을 해친 그녀는 14세의 아들이 사고로 떠난 이듬해 하늘로 갔어요. 그녀의 아버지도 배우였는데 무대에 설 때 연예인들이 통상 가지는 긴장이 과다해서 심근경색으로 돌아가셨죠. 그녀 또한 그런 스트레스가 많았대요.


-@못다핀꽃

피지 않은 장미꽃을 다 그리지 못하고 떠나다. - 2009년 7월 6일 독일 Linslerhof

어느 날 장미꽃을 그리다가 말고 자리를 떴습니다. 그리고 후에는 그림을 거의 그리지 않았어요. 이번엔 댓글 쓰기를 여기서 잠시 멈춰야겠네요. 그림은 다시 그리지 않았지만 글은 가을에 다시 시작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연말인사

스페인령 카나리아제도의 란자로떼(Lanzarote) 섬에는 작은 화산들이 널려 있는데 마치 공룡이라도 뛰어나올 것 같아요.

올해는 연초부터 가을이 오기 전까지 브런치에 글도 올려놓고 선배 작가님들의 서법을 본받아 열심히 손질하고, 관심작가님들이 쓰신 글들을 세심히 들여다보며 과감히 댓글도 많이 달아 드렸는데, 그것도 좀 멈추니까 다시 글쓰기가 꽤나 어려워졌어요. 이제 곧 성탄절이니까 진지한 연말 인사 귀하(엽)게 받아 주세요.


- 2016년 동짓날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의 화산섬 Lanzarote에서


산티아고 순례길에 이라체 와인샘에 들리셨던 분들 생각하며 만수무강하시라고 건배했어요.

작가님들께 드릴 선물도 있는데 제 글 비인간(非人間)에 가셔서 받으세요.


매거진: 다시 쓴 편지 / 숨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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