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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ly Dec 15. 2015

마술사

제7의 예술: 영화를 일으켜 세운 마술사

에디슨이 발명한 영사기 덕분에 제7의 예술인 영화가 탄생한 시기에 영화 기법과 마술을 융합하여 픽션 영화의 왕도를 연 사람이 있는데, 바로 죠르쥬 멜리에스(Georges Méliès: 1861 – 1938)이다.


죠르쥬 멜리에스는 아버지가 파리에서 고급 구두 가계를 열어 성공한 이후에 마흔두 살이던 어머니에게서 막내로 태어나 가족들의 총애 속에 자라났는데, 아버지의 뜻에 따라 영국에 가서 공부하던 중에 마술을 익혔다. 파리로 돌아온 그는 아버지의 사업을 돕다가, 마침내 극장을 매입하여 자신의 마술을 공연했다.


그러던 어느 날 뤼미에르 형제의 활동사진 ‘기차의 도착’을 보고 영화야 말로 진짜 마술이라는 인상을 받아, 세계 최초의 상설 영화 촬영장을 짓고 '스타 필름'이란 영화사를 설립하여, 영화 제작에 필요한 모든 역할(시나리오 작성, 무대 장식, 배우, 감독, 제작, 영화 배급, 촬영소 설계 등)을 혼자 다 하며 영화를 만들었다.


그렇게 만든 영화들이 1896년과 1912년 사이에 무려 520여 편이나 되었는데, 1차 세계대전의 여파로 영화사가 파산하게 되자, 찍어둔 영화 필름들을 모두 고물로 팔아넘겼다. 그 필름들은 여성용 뾰족구두 만드는 데 재활용되어, 거의 모든 원작이 사라졌다 - 1973년 130편 발견/총 210편이 현존.


1923년 이후 파산해 전 재산을 날리고 연예계를 떠난 죠르쥬 멜리에스는 세상 사람들에게 잊혀진 채, 파리의 몽파르나스역에서 주말도 없이 하루 열네 시간씩, 과자와 장난감을 팔며 배고픈 삶을 이어갔다. 자신이 운영했던 극장의 전속 여배우와 함께 살던 그는,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죽은 딸이 남긴 손녀 마들렌느도 키워야 했다.


멜리에스가 죽은 후에 물려받은 유산이나 자신이 번 재산이 없었던 그 손녀딸은 훗날, 남편의 제정적 후원으로 여러 경매장을 다니며 그의 유품들을 수집했고, 마침내 1973년에는 자상했던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죠르쥬 멜리에스/마법사’라는 책으로 펴내며, 첫 장에 ‘남편에게 바친다’는 한마디 헌정사(獻呈辭)를 적었다.


‘휴고 카브레’는 죠르쥬 멜리에스의 삶을 파리의 기차역에서 시계들을 관리하며 숨어 사는, 고아 소년(‘휴고’: 빅톨 ‘위고’와 같은 이름)의 이야기를 통하여 부각한 영화다.

아버지와 함께, 박물관에 있던 고장 난 로봇을 고치던 어느 날, 화재로 아버지를 여의고 고아가 된 휴고는 역사(驛舍)에서 시계들을 보수하며 사는 주정뱅이 삼촌이 찾아오자, 그를 따라가 역에서 살면서 삼촌 대신 시계들을 관리하며 숨어 살게 된다.


늘 아버지를 생각하며, 고장 난 로봇을 기어이 고쳐보려는 휴고는 장난감을 팔던 노인의 가계에서 필요한 부품을 훔치려다 잡혀서, 노인에게 아버지의 로봇 설계도를 빼앗긴다. 휴고는 그것을 도로 찾으려고, 노인과 함께 사는 손녀딸에게 도움을 청한다.


그러던 중에 로봇을 작동시키는 열쇠를 발견하게 되고, 로봇의 제작자가 바로... 임을 알게 된다. 휴고는 로봇을 들고 뛰어가다가 역무원에게 쫓겨 철로 위에... 로봇을 다시 안고 울음을 터뜨리는데, 만져 터지도록 주무르다 결국 부서진 기계 앞에서 우는 슬픈 장면은... 이내 어린 장인(匠人) 휴고에게서 용기를 얻은... 멜리에스가 세상에 다시 나와 영화를 이야기하는... - 영화의 스포일링을 피하기 위해 트레일러 수준으로 줄거리 생략.


1930년대 파리의 기차역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삼차원 애니메이션과 실제 인물들이 융합된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망막에 화려한 잔상이 새겨지고, "세계를 큰 기계라 하면, 이 세상에 쓸데없는 부품은 없고, 각자가 특별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휴고의 대사도 기억에 오래 남는다.


- 2012년 4월 24일, 늙었다고 슬퍼하지 말자! 낡은 부품도 다 쓸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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