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끌을 모으면 진짜 태산이 됩니다(6)
영어공부를 할 때 한국 사람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가정법이라고 한다. 한국의 어법에 없는(?) 문법이기도 하고 동사의 시제 하나 잘못 썼다가는 가정하는 시점 자체가 안드로메다로 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큰 이유는 누가 뭐라 해도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언어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쓰기도, 알기도 어려울 뿐이다. (사실 외우기 귀찮음)
하지만 문법적으로 맞든 맞지 않든, 일상 속에서 만약에 라는 단어를 혹은 어법을 즐겨 쓴다. 모든 직장인이 가슴속에 품은 사직서를 매주 월요일에 상사 책상에 던지길 꿈꾼다는 만약에 내가 로또에 당첨된다면.부터 시작해서 지금 가진 주식이 갑자기 대박 난다면 등의 환희에 가득 찬 감정도 있지만 만약에 내가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x망 한다면, 혹은 만약에 내가 지금 회사에서 잘린다면 등의 마음을 옥죄게 하는 말도 있다. 만약에.라는 단어가 주는 감정은 그토록 여러 가지이다.
불안은 미래를 예측하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통제하려는 데서 온다.-칼릴 지브란 (감정은 패턴이다)
그리고 만약에 라는 감정이 폭발하는 시점이 있다면 그때는 바로 만약에 내가 아프다면. 일 것이다. 별의별 생각이 다 들기 시작한다. 언제 죽을까.부터 시작해 치료비는 얼마나 나올까. 부모님에게는 언제 알려야 하나. 내 배우자나 자식들은 어쩌나 그럼 지금 내가 갚고 있는 할부금들은 어쩌지 등등. 어쩌면 내가 아픈 것은 오히려 나을지도 모른다. 나는 이렇게 창창한데 부모님이 아프시면?이라는 생각 만으로도 가슴이 철렁할 때가 많다. 당장 부모님이 돌아가신다는 생각보다 자신이 짊어져야 할 그 모든 짐들이 생각나 눈을 질끈 감게 될 테니까. 실제로 내가 만난 사회적 안전망의 경계에 서 있는 그 무수한 사람들은 그런 경로로 자신들의 인생까지도 저당 잡혀야 했다. (나 역시도 그랬으니까.) 한 가정이 무너지는 것은 그리도 쉬운 것이다. 허망하지만. 그러하다.
그렇기에 보험은 꼭 필요하다.
아무것도 예상할 수 없는 매일매일에 믿고 비빌만한 둔덕 정도는 되기 때문이다. 정기 검진으로 치과에 갔다가 충치 하나만 발견되어도 10만 원은 그냥 깨진 적이 많지 않은가? 그때마다 속으로 염불을 외울 때가 우리에겐 늘 언제나 존재한다.(최근에 이 닦다가 충치 치료한 것 떨어져서 화나서 그러는 거 아님. 절대 아님) 그러니 갑자기 검진받다가 발견한 용종의 조직검사 결과가 혹시라도 양성이 나온다면. 갑자기 통장에서 1,2천만 원이 그냥 생길 리가 없다. (하지만 모아놓긴 해야한다.)
앞서 잠시 이야기한 것처럼. 보험은 필요하지만, 어느 정도까지만 필요하다. 이마트 다다익선 행사처럼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 아니다. 당신이 가입되어 있는 보험이 몇 종류인지. 그 보험이 보장하는 질병들이 당신이 진짜 아플 때 받을 수 있는지. 당신은 당신의 불안을 돈을 담보로 바꾼 그 보험이 완벽하게 당신을 지켜주는지. 알고 있는가. 전문용어에 속아 불필요한 특약에 추가로 돈을 더 내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 적은 있는가.
보험을 가입하는 절차마저도 문제다.
어째서 그 사람과의 친분이 보험에 가입하는 기준이 되는가? 30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돈 내는 사람은 당신이고 당신이 내는 보험료의 30%를 18개월간 보너스로 받는 사람은 그 사람인데?
만약은 만약일 뿐이다.
너무 많은 보험료에 시달려 당신의 만약에 너무 많은 지금을 할애하지 마라. 보험이 있다고 해서 당신이 걱정하는 그 이벤트들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보험료를 "타 먹을"그 불행한 순간들은 당신의 인생에서 적으면 적을수록, 없으면 가장 좋은 이벤트 들이다. 집에 처박혀 있을 보험 약관들부터. 힘들지만 찬찬히 들여다보자. *모르겠으면 보험 설계사에게 설명 해달라고 하라. 당신의 소중한 돈이 조금이라도 당신을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지킬 수 있는지, 보험금 지급 기준은 얼마나 쉬운지 당신만큼은 알아야 한다.
(*예를 들면 뭉뚱그려 암은 다 보장되죠? 라고 묻지 마시고 암의 종류를 물어보시는게 더 낫습니다. 뇌졸중 뇌출혈, 이런것들도요. )
당신의 걱정이 당신을 좀먹어 불안과 걱정 속에서 당신이 벌벌 떨며 살게 하지 말라. 불안은 당신이 두려움을 느껴 진실을 외면하고 보지 않으려 할 때 가장 크고 무서운 법이다.
추신.
여기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이 아무쪼록 건강하고 그 어떤 탈 없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돌아가시는 그 날까지 보험료 왜 냈지 ㅅㅂ라는 생각이 매일 들 정도로 보험료 타 먹을 일 1도 없이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일상을 이끌어 나아가시겠지만. 신체적 정신적 건강은 꼭 챙기셔야 합니다. 이기적이어도 좋습니다. 하지만. 부디. TV에서 이거 먹으면 좋다더라 하면 덮어놓고 이거 좋대 라며 사지 마세요. 제발. 우울증 앓고 있는 사람에게 힘내라는 말 하는거랑 똑같습니다. 도움 1도 안 됨.
여기까지 읽어준 당신을 위한 아주 작은 생활 팁 2.
i) 실비 보험은 하나만 있으면 됩니다. 지급되는 총액이 100원이라고 하면 실비가 두 개이면 50원씩 두 보험에서 나오는 거예요.
ii) 특약은 중간에 해지 가능합니다. 특약은 음식점에서 갈비 먹으면 싸게 파는 냉면 같은 거예요.
iii) 앞으로는 가족, 친척, 친구 등이 보험 들어달라고 해도 들지 마세요. 착한 것과 호구는 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