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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nalogi Jun 17. 2021

마동석도 마요미로 나누면 이길 수 있다.

백신, 그것의 기본적인 원리


안녕하세요.

어제 AZ 백신 후기를 알려드렸었는데.

백신에 대한 정보를 다들 많이 아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백신의 기본 원리부터 하나씩 알려드리려 합니다. 아. 저는 이제 백신 4일차에 접어들었고 여전히 미열은 있지만 일하는데 문제는 없습니다. 그냥 일하기 싫으니까 계속 어디 아픈 거 아닌가 살피는 거 빼면요.


오늘은 백신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이제 코로나19 같은 일이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을 못 하기 때문에. 알아두면 그래도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요. 최대한 비유를 많이 해서 이해하기 쉽게 준비해 보았습니다.


Step1. 나와 나 자신을 구분한다:선천적 면역(Innate immunity):영화 인셉션


매우 의심스러운 시선까지도 딱 똑같습니다.

영화 [인셉션]에서, 돔(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은 아리아드네의 실력을 보기 위해 자신의 무의식에 함께 접속합니다. 아리아드네는 돔의 머릿속 안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신나게 바꾸게 되죠. 그러다 이상한 기분이 든 아리아드네가 고개를 들었을 때 돔의 무의식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아리아드네를 죽일 듯이 노려봅니다. 그러다 돔의 무의식에 숨어 있던 멜이 아리아드네를 칼로 찌르죠.


이 장면이 바로 면역 체계가 발동하는 원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내 것이 아닌 것(Non self)이 내 몸에 들어왔음을 귀신같이 알아채고 그때부터 매몰찬 공격을 퍼붓게 되는 거죠.


어떻게 내 것이 아닌지 알아채는지는 전래동화 해님 달님의 호랑이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호랑이가 오누이를 속여 보겠다고 손에 분을 발라 문 사이로 들이밀잖아요? 손이라는 것은 똑같지만 털이나 발톱 등이 그 분 바른 하얀 손이 엄마의 손이 아님을 알려주는 시그널이 되는 것입니다(참고 1)


사실 우리  몸을 지켜주는 매우 소중한 시스템이긴 하지만. 장기 이식이 실패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도 이 면역 거부반응(Immune rejection in organ transplantation) 때문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것이 아닌 그 무언가가 내 몸에 들어오니 면역체계는 우리를 살리기 위해 미친 듯이 그 존재를 공격하지만 그 공격당하는 존재가 없으면 살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조금은 야속할 수도 있겠죠.



기억을 하자


사진 출처:m Post/

다들 병원에 가 보셨으니 알 겁니다. 이미 제 정보가 다 저장되어 있기 때문에 접수할 때 이름만 있으면 되는 정도에서 대기를 하면 되죠. 그러나 반대로 처음 간 병원의 경우는 반드시 신상 정보를 적어 기록을 남겨야 합니다. 조금 번거롭지만, 다음을 위해서 말이죠.


저희 면역 시스템 역시 그렇습니다. 몸에 처음 들어온 병균과 싸울 경우, 그 병균의 특이한 점을 기억해 놨다가 다음번에 또 그 병이 우리 몸을 아프게 했을 때 바로 대처 시스템을 가동합니다. 대처하느라 우왕좌왕하는 시간을 줄이고 더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거죠.


우리 몸에 처음 들어오는 병균을 보통 항원(Antigen)이라고 하고 그에 대항하는 것을 우리 모두 이제는 익숙해진 항체(Antibody)라고 부릅니다. 어제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병균을 우리 몸이 인식하고 대처하는 항원 항체 반응에서 일어나는 반응( AKA 염증, Inflammation) 중 하나가 바로 발열인 겁니다. 감기가 걸렸을 때도 열이 나는 이유는, 우리 몸이 항원에 대항해서 미친 듯이 싸우고 있기 때문입니다.(참고 2)


이런 중요한 항체를 만들어 내는 세포를 우리는 B 세포라고 부릅니다. 정리하면, 이 모든 것이 항체가 생길 수 있도록 B 세포에게 교육을 시키는 일련의 과정인 거죠.



Step2. 마동석을 이겨보자;동석이 형은 건드리는 게 아니지. 
사진출처:네이버 블로그/차 빼라 빨리.

이제 우리는 면역체계가


1. 자신이 아닌 것은 공격한다는 것과.

2. 두 번 이상 반복해 자신을 공격한 것들은 기억할 수 있다는 것

을 알게 되었습니다.


백신은 바로 이 점을 이용합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우리 몸 안에 넣어서(자신이 아닌 것) 기억을 하게 한 다음에 진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었을 때 우리 몸이 이 Shake it 이거 또 쳐들어왔네.라고 한 번 비웃어 준 다음 빨리 대응하는 거죠.


방금 저 문장이 좀 무섭게 느껴지지 않나요?

저는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말을 두 번이나 언급했습니다. 걸리면 죽을 수도 있는 병에 두 번이나 걸려야 하다니. 이게 말이냐. 하실 수도 있죠.


코로나19가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마동석이라고 해보겠습니다. 우리가 드웨인 존슨 혹은 존 시나가 되기 전에는 마동석을 절대 이길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 큰 마동석에게 이기기 위해 맨 처음 들어오는 마동석을 미니미로 넣어주는 겁니다. 마치 맷 데이먼의 영화 [다운사이징]처럼 말입니다.


사진출처:Science direct.com/바로 이걸 이용하는 게 백신인 겁니다.

이걸 백신에 대입해보겠습니다.

백신은 우리가 대응할 수 있을 만큼의 미니미 마동석(바이러스의 일부, 혹은 죽었거나 약해진 바이러스)을 우리 몸에 넣어 줘 B 세포가 항체를 만들 수 있을 정도의 면역 반응이 일어나게 해주는 겁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진짜로, 혹시라도, 만의 하나라도 우리가 이 큰 마동석과 싸우게 되면 이길 수 있도록 미리 시뮬레이션 및 해결책을 손에 넣을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는 거죠.


면역 반응이 성공적이라면. 앞서 말씀드렸던 열을 포함한 증상들이 나타나는 겁니다. 어제 포스팅에서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가 "백신 부작용"이라고 말하는 것들은 부작용이 아닌, 백신을 맞았기 때문에 면역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는 뜻이라는 거죠.



마치면서;역시 본캐가 제일 재밌어.

오늘은 이렇게 백신의 기본(?) 원리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워낙 큰 사태 속에 우리가 있다 보니 그렇다더라 저렇다더라 등의 카더라 뉴스나 자극적인 정보에만 다들 몰리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죠. 그럴 때일수록 더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언제나 인생은 아는 만큼 보이고 생각하는 만큼 넓어지는 것이니까요.


내일 바로 또 백신 관련 뉴스를 전해드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번엔 현재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몇 종류의 백신들을 하나씩 분석해보려 합니다. 신기술이 많이 쓰여서 저도 참 재밌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리고 시간이 되면 백신의 종류에 대해서도 짚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참고 1

LPS, dsRNA, Gram negative 등이 여기 속한다..... 그냥 넘어가시죠.


참고 2

고름도, 콧물도 모두 장렬하게 싸우다 전사한 백혈구들의 시체입니다.


[이 글의 TMI]

1, 체리 요새 상태 매우 좋음.

2. 담주엔 수박을 사 먹어 볼까 보다.

3. 초당 옥수수 한 번도 안 먹어봤는데 옥수수도 사봐야지

4. 오늘 휴롬 파업함. 너무 바빠서 밥 0.7끼 먹음

5. 옆집 강아지는 참 귀엽습니다. 어미가 성격이 예민해서 새끼 옆에 가면 짖어서 그렇지.

6. 여태 내가 시저 먹여놨더니 배은망덕하게 어이구.


#백신 #항원항체 #인셉션 #다운사이징 #면역 #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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