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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nalogi Jun 16. 2021

뺨 맞은거 아니고 백신 맞은 후기

이건 너무한거아니냐고.


드디어 그때가 왔습니다.

직원용 코로나19백신인 AZ(아스트라제네카)를 맞는 그날.

하도 흉흉한 소문이 많이 돌았고, 저희 보스 역시 맞고 3일을 앓아누우셨기에, 저도 아세트아미노펜이 들어있는 약을 한 통 정도 쟁여둔 채로 그날을 기다렸습니다.


뭐 이미 제목에서 대충 눈치채셨겠지만. 오늘은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후 발생하는 소위 부작용이라고 불리는 현상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어차피 백신 맞으러 가서 뭘 해야 할지는 특별할게 없잖아요? 역시 남이 고통받는 걸 보는 재미가 제일 좋죠(응?)



주사를 맞을 때 아픈가요?;지금 귀신이 글을 쓰고 있지는 않습니다.


사진출처:구글 네이트/진짜 이 표정으로 간호사 선생님과 나는 서로를 바라보았음.

실험할 때는 쥐를 대상으로 피도 잘만 뽑고 정맥주사도 놓고 심장에 주삿바늘을 잘도 꽂아댔으면서. 게다가 온갖 장기도 헤집어가며 다 샘플링 했으면서. 막상 제가 백신 하나 맞으려고 이렇게 발발 떠는 모습이 진짜 어이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아마도 근육주사 특유의 뻐근한 느낌을 제가 특히 싫어하기 때문일 겁니다.라고 변명하기엔 그간 제가 죽인 쥐가 너무 많았네요.


그런데 막상 맞을 때는 긴장한 것에 비하면 정말 하나도 아프지 않았어요. 과장이 아니라 바늘이 들어가는 것도 느낄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제가 접종이 끝났는데도 나가지 않자 간호사 선생님께서는 ????????????? 이런 표정으로 괜찮으세요?라고 하실 정도였습니다.


그 말을 듣고도 믿을 수가 없어서 제가 가만히 앉아 있었더니 간호사 선생님이 진짜 이제 끝이에요.라고 하셔서 제가 ........인생이요? 라고 하는 바람에 둘 다 빵 터진 건 안 비밀입니다. 어딜 가나 흑역사네요.


맞은 후엔 어땠나요?;자 이제 시작이야. 


사진 출처:구글 네이트

저는 독감 예방주사를 맞아도 하루 정도는 아픈 사람이기 때문에. 분명히 백신을 맞고 아플 거라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날 제가 해야 했던 일을 최대한 빨리. 하지만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해치웠습니다. 다행히 저번 주에 프로젝트가 끝나는 바람에 이번 주에 할 일이 별로 없어서 더 다행이었어요.


그렇게 건방지게 괜찮다며 오후 세 시가 넘도록 일을 하다가 데이터 정리를 위해 자리에 앉았는데. 그때부터 아뿔싸. 싶었습니다.


저는 웬만큼 아파서는 참는 편입니다. 그런데 제가 절대 못 참고 무조건 조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건 바로 열이 나거나 머리가 아플 때 그렇습니다. 머리가 아프고 열이 난다는 그 조건 자체가 제게는 정말 드물게 일어나는 증상이기도 하고. 그 증상이 나타났다는 것은 제가 진짜 아프다는 뜻이기 때문이죠.


오후 세 시 반부터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약간 어지러웠습니다. 그러나 일을 못하겠다. 뛰쳐나가야겠다.라는 생각을 할 정도는 아니었어요. 그리고 사실 데이터를 내일 다시 보는 것은 머리 아픈 것만큼이나 싫었기 때문에 정리까지 모두 다 마치고 집으로 갈 수 있었습니다. 이 꽉 물고 참은 정도도 아니었어요. 그냥 성가시네. 정도라고 할까요.


그러나 주인공은 늘 늦게 등장하는 법이죠. 하이라이트(?)는 오후 11시 정도부터였습니다. 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그때부터 열이 서서히 올라 잠에 들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근육통이나 오한은 오지 않았지만. 열이 너무 많이 나서 일단 약을 먹어보고 안 되면 응급실로 가자.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응급실은 못 가고 약만 두 번 먹은 채 잠을 설친 밤이 되었지만요.



지금은 어떤가요?;아직 살아있긴 합니다. 


사진출처:구글 오구

제가 다음날 출근할 때 걱정했던 것은 딱 하나였습니다. 매일 아침 실시하는 발열 체크에서 고열로 판정되어 출근을 하지 못할까 했던 것이었죠. 그러나 다행히 열은 밤 사이에 많이 내려 있었고 저는 출근은 할 수 있을 정도의 열과 어지러움을 느끼며 출근을 했습니다.


그리고 2차 고비가 시작되었죠. 저는 열이 나면 무조건 귀가 붓는데 귀가 너무 부어 에어팟이 들어가지 않을 정도가 되어 있더라고요. 출근할 때까지만 해도 열 생각 때문에 제대로 인지도 못했었는데 일을 하려고 에어팟을 끼려다 보니 그렇더군요. 그리고 근육통도 뒤늦게 시작되었습니다. 여전히 머리는 가볍게 어지러웠고요. 이건 뭐 맞은 게 백신인지 귀싸대기인지 잘 모르겠다.라는 말을 농담으로 하며 하루를 시작해야 했지만. 잠도 제대로 못 잔 상태에서 일이 될 리가 없죠.


물론 백신 휴가도 있다는 걸 알았고 너무 심하면 집에 들어가도 된다는 말을 들었지만. 가만히 앉아서 데이터 정리에 오롯이 시간을 쓸 수 있는 날이 매일 오는 게 아니라서. 놓치기 싫었다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할 것 같아요.(참고 1) 그래서 직원들의 배려 아래 천천히 데이터 정리하다가 쿠키런 하고 놀았어요(?)


그리고 3일 째인 지금.

여전히 열은 나고 귀는 아직 부어있으며 이제는 가끔 오한이 들긴 하지만. 죽겠다. 정도는 아닙니다. 제가 가장 약한 부분을 파고들어 괴롭히는 게 괘씸하긴 하지만. 면역 반응의 원리를 생각해 봤을 땐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죠.


아아주 간단한 Q&A;실제로 제게 여쭤보신 질문들입니다. 


왜 이렇게 부작용이 많죠?

-우선 이렇게 여쭤보고 싶습니다. 왜 부작용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몸 안에 침입자가 들어왔으니 그에 맞서 우리 몸의 면역 체계가 싸우면서 일어나는 반응입니다. 다른 백신들에도 존재하며 백신의 기본 원리가 되는 반응입니다. 독감 백신 맞고 아팠던 저 처럼 말이죠. 다만 그때 당시 접종자의 건강 상태에 따라 소위 말하는 부작용이 극대화 될 수 있으니 접종 전 의사와 이야기 하실때 기저 질환등이나 이런것을 정직하게 이야기 하셔야 합니다.


얀센은 괜찮나요?

-타이레놀 만드는 회사가 얀센입니다. 다음.


아스트라 말고 딴 거 맞고 싶어요.

-다른 백신이라고 부작용이라고 부르는 그 반응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은 플라시보 반응의 반대인 노시보 현상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참고 2)


맞아야 되나요 안 맞아야 되나요?

-맞아야죠.그리고 마스크도 꼭 끼시구요.


집단 면역은 무엇인가요?

-말 그대로 한 집단이 어떤 병에 대한 면역체계가 잘 갖추어져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보통 집단 면역의 기준이 70% 이상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정도가 되려면 백신을 맞고서도 한동안 조심해야 합니다. 다시 말하면 올해 안에는 어렵다는 뜻이죠.


마치면서;여전히 열은 나네요. 

일 년 기준으로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이 많을까요. 아니면 암에 걸려 죽는 사람이 많을까요. 제 포스팅을 자주 보신 분이라면 당연히 후자라는 것을 아시겠지만. 보통의 사람들은 전자를 고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유는 교통사고로 죽은 사람들은 매번 뉴스에 나와 우리가 계속 그것을 인지하게 하기 때문이죠.


코로나 19 백신역시 그러합니다.

전세계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고 백신을 한창 접종하고 있기에 뉴스에 보도가 되었다 하면 거의 모든 사람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 처럼 겁을 집어먹기 딱 좋습니다.


모든 백신에는 부작용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코로나 19 백신에서 흔히 일어나는 오한 발열 등은 부작용이라고 부르기 보다는 조금은 격렬한 항원 항체 반응이죠.다른 백신보다 그 것이 조금 격렬하다는 바로 그 것이 앞으로 보완되어야 할 점이라고나 할까요. 평소에 건강하고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한 적절한 문진만 있으면 백신을 맞으시는데 문제는 없습니다. 앞서 말씀 드린 것 처럼 저는 독감 주사를 맞아도 아픈 사람이기에 좀 더 걱정되었던 것만 빼면 생각보다 무난한 증상으로 마무리 되는 것 같으니까요.(참고 3)


어디가 아파 네이버에 증상을 검색해보았을 때 아 내가 죽을병에 걸렸구나. 라는 생각을 해 본 경험이 다들 있으시잖아요? 병과 의심은 그렇게 자신이 키워가는겁니다. 다른 사람이 키워 주는게 아니라.




참고 1

지나간 데이터도 다시 보면 그땐 못 봤던 것들이 보이는 경우가 많음. 문제는 그럴 시간이 평소에는 없다는 것인데 저런 소중한 시간을 약간 아프다는 핑계로 집에서 보낼 수 없었음. 그래서 남아있었던 것. 다들 가도 된다고 했음.


참고 2

노시보 현상이란 이 약이 효과가 없을 거야. 혹은 해로울 거라는 믿음을 가져 약의 효능을 떨어뜨리는 것을 말함. 없을 거 같죠? 플라시보 효과 만큼이나 흔합니다.


참고 3

물론 한 달 가까이 지켜 봐야 하긴 함. 그러나 생각보다는 괜찮음.


[이 글의 TMI]

1. 회사에서 약을 주긴 했음. 다행히 그걸로 마무리 될 수 있는 정도의 증상이었음

2. 식욕 1도 안 떨어짐.인간 휴롬 24시간 가동 중

3. 백신 골든 위크 갑니다.

4. 과일 없음.....과일 가게 오늘 문 닫음.

5. 하지만 난 고구마가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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