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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nalogi Mar 27. 2020

[연구원의 삶]6. 코로나 백신 맡겨놨어요?

재택근무요? 차라리 치킨무라고 하세요

그림출처

외신에선 잘하고 있다고 매일매일 우리나라의 코로나 대처방안을 칭찬하지만, 이 사태가 우리의 일상을 정말 완벽하게 바꿔놓았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오프라인 모임을 할 수 없음은 물론이고, 마스크 몇 장으로 음식값을 낼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재택근무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다들 남는 에너지와 시간을 커피를 4천 번을 저어 만들고 달걀 프라이도 1천 번을 젓는데 쏟아붓는다.


하지만 전장에서 일하는 의료진들은 부족한 물품들과 인력들에 허덕이면서도 환자들을 돌보느라 매일매일을 목숨을 걸고 일하는 상황이다. 그들의 숭고한 희생에 늘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물론. 찬사를 아무리 보내도 부족하다고 느낀다.


그리고 그 의료진들의 뒤에는,

이름조차 언급되지 않는 연구원들이 있다.


지금도 백신을 만들어 내라는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할 연구자들에게는, 어째서 책임 외에는 아무것도 돌아오지 않을까.


직업이란 이름 하에 일하는 모든 사람들에게는 적절한 보상이 주어져야 합니다.

사실 이런 현상은 오래된 폐해중 하나이다. 생명공학 계열이 20년째 블루오션 직업군에 속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전망이 좋기 때문만은 아니다. 20년째 사람이 없고 힘들기 때문이다. 지원조차 제대로 되지 않음은 뭐 말해서 무엇하겠는가.


연구자라는 이름 아래, 우리는 너무도 많은 희생을 강요받고 있다. 연구의 결과에서 오는 보람이면 된 것 아니냐. 무슨 돈을 바라냐.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석사까지 졸업한 연구원 딸의 월급이 세후 180이 겨우 넘는다고 하면 그때도 과연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그렇게 돈 못 버니 의대나 가지 라며 무시하던 사람들이, 지금 코로나 바이러스로 일상이 마비가 된 지금에서야 하나둘 씩 연락이 온다. 인사치레에 불과한 성의 없는 생사확인을 마치고 나면,  마스크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 정말 걸리면 2주를 격리되어야 하느냐(하라고 하면 하라고 좀!), 연구는 어디까지 되었고 백신은 언제쯤 쓸 수 있느냐.라는 말을 슬슬 꺼내기 시작한다. 늘 이런 상황이 올 때만 우리에게 책임이나 사명감을 바라는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씁쓸하기도 하고 진절머리가 나기도 한다.  


백신 맡겨놨니!!


하고 소리치고 싶은 마음을 겨우 가라앉히며 조용히 차단 버튼을 누른다.



추신.

오늘도 이 사태에 인생을 깎아 넣으면서도 존재조차 언급되지 않는 모든 영웅들께. 존경과 감사의 말을 전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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