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리에 진심인 애가 2021년을 마무리 하면서.
혹시 다이어리(스케줄러) 쓰는 것을 좋아하시나요? 신년이 되면 저는 예쁜 다이어리를 사기 위해 눈이 벌게지는 사람입니다. 다이어리를 샀다 하면 연말까지 꽉꽉 채워 쓰는 사람이라 제 취향에 맞는 다이어리를 잘 고를수록 일 년 내내 쓰는 맛이 있어서 더더욱이요.
그러나 한 가지 특별한? 점이 있다면
저는 한 번에 다이어리를 최소 다섯 권 정도 산다는 것이겠죠. 수집벽이 있는 것이 아니라. 통장 쪼개기도 아닌 다이어리 쪼개기를 하기 때문입니다.
다이어리 쪼개기가 조금 생소하실 수도 있지만. 저는 이 방법을 바탕으로 일하기 시작하면서 시간관리도 잘 되고. 일의 효율도 올라감은 물론, 퇴근 후의 저도 좀 더 잘 챙길 수가 있었습니다. 물론 이 방법이 모든 분에게 맞는 것은 아니겠지만. 혹시라도 맞으실 분이 계실 수도 있고. 현재 자신의 시간관리나 일의 효율에 대한 의문이 있으실 분도 계실 것 같아. 이렇게 주기적으로 제가 일하면서 익힌 팁아닌 팁을 가끔 소개해보려 합니다.
그럼 오늘은 맛보기로 다이어리 쪼개기부터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제 전 재산입니다.;진짜임.
우선 제1년을 책임지는, 제 두뇌의 일부이자 제 분신들이기도 한 다이어리 소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1. 회사에서 쓰는 다이어리
-회사에서의 일정관리 및 할 일 관리용.
-크고 메모를 많이 할 수 있는 것을 선호
- Monthly가 월요일부터 되어 있는 것을 고름
-무조건 180도 펼쳐질 수 있어야 함.
-연구노트가 따로 있으므로 다 쓰고 나면 버려도 무방.
-무조건 튼튼해야 함. 디자인 따위 필요 없음. 어차피 내용을 보는 거니까.
-회사에서만 봄. 퇴근할 땐 회사에 두고 옴.
2. 회사 밖에서 쓰는(주로 글감 모아놓는) 다이어리
-몰스킨(하루 한 페이지짜리)
-예쁘면 예쁠수록 좋음
-검은색이나 어두운색이라서 때가 타는 것이 티가 안 나면 더 좋음.
-회사에서도 가끔 생각이 나면 틈틈이 메모를 함.
-퇴근 후, 주말엔 이 다이어리를 가지고 다님
3. 독서노트용 다이어리
-몰스킨
-2번 다이어리보다 조금 작은 사이즈 선호(보통 주말에 2,3번을 함께 가지고 다님)
-색깔 상관없음.
-데일리, 하루 한 페이지 아니어도 됨
-주로 스타벅스 연말 프리퀀시로 받은 것을 쓰는 편
-책을 읽고 좋아하는 문장을 다 적어 놓는 편.
4. 영화 기록용 다이어리
-몰스킨
-무조건 큰 사이즈
-라인 없는 것 선호
-간단한 그림 정도를 그려도 다음 장에 비치지 않은 것 선호
-가장 많은 필기를 하는 다이어리임.
5. 일기장용
-늘 알라딘에서 연말에 5만 원 이상 책 사면 주는 걸로 받음
-하루 한 페이지용
-주말이 한 페이지에 반씩 나눠져있는 게 아쉬워 내년부터는 그냥 몰스킨으로 바꿀까 생각 중
-Monthly에는 오늘 내가 처음으로 해 본 것이나 뿌듯한 것을 적어 놓는 편.
6. 자투리 노트
-위시리스트에 가까움.
-노트라도 상관없음
-작은 사이즈 선호
-집안일 관련 메모를 하는 편(집에 휴지 없다, 이것도 사야 된다, 이거 재고 한 개 남았다 등.)
7. 그림 노트
-낙서장
-가끔 일기 쓰기 싫을 때 그림 및 몇 줄의 글을 쓰는 편
-아이패드로 대체하기도 함.
이 정도입니다.
보통 이렇게 일곱 가지의 용도로 나누고, 그 용도에 맞게 다 쓸 경우 다시 구입해서 쓰거나 하는 편이죠. 다이어리를 사는데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을 쓰는 것은 2번 용도의 다이어리입니다. 주로 11월부터 앨리스 에디션이나 리미티드 에디션이 없는지 뒤적입니다. 이번에는 검은색 말고 빨간색 표지의 앨리스도 예뻤는데, 작년에도 빨간색 썼기 때문에 이번에는 검은색으로 골랐습니다.
보통 예산을 10~15만 원 정도 정해놓고 사는 편인데 이번에 3번 용도의 다이어리는 친구가 프리퀀시를 제게 선물로 많이 줘서 득템한 케이스입니다. 일 년이 지나고 나면 최소 7권의 다이어리가 선물처럼 남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 때마다 뒤적여보는 재미가 꽤 쏠쏠해요.
왜 이렇게까지 하시나요? 이유가 있나요?;이유가 없겠냐 그럼.
저는 제 감정을 비빔밥처럼 섞어놓고 싶지 않아서 다이어리 쪼개기를 시작했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다이어리 하나에 모든 것을 다 적어놓고 그 노트 하나만 들고 다니기도 했죠. 그러나 그럴 경우 회사에서도 집 관련 이슈 생각을 해야 하고. 집에서도 회사의 일을 생각해야 하더라고요. 계속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으니 명확한 경계가 없는 것이 저는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분리를 시작했어요. 처음엔 저도 심플하게 두 권 정도의 다이어리로만 시작을 했죠. 그러나 이렇게 잘게 나누면서 일상을 채우다 보니. 제겐 많은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회사와 집의 분리가 가능해졌어요. 회사에서만 쓰는 다이어리에는 철저하게 회사 관련 메모만 하니, 집에 절대 들고 들어올 일이 없고. 덕분에 저는 집에서만큼은 그 어떤 일 관련 생각도 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왜냐면 2번 다이어리에는 정말 하다못해 내일 10분 빨리 출근하기. 같은 메모조차도 없기 때문이죠. 그러다 보니 저는 2번 다이어리 안에 있는 글감을 보고 아 이런 생각을 했었구나. 하며 오늘의 글에 대한 가닥을 빨리 잡을 수 있게 되죠.
또한 나의 일이, 혹은 감정이나 생각이 어느 카테고리에 있는지 스스로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회사에서는 절대 집안 관련 생각으로 흔들리거나, 그와 관련된 메모를 다른 사람이 봐서 프로답지 못하다.라는 생각조차 들지 않게 할 수 있죠. 이렇게 카테고리별로 메모를 모으다 보면. 각 다이어리마다 생각이 집중되기 때문에 다이어리별로 연상작용도 매우 편한 편입니다. 저도 가끔 글감이 안 떠오르거나 좋은 문장이 안 떠오르면 2번 다이어리와 3번 다이어리를 뒤적거리며 찾는 편입니다. 특히 3번 다이어리의 경우 한 권에 책이 50권 이상 들어가기 때문에, 정말 단 한 권 만으로도 제가 원하는 분위기나 예를 들어 설명하고 싶은 책들을 바로바로 찾아낼 수 있죠.
그리고 잘 관리할 경우. 직업에서도 그러하지만 취미생활에서도 다이어리 자체가 포트폴리오로 사용 가능하기도 합니다. 예전에 제가 방과 후 교사 면접으로 한창 바쁠 때. 제가 수업 아이디어를 메모해뒀던 다이어리 한 권을 면접장에 가져간 적이 있었습니다. 낯선 상황이라 처음엔 면접관님들이 모두 얘 왜 이래.라는 표정이셨지만. 그 안의 내용을 보시고는 환하게 웃으시며 박수를 쳐주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참고 2)
그리고 가장 큰 장점이 있다면.
일단 써놓고 잊어버릴 수 있다는 거죠. 잊은 만큼 머리는 맑아질 것이고. 나중에는 카테고리화된 다이어리를 보며 그 일을 처리하기만 하면 되니까요.
하루에 다이어리에 쓰는 시간은 얼마나 되시나요?;저도 컴퓨터 쓸 줄 알아요.
이렇게 다이어리가 많다 보니 그럼 다이어리에 쓰는 시간이 하루에 얼마나 되냐고 반문하실지도 모릅니다.
회사 다이어리의 경우, 늘 퇴근 15분 전, 출근 후 15분 정도 다이어리 정리에 시간을 투자하는 편입니다.(참고 3) 저는 직업의 특성상 연구노트를 써야 하기 때문에 다이어리에는 할 일 정도만 두다다다 적어놓고 그것을 연구노트에 프로토콜과 함께 풀어쓴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2번 용도의 다이어리는 회사에서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날 때마다 포스트잇에 적어놓거나 해서 그 포스트잇을 2번 다이어리에 붙여버리는 때도 있고, 주말에는 카페에 앉아 책을 보다가 번뜩할 때 쓰곤 합니다. 그러니 각 잡고 쓰지는 않기 때문에 큰 시간이 들지는 않죠.
일기의 경우는 매일 30분, 독서 노트 및 다른 다이어리들 역시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의 시간만 들이기 때문에 그다지 큰 시간이 들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큰 시간을 들지 않지만. 모이면 버릴 수 없는 추억이 되기도 하고 제 생각의 창고가 되기도 하는 터라. 저는 지금 거의 10년 넘게 이 방법으로 일과 저를 분리하면서도 동시에 모든 것을 챙기고 있습니다.
마치면서;손글씨 덕후는 이렇게 삽니다.
물론 저도 아이패드가 있습니다. 컴퓨터도 맥북과 윈도우로 하나씩, 총 두 대나 있고요. 회사 다이어리의 경우는 앱을 써서 대처하는 경우도 있죠.
그러나 이렇게 생각과 일정을 물리적으로 분리하기 시작하면서 저는 그 분야에 대한 생각이 나 일을 할 때 집중도가 많이 올라가서 컴퓨터보다는 아직까지 손글씨로 직접 적은 메모를 선호하는 편입니다.
매일매일 날아가는 일상이 아까웠거나. 일을 분명 열심히 하는데 머리가 너무 복잡하거나. 그러실 경우엔 저처럼 몰스킨 대주주가 될 것처럼 몰스킨만 사지는 마시고 적절한 노트를 골라서 한 번쯤은 일과 감정을 분리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다음번에는 제가 회사에서 메모하는 two pens system에 대해 말씀드려보려 합니다. 그럼 또 찾아올게요!!ㅎㅎ
이 글은 절대 몰스킨 광고가 아님을 밝힙니다. 몰스킨 이정도면 광고 줘라.진짜.
참고 1
엘리스, 오즈의 마법사 덕후.너무 좋아해서 special edition이 나올 때마다 사는 편. 작년이었나 재작년이었나에는 약간 거칠한 질감의 아이보리색 다이어리를 썼었는데 때가 너무 많이 타서 좀 별로였었음.
참고 2
그러나 그때 당시 전공 관련 대학교를 졸업했어야 했기 때문에 마지막에 가서 탈락하긴 했었음. 심사위원들 모두 졸업하면 반드시 다시 지원하라고 하셨었는데. 위원님들. 저는 대학생 때 너무 잘못을 많이 해서 대학원으로 가는 불상사를 겪게 되었답니다.
참고 3
퇴근 전 15분=내일 할 것 정리
출근 후 15분=오늘 할 것 보고 동선 정리
[이 글의 TMI]
1. 양배추 닭 가슴살 카레 만듦.
2. 또 한 솥 만듦.
3. 이 정도면 손에 문제가 있는 듯하다.
4. 닭 가슴살 카레에 후추 톡톡 쳐서 두부 스크램블이랑 먹는 것을 좋아함.
5. 밥 먹기 전이나 밥 먹으면서 과일 먹는 것도 좋아함.
6. 이제 2만보를 걸어야 다리가 아프기 시작한다. 걷는 괴물이 되어가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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