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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nalogi Feb 15. 2020

[Ep9] 내 귀의 캔디

말로 할 때 꺼져라

그림출처

<자아 정체성 찾기>
Q9. 이미 만든 습관, 또는 만들고 싶은 습관은 어떤 게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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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 관련 질문입니다. 습관을 만든 과정을 한번 되돌아보며 어떤 이유로 습관 형성을 했는지 생각해봅시다. 혹시라도 고치고 싶은 습관이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계획을 세워봅시다.


나도 나를 알아볼 수 없었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마음의 소리에 매우 충실한 채로 꽤 오랫동안이나 살았던 내가 문득 거울을 들여다보았을 때. 매우 일그러진 모습을 한 내가 있었다. 겉모습뿐만 아니라 마음까지도 너무 썩어 거울에서도 악취가 날 것만 같았다. 나는 나를 제어하는 방법을 몰랐다. 늘 힘들 때면 마치 도피하는 것처럼 내 안의 나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었고 덕분에 나는 늘 내 안에 갇혀 살아야만 했다.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이렇게 살아서는 안된다는 걸. 

그 목소리는 가짜이고, 결국은 잠깐의 달콤함을 빌미로 내게 파멸을 가져온다는 것을 나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끊을 수가 없었던 이유는. 그 어떤 누구도 괜찮다는 말을 해주지 않았던 환경을 탓하며 주저앉아 있었던 못난 내가 그 중심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멍청이 멍청이 이런 멍청이가 또 있을까 하시겠지만  나니까 닥쳐. 

그림출처


가장 무서운 것은 따로 있었다. 

바로 나 스스로가 나의 불행을 자랑하기 시작한다는 것이었다. 

너희들은 이런 경험해 본 적 없지? 

너희들은 이런 상황까지 가 봤어?

이런 것도 해보지 못했으면서 어디서 힘들다고 말하니?


나는 세상에서 내가 제일 불쌍한 사람이기를 자처했다. 

누구에게도 그 자리를 빼앗기기 싫어했다. 죽어라 노력해서 그 자리에서 계속 군림하기에 바빴다. 하지만 우습게도 그 왕좌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나를 영원한 왕으로 앉히기를 거부했다. 나는 빠르게 왕좌에서 굴러 떨어져 현실세계로 내동댕이쳐졌고 몸의 아픔도 느낄 새 없이 내가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처참한 현실에 적응하기 위해 쉴 새 없이 움직여야만 했다. 


애석하게도 내가 그리 믿어주고 따랐던 내 안의 목소리는. 내가 가장 힘들었을 때 내 곁에 있어주지 않았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나는 내 발목의 사슬과 조금씩 이별할 수 있었다. 


I DO know who you are. I will find you and I will kill you.

그림출처

   

덕분에 아주 잠깐. 그 달콤했던 일탈을 생각하며 그래 볼까.라는 생각을 할 때도 있지만. 이제는 안다. 더 이상은 너의 노예로 살 수 없음을. 아직까지 완벽하게 내 안의 목소리를 물리치지는 못했지만. 슬금슬금 나의 본능처럼 그 목소리가 다시 들려올 때면. 나는 고개를 세차게 휘저으며 나 스스로에게 말하곤 한다. 


"말로 할 때 꺼져라 진짜."


완벽하게 그 목소리가 꺼지는 그 날까지. 모양 떨어지기는 하겠지만. 

모양 떨어지는 그 모습으로 내 일상을 지킬 수만 있다면. 감행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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