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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nalogi Feb 27. 2020

Sucker;조별 과제가 발암인 이유

(26) 이기적 유전자

그림출처

암이 암 걸려서 낫는다는 전설의 그 조별과제
We go together
Better than birds of a feather you and me
We change the weather yeah
I'm feelin' heat in December
when you're 'round me
I've been dancin' on top of cars
I follow you through the dark can't get enough
You're the medicine and the pain the tattoo inside my brain
And baby you know it's obvious

 다른 종의 개체와 상호 이익을 주고받는 관계를 상리공생, 또는 공생이라고 한다. 다른 종의 개체는 서로 다른 '기능'을 제공할 수 있으므로 때로는 서로 큰 이익을 주고받을 수도 있다. -339P

그림출처

한 집단이 있다.

대학교에 진학해 처음으로 조별과제를 하게 된 몇 명의 조원으로 구성된 그룹.

각자 전공 지식을 바탕으로 구성원들과 나누는 다양한 의견, 대립되는 쟁점들에 대한 깊은 토론, 밤을 새 가며 함께 써 내려가는 혹은 채워가는 리포트나 PPT등에 대한 단꿈을 꾸고 있을지 모르지만. 이미 모든 것을 겪은 상처투성이의 제삼자인 내가 보기엔 이미 그 초롱초롱한 눈들의 미래가 이미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사람의 혼을 쏙 빼먹는 조별 과제가 남기는 것이라고는 사람에 대한 불신과 상처, 그리고 혼자 울면서 공부한 것보다 못한 학점일 뿐이라는 것을. 아. 너덜너덜해진 마음과 함께.


시너지 효과라는 이름 아래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혹은 서로 이익이나 배움을 나눌 수 있게 하기 위해 집단을 형성해도 어째서 이 잔인한 조별과제의 비운은 계속되는 것일까? 그리고 이런 비극을 막는, 혹은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Broken window theory. 이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I'm a sucker for you
You say the word and I'll go anywhere blindly
I'm a sucker for you yeah
Any road you take you know that you'll find me I'm a sucker for all the subliminal things No one knows about you
And you're makin' the typical me break my typical rules It's true I'm a sucker for you

'봉'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상대라면 누구에게나 털 손질을 해준다. -343P

진드기 기생률이 높을 경우에는 봉의 개체군 내 어느 개체든 남에게 털 손질을 해 준 것과 같은 빈도로 자기도 털 손질을 받을 것이라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봉 개체군 내에서 봉의 평균 이득은 양의 값이 된다. 모든 개체가 잘 지낼 것이므로 '봉'이라는 호칭은 부적절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기서 사기꾼 하나가 이 개체군에 출현하면 어떻게 될까? 사기꾼은 자기 혼자뿐이므로 이 사기꾼은 다른 모든 개체로부터 털 손질을 받지만 자기는 전혀 보답을 하지 않는다. 그의 평균 이득은 봉의 평균 이득을 상회한다. 그러므로 사기꾼의 유전자가 개체 군내에 퍼지기 시작할 것이며 조만간 봉의 유전자는 곧 절멸의 막다른 길로 몰리고 말 것이다. -343P

만약 우리가 sucker(봉, 호구)들만 있는 집단에 있다면. 우리는 이런 뒤통수를 치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걱정할 필요 없이 서로 도와가며 화목하게 살아갈 수 있다. 마치 내가 먼저 해오겠다며 솔선수범하는 사람들로 가득 찬 이상적인 조별과제 집단처럼. 그러나 애석하게도. 실제로 그런 집단이 존재한다고 해도, 단 한 사람의 사기꾼이 그 집단에 나타난다면, 말은 달라진다.


사기꾼들은 호구들에 비해 시간적인, 혹은 육체적인 이득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편법으로 이뤄낸 아주 달콤한 일탈은 봉들의 더 많은 노력으로 메워질 것이고, 그런 사기꾼을 옆에서 지켜보는 다른 호구들도 슬슬 나도 한 번 저렇게 해볼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결국 그 집단의 결말은 발표 당일에 늦잠을 자서 전화를 받지 않는 발표자 때문에 F를 날리는 교수님의 찌푸린 표정으로 마무리될 것이다.


파레토의 법칙은 이와 같은 상황을 잘 설명해 준다.

그림출처

이 사례는 다만 조별과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하는 놈만 열심히 하는" 집단은 언제나 만들어진다. 지금 현재 자신이 속해있는 집단들을 가만히 손꼽아 생각해보자. 자신의 관심도, 혹은 우선도가 높은 집단일수록 그 집단의 타인이 당신에게 내리는 평가가 좋을 확률이 높다. 당신은 애써 숨기고 있을지 모르지만, 진심은 태도에 묻어 나오기 마련이다. 다시 이야기하면 당신은 어떤 집단에서는 봉이지만 다른 집단에서는 사기꾼일 수도 있다는 말이 된다. 그 모든 봉과 사기꾼의 합이 당신이 과연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 대변해줄 수도 있다.  


첫 번째 조별과제는 이렇게 처참하게 끝났다.

성적표와 상처 받은 마음을 가지고 멍하니 책상 앞에 앉은 당신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크게 세 가지.


다시 봉이 되어 으로 가득 찬 집단을 만나기를 꿈꿀 것인가.

이젠 내가 사기꾼이 되어 "꿀을 빨" 것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원한자(Grudger, Tit for Tat:TFT)가 될 것인가.


이제 다시~호구 안 해~

그림출처

리포포트가 제출했던 TFT가 또다시 승자가 되었으며 기준점의 96퍼센트라는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그리고 또다시 마음씨 좋은 전략은 대체로 못된 전략보다 성공적이었다-391p

내가 책상에 그렇게 기운 없는 채로 앉아 이 마음을 치킨으로 풀어야 할지 떡볶이로 풀어야 할지 망설이고 있었다면, 선택했을 방법은 바로 원한자(Grudger)에 가까운 TFT(Tit for Tat;팃포탯)과 떡볶이였을 것이다.(아니 잠깐만)


 Tit for Tat은

1) 협력적이며, 먼저 공격하지 않는다.

2) 먼저 공격을 당했을 때만 공격을 한다.

3) 혹시나 먼저 공격, 혹은 피해를 주었다면 먼저 사과한다.


를 상징하는, 한국말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번역하기에 마침맞다고 할 수 있다.



내리사랑은 부모만이 할 수 있다. 무조건적인 사랑 또한 연인 사이에서 존재한다.

그리고 그 두 사랑 모두 한정적이다. 모두 어른으로 이뤄진 조별 과제에서 누군가에게 무한적인 헌신을 주는 것은 이제 더 이상은 없음을 스스로와 다짐하며 나는 아마 떡볶이를 먹을 것이다.(아니 정신 차리라고)



참고문헌:Selfish gene, 20 vs 80의 사회, 파레토의 법칙, Broken window theory

BGM:Sucker(Jonas Brothers)

이 서평은 Chapter 10: You scratch my back, I'll ride on yours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작가:리처드 도킨슨 지음/홍영남, 이상임 옮김

출판사:을유문화사

이 책은?:유전자 관련한 고전을 읽어보고 싶다면 한 번쯤은 읽을만한 책

평점:★★★★


[이 책을 한 문장으로?]

1. 사람이 그냥 유전자 캐리어라고?

2. 죄수들의 딜레마에 숨겨진 무언가가 있다고?

3. 유전자는 능동적인거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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