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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 L Night Jul 31. 2024

'죽을 거 같다'라는 말 대신

안 좋은 컨디션, 어쩔 수 없는 근무

주 1회 야간을 나가고도 개인 일정과 생활이 있어 추가로 근무를 하기에 체력이 따라가지 못했다.


대학을 이유로 홀로서기 한지 1년이 넘어 1년 6개월을 지나는 날이다.


초반에는 야간 2일 연속, 쉬다가 휴학 후 다른 근무지에서 월~토 주 6일 2교대 근무, 너무 힘들어 급하게 바꾼 편의점 주 1회 야간 근무.


편의점 주 1회 야간으로는 혼자 생활비를 전부 내기 힘들어 용돈을 받아가며 빠듯하게 살아왔다.

어쩌면 용돈을 받는 시점에서 풍족할 수 있으나, 주 7만 원으로 공과금과 전기세, 식비, 교통비, 기타 비용을 쓰고 월급으로 월세와 생활비에 보태는 격으로 쓴다 생각하면 될 듯하다.


혼자 벌이 하시느라 늘 고생하시는 아버지, 독립하고 소식이 뜸해 어쩌고 사는지는 몰라도 늘 아버지가 도우려 하시는 언니.

내겐 다른 대학에 기숙사에 간 동생이 한 명 있다.


동생의 학과는 동생에게 너무 힘들고 어려운 학업계라 성적이 늘 뒤에서 세어야 했고, 늘 장학을 못 받고 전액을 아버지가 감당하며 기숙사비를 대주시며 용돈은 나와 같게 지급해 주시느라 등골이 휘시는 모양이시다.


나와 달리 매년 장학을 못 받던 동생은 그게 죄송스러워 처음으로 한 학기 국가 장학을 받게 되었고, 이후 아르바이트도 겸하며 자신이 쓰기 부족한 돈을 채우게 되었다. 한창 돈을 쓰고 꾸미고 하고 싶은 게 많은 20대 초반이니 말이다...


나 또한 돈을 아낀다 해도 돈은 버는 만큼 나간다 하지 않은가? 아르바이트 하나로는 생활이 어려워지면서 시장에서 주 2회 주말 동안 풀타임 총 13시간 근무를 하게 되었다.


시장은 급여를 보너스까지 주시며 넉넉히 챙겨주셨지만, 손님들의 연령층이나 환경적인 면을 고려하면 내겐 너무 큰 피로와 부담을 주는 곳이었다.

급여도 직원 대우도 좋았지만 너무 힘들어 몇 달 안돼 편의점만 유지하게 되어가며 씀씀이 중에 나 자신을 위해 쓰던 부분을 줄여갔다.


아프면 병원 대신 약국에서 임시방편으로 약을 찾아 먹고, 약한 감기 몸살 같은 경우 가끔 가는 목욕탕에서 목욕을 하면서 풀어갔다. 물론 좋은 방법은 아닐 수 있다.

그렇게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주 1회 야간 근무로 이어가며 내게 쓰던 투자를 멈추니 정서적인 고통이 다시 물밀듯 몰려오는 때도 있었다.

과거 경험하던 감정조절 장애와 우울증, 그리고 불안장애..

너무도 불안하고 우울하고 격해지는 감정 충돌에 근무 중 태만도 늘게 되고 감정을 다루지 못하니 손님들과 마찰도 살짝씩 생기게 되었다.


관두게 될까 봐 열심히 혼자 억누르다 보니, 면역력도 무너지게 되는지 감기도 이전과 달리 약을 먹어도 쉽사리 낫지 않게 되었단 것 또한 잊고 살게 되었다.


아르바이트를 쉬면서 한번 빚을 졌다가 갚았는데 또다시 거액의 빚을 질까 봐, 감당 못할 소비로 힘든 일을 하려 들게 될까 봐, 몸이 무너져서 근무 중 퇴사하게 되면서 홀로서기가 어렵다 판단될까 봐, 학업도 자취도 관두고 집에 돌아가 병원에 드나드는 일상이 또다시 반복될까 봐.

난 잘릴지 모른단 불안을 늘 안고 더욱 열심히 일해야 했기에, 감기 몸살이라도 일어서 움직일 수 있다면 가야 했다.


사장님이 엄한가? 그건 아니다. 대화로 풀어주시려 하고 적정 선에선 엄하시더라도 최대한 학생들을 배려해주시려 하는 좋은 분이시다.

그래도 아프다고 주 1회 야간근무를 자주 빠지면 어쩔 수 없이 나 대신 건강한 사람이 대체되어야 하는 것이 고용주인 사장님 입장인 것이다.


난 그 '대체될' 인력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열심히 하기로 자리 잡기 시작할 때 즈음.. 바로 오늘 몸살이 심하게 돋은 것이다..!!

7일 전, 퇴근 후 본가로 가서 첫날은 저녁 0시가 다 돼 도착했기에 너무 늦어 자야 했고, 며칠 뒤 오는 손님맞이를 위해 장 보는 것도 돕고 아프신 조부모님을 도와 심부름도 하고, 종일을 부축하고 심부름하고 하다 잠시잠시 내 시간을 가지고 누워있을 수 있었다.


이후 토요일 내가 본가에 간 건 할아버지 생신 파티가 있었기 때문이었고, 친척들이 많이 모이면서 어린 동생들이 왔다.

동생이 오기 전에 아이들이 왔기에 내가 봐줘야 했고, 이후 동생이 오면서 감기가 심해 피곤해하기에 동생은 쉬게 해줘야 했다.


다음날 일요일, 다들 해산하려는 무렵 동생에게 아이들을 맡겼지만 동생이 잠들고 나 또한 동생이 본단 생각에 쉰다고 쉬다가 아이들이 방치되어 급히 일어나 내가 뒷정리하고 아이들 상태를 살펴야 했다.

동생은 자기도 피곤해서 내 요청도 쉰단 이야기도 못 들었다지만 너무 화가 났고, 이후 감기 몸살이 세게 온 것이다.


그렇게 월요일에 종일 쉬다가 어쩔 수 없이 저녁에 무리해서 자취방에 돌아와 다음에 있을 야간 근무를 준비해야 했다.

오랜만에 온 방은 욕실 선반이 떨어져 무너져있고, 환기도 못했고 기타 등등의 정리 때문에 밤늦게 저녁을 먹어야 했고, 쉬지 못하고 또다시 반복된 무리에 근무 당일마저 늦잠 자고 종일 아무것도 못 먹고 잠만 자야 했다.


일어나 풀릴만하니 두통과 함께 감기 증상이 오고, 감기약을 사 와 먹고 나니 피로감에 몸살이 이어지고... 반복되는 감기와 몸살에 당일 대타를 구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이 근무를 가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래, 일어설 수 있으니까', '지금 출근 안 한다 해서 내 몸이 낫는 건 아니니까'

아니 될 생각이었나, 몸살은 뒤이어 무릎과 어깨와 온몸을 뒤덮어 더욱 강하게 작용했고 너무 아픈 나머지 뼈가 시리기 시작했다.


야간근무, 지금은 어쩔 도리가 없다!!

퇴근까지 열심히 근무를 해야 한다..


'죽겠다, 침대에 누워서 찜질하면 소원이 없겠다.'

'죽을 거 같은데.. 이따 병원이나 한의원이라도 가야 하나..'


죽겠다는 말을 입에 달며 일을 하니 시간이 너무도 느리게 흘.. 러.. 갔.. 다..


'째깍, 째깍..' 평소 그렇게 빨리 가던 시간은 너무 느리게 느껴져 할 일을 마쳐도 시간이 한참이다.

그래서 외치게 되었다, 아니 중얼거리는 것으로도 되었다.

'죽겠다'는 말이 나올 때마다 멈추고, '살고 싶다'로 바꾸기를.


'살고 싶다.. 침대에 누워서 쉬면 소원이 없겠는데'

'살고 싶다.. 병원 가볼걸, 치료받으면 다 나을 텐데'


악착같이 어쩔 수 없는 나름의 이유로

아파도 과로를 해야 하는 사회 초년생이 된다면

난 복학 후 그리고 졸업 후에도 이 방법을 써봐야겠다.


힘들어서 죽기도 하겠지..? 과로사란 단어는 과언이 아닐 테니.

그전까진 '살고 싶다' 외쳐도 되지 않을까?


살고 싶단 한마디가 마음을 울리며 희망을 주게 되었다.

몸살로 우울하고 무기력해지는 상태를, 살고 싶단 한마디로 끌어올려 보았다.


몸이 아프면 마음이 무너지지만,

마음이 강해지면 몸도 금세 나을 테니까.


오늘도 반복되는 나의 '살고 싶다'는 내 마음의 작은 햇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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