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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이후 몇 년이 지났다. 시우는 연구를 하다가 잠시 머리라도 식힐 겸해서 밖으로 나왔다. 쾌청한 하늘을 보며 숨을 깊게 한 번 들이마신다. 봄 냄새를 품은 아직은 알싸한 공기와 살갗에 닿을 때만큼은 적어도 따가운 햇살이 캠퍼스 전체를 메우고 있다. 아주 잠깐 바람만 쐬고 바로 들어가려고 했는데 날이 너무 좋아서 조금 걷기로 한다. 학기가 막 시작해서인지 캠퍼스는 학생들로 붐빈다. 새 학기라 한껏 기대감을 품은 학생들의 표정은 한 없이 밝고 발걸음에는 생동감이 넘친다. 무표정한 얼굴로 시우 옆을 스치듯 지나가는 학생마저도 걸음걸이만큼은 가볍고 힘차다.
치료를 마치고 복직을 한 후 시우에게 일어난 또 다른 특별한 일은 연구실적이 매우 좋았다는 것이다. 단순히 괜찮은 논문 몇 편을 쓴 수준이 아니라 스카이 대학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연구 성과를 올렸다. 짧은 기간 동안 놀랄만한 논문 여러 편을 해외 유수 학술지에 게재했고 필즈상 수상에 대한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동료 교수들은 시우의 성과에 매우 놀랐고 시우 스스로도 어떻게 이게 가능했는지 의아할 정도이다. 이러한 성과 덕에 시우는 이례적으로 빨리 정교수가 됐다. 이 모든 걸 단순히 노력만으로 이루어낸 일이라고 시우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도 사고 이후에 복잡한 수학 문제가 저절로 머릿속에서 계산되는 거와 분명히 관련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신기하고 놀랍다. 특히 과거가 계산되는 건 어떤 초자연적인 능력임에 틀림없다. 수학과 과거. 이 둘에 어떠한 관계라도 있다는 말인가? 수학은 우주에서 가장 논리적이고 명료하다. 이미 정해진 답이 있다. 기억을 하든 못하든, 기억이 왜곡 됐든 안됐든 과거는 이미 일어난 사건이다. 곰곰이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일어난 사건, 일어날 사건, 정해진 답, 정해지지 않은 답. 이미 일어난 사건과 정해진 답은 현재 시점 이전에 구체화된 무엇이라는 점이 유사하다. 알 듯, 알 듯 하면서도 도저히 모르겠다. 이 관계를 이해하면 미래 계산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하면 미래 계산도 가능할지 고민하면서 시우는 자신의 교수실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