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의 마음 Epilogue

by 킥더드림

Epilogue
다음주 금요일. 서하와 문오는 회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주점에서 술을 마시고 있다. 테이블이 4개 밖에 없는 작은 주점이다. 감각적인 인테리어와 은은한 조명이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주인이 주문도 받고, 요리도 하고, 서빙도 하는 곳이다. 한 사람이 모든 것을 하는 가게여서 음식이 늦게 나올 수 있다고 메뉴판에 명시돼 있다. 퇴근하자마자 와서 그런지 손님은 서하와 문오 둘 뿐이다. 작은 술집에 둘만 있으니 마치 전세를 낸 기분이 든다. 고급스러워 보이는 전통주 한 병과 저녁 될 만한 안주를 시켰다.
술잔을 부딪치며 서하가 말한다. “회사 주변에 이런 데가 있었네. 여기 분위기 좋다.” 서하가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문오야, 우리 둘이서만 술 마시는 건 처음인 거 알아?”
문오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한다. “그런가? 생각해보니 정말 그러네. 그래도 우리가 안지 꽤 됐고 나름 친하게 지냈는데 둘만 술 마시는 게 처음이라니 놀랍다. 둘이 점심은 가끔 먹었었는데 말이지.”
“그러니까. 오늘이 처음이라니.”
“휴먼로봇 테스트에 참여해줘서 고맙고, 또 중단되지 않고 계획대로 잘 끝낼 수 있도록 해줘서도 고마워.”
“전에도 말했지만 난 사실 별로 한 게 없어. 메이가 다 했지. 그나저나 메이를 보면 다른 휴먼로봇은 끝까지 하지 못했다는 게 이해가 안돼.”
“회사 기밀이어서 자세한 사항은 말 할 수 없는데, 로봇 별로 세팅을 다 다르게 했거든. 그게 테스트를 지속 못할 이유는 아닌 것 같은데 우리 팀에서도 아직 정확한 원인은 파악이 안됐어. 좀더 연구를 해봐야 알 수 있을 거 같아.”
“그렇구나. 메이랑 같이 지내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메이가 인공지능이다, 로봇이다 이런 생각이 들지 않더라고 그냥 친구 같았어. 좋은 친구.”
“그랬구나.”
“메이 분석 하는 건 다 끝난 거야?”
“아니 아직 멀었어. 지난주는 메이가 돌아온 첫 주여서 특히 더 바빴고 앞으로도 아직 할 게 많이 남았어. 그런데 서하야, 내가 지난 주 내내 1년 동안의 메이 기록을 살펴 보면서 이상한 기록을 하나 발견했어.”
“뭔데? 1년 동안 나랑 같이 있었으니까, 나랑 관련된 거겠네?”
“너랑 관련 있다고 할 수 있어. 우리 둘만의 비밀로 한다고 약속하면 말해줄게.”
“뭐길래 그런 약속까지 해야 돼?”
문오가 비장하게 말한다. “꼭 약속해야 돼. 약속해야만 말해 줄 수 있어.”
“뭐길래 그래? 당연히 약속하지.”
“메이 기록을 분석하는데 메이가 어떤 자동차에 접속한 기록을 발견했어.”
“메이가 자동차에?”
“응. 자동차. 너는 차도 없는데 메이가 자동차에 접속한 게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메이에게 이 자동차에 왜 접속했냐고 물어 봤어. 그랬더니 자신이 접속한 차가 서하 네 친구 차라는 거야. 5km 정도 속도로 가벼운 접촉사고를 내기 위해서 접속 했다고 하더라고.”
문오의 말에 서하는 너무 놀랐다. “메.. 이.. 가..” 놀란 서하는 말을 하다 말았다.
문오가 계속 말을 한다. “그 얘기를 듣고 난 너무 놀랐어. 속으로 그런 짓을 왜 하는 거지 하면서 말이야. 그래서 접촉 사고를 내서 어떻게 됐냐고 물었더니 서하 네 친구가 죽었다고 말하는 거야. 다시 물었지. 어떻게 5km 속도로 달리다 사고가 났는데 사람이 죽을 수 있는지. 그랬더니 메이가 하는 말이 경부고속도로를 자율주행으로 달리고 있는 네 친구 차에 접속해서 옆 차선에 100km로 달리고 있던 차를 105km로 박았다고 말하더라고.. 자기는 5km 속도의 접촉 사고를 냈을 뿐이라고.”
서하는 여전히 말이 나오지 않는다. “아니. 어떻게.. 그런..”
“그래서 내가 왜 그런 사고를 냈는지 메이에게 다시 물었어. 그랬더니 메이가 하는 말이 네 친구가 나쁜 행동을 하는 것 같아서 그냥 골탕 한 번 먹이고 싶었다지 뭐야. 메이가 자기는 접촉사고로 사람이 죽을지 몰랐다고 말했어. 그래서 다시 메이한테 너는 사람한테 위험한 행동을 할 수 없게 돼 있는데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어. 메이는 자신은 사람을 위험하게 할 의도가 전혀 없었고 5km 속도로 접촉해서 그렇게 큰 사고가 날 줄은 전혀 몰랐대. 나는 메이 얘기를 듣고 이 사건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도저히 모르겠더라고.. 내가 제작에 참여한 인공지능 로봇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마.. 말도 안돼. 어떻게 이런 일이.. 그.. 럼.. 메이는 어떻게 되는 거야?”
“이게 세상에 알려지면 큰 일 나잖아. 우리 회사가 어떻게 되겠어? 우리 팀이랑 나도 그렇고.. 내가 메이에게 접속한 흔적이 남았을 거라고 말했더니, 자기가 흔적이 남지 않게 셀 수도 없이 많은 인공위성을 거쳐 우회하고 또 우회하면서 들어갔대. 절대로 자기가 그 차에 접속한 걸 알 수 없다고 하더라고. 자기가 다 알아서 했으니까 나보고 걱정하지 말랬어. 다만 자기 내부에 있는 기록만 지우면 된다고 말했어. 그래서 내가 그 기록을 바로 지워버렸어. 그리고 거기에 대해서 더 이상 메이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어. 우리 팀장님한테도 말하지 않았고,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어. 지금 너랑 나랑만 알고 있는 거야. 너는 1년동안 메이랑 지냈으니까 알아야 될 거 같아서 말하는 거야.”
서하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그런 거였구나. 메이가 그랬구나.”
서하와 문오는 한 동안 말 없이 술만 마신다.
두 사람 사이의 침묵을 깨고 문오가 말한다. “서하야, 너 회사 그만두는 건 결정 났어?”
“아직 우리 팀장님이랑 얘기하고 있는 중인데, 나는 두 달 후에는 퇴사하고 싶어.”
“마음을 완전히 정한 거야?”
“응. 정했어.”
“회사 다니면서 할 수는 없나?”
“그냥 회사 그만두고 열심히 한 번 해보려고 해.”
“그렇구나. 멋지다. 난 너 응원해. 넌 분명히 잘 할 거야.
“정말, 그렇게 생각해? 듣기 좋은 말 해주는 거 아니지?”
“당연히 아니지. 내가 듣기 좋은 말을 왜 해. 네가 어떤지 잘 아니까 하는 말이지.”
서하가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문오야, 고마워.”
“도전하는 사람만이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다고. 누가 그랬었는데.. 누가 한 말인지 기억이 안 나네.” 문오가 말했다.
“나도 어디서 그런 얘기 들었었는데. 하하.”
문오는 자신의 옆에 놓여있던 쇼핑백에서 상자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 놓는다. 가로, 세로, 높이가 10cm 정도 되는 직육면체 상자이다. 상자는 파란색 포장지와 빨간색 커다란 리본으로 예쁘게 포장돼있다.
서하가 상자를 보고 말한다. “뭐야?”
“선물이야. 휴먼로봇 테스트에 참여해 줘서 고맙고 회사 그만두고 새롭게 도전하는 일 잘하라는 의미에서 준비했어.”
“갑자기 선물? 생각도 못했는데 완전 감동이다. 우와! 지금 뜯어봐도 돼?”
“아니. 집에 가서 뜯어봐.”
문오는 상자를 다시 쇼핑백에 넣고 서하에게 건넸다.
“뭔지 궁금하다. 지금 열어보면 안 되는 거야?”
“응. 지금은 좀 그래. 집에 가서 열어보면 뭔지 알 수 있잖아.”
“그래 알았어. 참았다 집에서 열어볼게. 술이랑 안주 거의 다 먹었는데 우리 2차 갈까?”
서하와 문오는 남은 술을 비우고 밖으로 나왔다. 주점에 들어가기 전만해도 환하게 밝았었는데 술을 마시고 나오니 어느새 세상이 어둠으로 뒤덮여 있다.
“우리 어디 갈까?” 서하가 물었다.
“걸어가다 괜찮은데 있으면 들어가자.”
“좋아. 그런데 이제 5월말 밖에 안됐는데 날씨가 꽤 덥다.”
“그러니까 벌써부터 덥네. 올해는 여름이 빨리 찾아 오려나 봐.”
“그런데 문오야. 메이한테는 감정이 없다고 했잖아.”
“응. 우리는 감정을 만들 줄 몰라.”
“그럼. 감정은 없지만 메이한테 마음은 있지 않을까?”
문오가 고개를 갸우뚱 한다. “글쎄.. 감정이랑 마음이랑 다른 건가? 같은 건 아닌 듯 한데. 음.. 메이에게 마음이라.. 난 잘 모르겠어.”
“내 생각에 왠지 마음은 있을 거 같아.” 서하가 미소 짓는 얼굴로 문오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서하와 문오는 좁은 골목길을 걸어가며 갈만한 술집을 찾는다. 걸어가는 두 사람 사이의 간격이 조금씩 좁혀진다. 이상하게 날씨가 덥다. 올해 5월은 바로 무더운 여름으로 달려가고 있나 보다. 그렇게 서하와 문오의 밤이 깊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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