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 포테이토 Prologue

by 킥더드림

Prologue
늦은 밤, 서초동 어느 아파트 단지. 인기척 하나 없이 사방이 고요하고, 띄엄띄엄 가로등만 함께하고 있다. 나는 주위 아파트 건물을 둘러본다. 불이 켜져 있는 집이 하나도 없다. 아무리 늦은 밤이라도 이처럼 모든 집에 불이 꺼져 있는 건 처음 본다. 맑은 밤, 어두운 하늘에 별이 촘촘히 박혀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광공해가 심한 서울에서 이렇게 많은 별이 보이다니 신기하다. 너무 아름답다. 별이 가득한 하늘을 넋 놓고 바라본다. 한 자리에 서서 한참을 본다. 무수히 많은 별 중 눈에 띄게 밝은 별 하나가 있다. 그 별에 유난히 눈이 가고 계속 보게 된다. 그런데 무언가 좀 이상하다. 그 별이 점점 밝아진다.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별이 아닌가? 밝아지다 못해 별의 둘레가 점점 더 커진다. 계속 커지다가 어느 순간부터 어떠한 형태를 띠기 시작하더니 모양이 뚜렷해졌다. 그 별은 SF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원형의 UFO로 변했다. 하늘을 날아다닌다. 신기한 광경이다. 나는 스마트폰을 꺼내 날아다니는 UFO를 영상으로 찍는다. 어두운 하늘을 이리저리 규칙성 없이 마구 날아다니는 UFO를 손으로 따라가며 촬영하기가 쉽지 않다. 속도가 워낙 빨라 스마트폰 화면 프레임에서 자꾸 벗어난다. UFO는 모습이 보일 듯 말 듯 한 아주 먼 곳으로 잠시 멀어졌다가 공간을 이동했다는 착각이 들 정도의 빠른 속도로 지금 서있는 하늘 위로 다시 날아왔다. 우주에 저렇게 빠른 비행체가 있나 싶다. 가까이에서 보니 UFO는 멀리 떨어져 있을 때 생각했던 크기보다 훨씬 크다. 저 UFO 안에는 누가 타고 있을지 궁금하다.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공중에 떠서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 꽤 오랫동안 어두운 하늘에 떠있는 UFO를 멍하니 바라봤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겠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20층에 도착했다. 도어락에 비밀번호를 누르고 현관문을 열었다. 들어서자마자 현관의 등이 켜진다. 늦은 밤이어서 부모님과 동생은 자고 있다. 가족들을 깨우지 않기 위해 거실을 사뿐사뿐 걷는다. 현관에서 멀어지니 자동으로 등이 꺼지면서 집 전체가 어두워졌다. 그런데 누군가 내 방에서 나온다. 처음에는 동생이 내 방에 있었나 보다 생각했다. 하지만 동생이 아닌 것 같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동생은 아니다. 누군지 유심히 본다. 내 방에서 나온 사람은 다름 아닌 내 자신이다. 눈이 어둠에 적응이 되면서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나랑 똑같이 생긴 사람이 내 앞에 서있다. 이목구비도 똑같고 어깨 밑에까지 내려오는 긴 생머리 헤어스타일도 같다. 키도 같고, 체형도 같고, 심지어 지금 내가 입고 있는 옷과 같은 옷을 입고 있다.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내 앞에 서있는 사람도 다름아닌 나다. 지금 나는 또 다른 나를 마주하고 있다. 멍한 표정으로 한참을 내 앞에 서있는 나를 바라본다. 그런데 또 다른 나는 어딘가가 나와 달라지고 있다. 얼굴과 몸집이 조금씩 커지기 시작한다. 눈이 양끝으로 날카롭게 길어짐과 동시에 코 끝은 뭉툭해지고 귀 끝은 매우 뾰족하게 변한다. 몸집이 점점 커지다 보니 입고 있던 옷이 터지면서 다 찢어졌다. 몸은 짙은 회색으로 변했다. 어깨는 양 옆으로 넓어지면서 굽어지고 등에서는 돌기 같은 게 솟아 난다. 팔과 다리도 점점 길어진다. 키가 천장 높이 이상으로 커지면서 허리가 점점 굽어지기 시작했다. 하관은 앞으로 길게 튀어나왔고 입 양끝은 턱 관절 위치에 닿을 만큼 길게 찢어졌다. 엄청나게 커진 입 안의 모든 이는 날카로운 송곳니 모양으로 변했다. 나는 또 다른 내가 괴물로 변하는 걸 우두커니 서서 지켜보고 있다. 거의 5미터 이상 크기로 커져서 허리를 많이 숙이고 있고 양팔은 바닥에 닿을 듯 말 듯 길게 늘어져 있다. 얼굴과 팔다리는 파충류 같고 몸통은 갑옷 비슷한 금속성 물질이 돼있다. 눈은 피가 고인 것처럼 새빨갛게 변했고 목 깊은 곳에서부터 그르렁거리는 숨소리가 들린다. 완전하게 괴물로 변한 나와 마주하고 있다. 위압적인 거대한 몸집과 혐오스런 붉은 눈빛에 압도돼 온 몸이 얼어 붙었다. 괴물의 등뒤로 축축한 악의 기운이 흘러 내리고 바닥에서는 싸늘한 공포의 공기가 차오른다. 괴물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역겨운 불쾌감과 극한의 두려움이 엄습한다. 도망가야겠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나는 비명을 지르며 현관으로 달려간다. 괴물은 혐오스러운 울음소리를 크게 내더니 도망가는 나를 향해 뛰어올랐다. 어마어마하게 큰 입을 쩍 벌린 채 현관 밖으로 도망치려던 나를 순식간에 따라잡아 덮쳤다. 나의 몸 전체를 그 큰 입안에 넣어버렸고 바로 고개를 쳐들어 입 속에서 발버둥치는 나를 한번에 꿀꺽하고 삼켰다. 이 모든 일이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졌다. 괴물이 뛰어오르면서 부서진 천장의 잔해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 괴물은 가늘고 긴 혀를 밖으로 내밀어 입술 주위를 핥으며 입맛을 다시더니, 성큼성큼 거실 발코니로 나가 유리창을 부쉈다. 매우 능수능란한 솜씨로 발코니 난간을 너머 아파트 건물 외벽을 타고 1층까지 빠르게 내려갔다. 아파트 단지 안에는 여전히 아무도 없다. 괴물은 아파트 단지 안을 한동안 어슬렁거린 후 하늘을 향해 포효하며 혐오스럽게 울부짖었다. 잠시 후 UFO가 괴물 위로 날아 왔다. UFO 밑에서 파란색 빛이 내려온다. 괴물은 그 빛을 타고 UFO로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한다. 괴물은 빛이 나오는 바닥을 통해서 UFO 안으로 들어갔다. 괴물을 태운 UFO는 수직 방향 위로 올라간다. 계속해서 높이높이 빠른 속도로 올라가더니 어느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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