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서 알람 음악이 울린다. 기호는 알람을 끄고 계속 잔다. 어두컴컴한 기호의 방에 엄마가 들어와 커튼을 힘차게 열어 젖힌다. 스르륵하고 커튼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창문으로 햇살이 쏟아져 들어온다. 눈이 부신다. 기호는 이불로 얼굴을 덮는다. 이번에는 창문을 열었고 시원한 공기가 방안으로 밀려 들어온다.
“아들! 빨리 일어나. 정신 차려. 식탁에 계란이랑 빵이랑 바나나 있으니까 꼭 먹고 학교가. 엄마는 이제 출근할 거야. 그러니까 얼른 일어나.”
엄마는 기호가 뒤집어쓰고 있는 이불을 양손으로 잡아 힘있게 걷어냈다.
“아! 조금만 더 잘래.” 기호는 엄마가 잡고 있는 이불을 뺏으려 한다.
“안 돼. 일어나. 그러다 수업 늦어.” 엄마는 단호하게 말했다.
기호가 계속 누워있자 엄마는 억지로 기호의 몸을 일으켜 세운 후 방에서 나갔다.
기호는 부스스하게 군데군데 위로 치솟은 머리에 아직 졸음이 가득한 반쯤 뜬 눈으로 고개를 숙이고 침대에 걸터앉았다. 시원한 공기가 온몸을 감싸고 있다. 정신을 차리고자 머리를 들어 고개를 한 바퀴 돌린다. 고개를 드니 맞은 편 벽에 걸린 거울에 자신의 모습이 비쳐 보인다. 기호는 거울에 비친 헝클어진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마음에 들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거울에 비춰진 자신의 모습을 쳐다보기도 싫다. 왜 그런지 이유는 모르겠다. 기호는 고개를 돌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외면한다.
이때 엄마가 방문을 열며 말한다. “아들! 엄마는 지금 나간다. 10시 반 수업이라며 얼른 씻고 아침 먹고 학교 가. 너는 대학생씩이나 돼가지고 이제는 스스로 좀 일어나라.”
“알았어. 일어났어.” 기호가 멍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들, 멍 때리지 말고 엄마 좀 봐봐. 오늘 엄마 스타일 어때?”
기호는 고개를 돌려 방문 앞에 서있는 엄마를 본다. 숱 많은 갈색 머리가 어깨 정도까지 내려오고 아랫부분에는 굵게 컬을 넣었다. 세련돼 보이기 위해 머리에 신경을 많이 쓴 티가 난다. 옷은 아래위 베이지색 정장 안에 실크 소재의 푸른색 셔츠를 입었다. 베이지색 정장과 푸른색 셔츠의 조합이 단정한 스타일에 화려함을 더해줘 매우 멋스러워 보인다. 전체적인 스타일이 누가 봐도 고소득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한눈에 짐작할 수 있는 분위기가 풍긴다.
기호는 잠시 엄마를 뚫어져라 보더니 퉁명스럽게 말한다. “오늘 스타일 괜찮은데. 신경 쓴 티가 팍팍 나.”
“하여간.. 아들, 좀 성의 있게 말해주면 안되냐? 엄마는 지금 나가. 얼른 아침 먹어.”
“다녀오세요!”
엄마는 출근했다. 기호는 자신의 방에서 나와 식탁에 앉았다. 스마트폰을 보면서 아침식사를 한다. SNS 피드에 새로 올라온 사진들을 빠르게 위로 넘겨가며 본다. 여자친구인 현지가 올린 사진이 나오니 넘기는 것을 멈추고 사진을 자세히 본다. 현지는 친구들과 함께 저녁 먹는 사진을 올렸다. 어제 친구들과 간다고 했던 새로 찾은 맛집인 거 같다. 기호는 현지가 누구를 만나서 무엇을 먹었는지 유심히 본다. 기호가 다 아는 현지 친구들이다. 현지가 올린 사진을 다 본 후 피드에 올라온 사진을 다시 빠르게 넘긴다. 그러다 미술 작품 사진에서 멈췄다. 지금은 연락하지 않는 고등학교 친구가 올린 사진이다. 사람 얼굴을 하고 있는 새 같기도 하고, 아무리 봐도 무슨 그림인지 잘 모르겠다. 그림 밑에 ‘<Angelus Novus, Paul Klee>, 우리는 이제 새로운 천사를 맞이해야 한다.’라고 적혀있다. 친구가 적어 놓은 글도 이해가 안 된다. 고등학교 때 미대를 준비하던 친구였는데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다. 기호는 식사를 마치고 샤워를 했다. 헤어드라이어로 앞 머리를 한껏 올려 세웠다. 왁스로 좀 더 세련되게 머리카락을 매만졌고, 흐트러지지 않게 그 위에 헤어스프레이를 뿌렸다. 약간 빛바랜 청바지에 잘 다려진 하얀색 셔츠를 입었고 그 위에 가죽 항공 점퍼를 걸쳤다. 거울을 본다. 몸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자신의 전면, 옆면, 뒷면을 꼼꼼하게 보면서 옷매무새를 확인한다. 머리며 옷이며 거울에 비춰진 스타일이 괜찮아 보인다. 그런데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은 똑바로 쳐다보지를 못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