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에 관한 고찰
목요일은 공정하다.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도, 회사에 출근하는 직장인도 좀처럼 목요일에는 쉬는 일이 없다. 목요일 오후면 이 땅의 모두가 피곤함을 느낀다. 그 사실이 나로 하여금 일종의 동지애를 느끼게 한다. 형 집에서 곤히 잠들어 있을 정덕이는 요일에 구애받지 않는다. 평일은 형이 일찍 나가서 늦게 들어오는 날, 주말은 왠지 모르겠지만 나랑 같이 있어주는 날. 이 정도로 구분될 것이다. 우리는 선조들이 정한 칠요에 따라 목요일이면 거의 모두가 일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을 움직이는 무형의 규칙이란 이렇듯 신기하면서도 위대하다. 가끔은 그 규칙을 흩뜨려버리고 싶기도 하다. 예를 들면, 모두가 일하는 목요일에 휴가를 써서 한강으로 간 다음 그곳에서 수상스키를 즐기는 것이다. 이런 천진무구한 일탈에 대한 욕망을 목요일은 내게 안겨준다.
목요일은 사뭇 자애롭다. 그것은 지천명을 넘긴 사람과 같다. 역경을 이겨낸 사람이 대소사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너털웃음을 보여주듯, 목요일은 수요일을 견디어낸 우리에게 주말을 슬쩍 내밀어 보여준다. 모두가 휴일이 어서 오기를 재촉하고 있다. 주말에 무얼 할지 고민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당장 오늘 저녁에 만남을 갖자고 연락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느 쪽이든 목요일은 희망을 준다.
목요일은 그럼에도 매정하다. 아직 나에게 일 할 날이 하루 남았다며 정신 차리라 충고한다. 시간이 빠르게 흘러야 주말이 올 터인데, 그렇게 열망할수록 나를 오늘에 잡아둔다. 그래서 목요일은 목성의 요일인가 보다. 큰 중력장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차라리 일에 집중을 하여본다. 어쩌면 그것이 중력으로부터 탈출하는 열쇠일지도 모른다. 그래, 마음이 불편한 주말을 맞이하는 것보다 바쁜 목요일을 보내는 것이 낫지 않은가.
어느덧 날이 저물어간다. 가을의 쌀쌀한 바람이 불어온다. 이것은 겨울이 나 반겨주시오 외치는 소리인가, 아니면 가을이 나 떠나기 전에 즐기시오 알려주는 소리인가. 아무래도 상관없다. 목요일을 견디어낸 지금, 아내와 오붓한 저녁시간을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행복하다. 날씨쯤 추워져도 무방할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