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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월 Aug 09. 2024

정승제를 보고 행복해지는 법

근원에 대하여 - 낙천성

 수험생도 학생도 아닌데 내 유튜브 알고리즘엔 한 수학강사의 영상이 늘 자리한다. 그는 노래 실력으로 웬만한 가수들 뺨을 올려치고, 뼈해장국의 살은 모두 발라낸 뒤에야 먹기 시작하며 파리바게뜨의 롤치즈식빵 얘기로 4분을 떠들어 재낀다. 나는 정승제를 좋아한다.

 그가 좋아졌기 때문에 그의 멘트들에 웃겨 죽는 것인지, 아니면 그의 멘트가 와닿았기 때문에 그를 좋아하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의 생각에 배울 점이 많고, 그의 조언이 비단 학생뿐만이 아닌 성인에게도 도움 될 것이란 점이다.

 그는 얘기한다. ‘수능 따위는 유전자로 갈리는 것이 아니다.’ 그의 얘기인즉슨, 천재가 수학을 잘하는 것은 맞지만 수능은 천재를 변별하기 위한 시험이 아니라는 것. 수학에 재능이 없더라도 꾸준히만 하면 1등급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지레 겁먹고 포기하지 말고, 당당하게 최고를 목표로 삼으라는 것이다. 내가 수학 1등급을 받지 못한 것은 그러니까 정승제를 고등학생 때 몰랐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제발 수능 가지고 유전자라고 하지 마세요." - 유튜브 정승제사생팬 출처

 유전자가 뛰어나야지만 수능 1등급을 받는 게 아니라는 정승제의 말을 행복에 적용해 보면 어떨까.

 세상을 살다 보면 경쟁해야만 할 때가 있다. 낙천주의자에 게으르고, 한량이 천직인 나에게도 경쟁의 순간이 있었다. 우리의 경력이란 것은 결국 누군가와의 경쟁에서 이기고 고지를 선점한 것이 아닌가. 그러니까 경쟁은 필연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흔히들 경쟁은 세상이 만든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지극히 당연한 말처럼 보인다. 인구가 많은 동아시아 3국만 보더라도 북유럽의 사회와는 비교 안될 만큼 경쟁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해 있다. 서점의 베스트셀러 코너에 위로 에세이가 늘 위치해 있는 것은 경쟁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그러나 경쟁은 동시에 자신이 만들어내는 결과이기도 하다. 나의 아내가 학창 시절에 내게 해준 말이 있다. “나는 모든 시험이 절대평가라고 생각해. 합격률이 몇 퍼센트고, 합격인원이 몇 명이든 간에 내가 노력하지 않으면 어차피 순위 안에 들 수 없거든. 그러니까 합격률 찾아볼 시간에 공부나 더 하는 게 어때?” 아내의 그 말은 시험에 대한 나의 인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나는 합격할 만큼의 노력도 하지 않고서 합격률 안에 내가 들기를 바라고 있었다. 어쩌면 떨어진 다음에 낙방의 이유가 실은 나의 노력부족이 아닌, 낮은 합격률 때문이라고 정당화하려던 것일 수도 있다. 하려던 얼마나 경쟁이 치열한 시험인가 하는 것은 사실 부수적인 문제였다. 최선의 노력을 해본 사람만이 경쟁률, 합격률을 따질 자격을 얻는 것이었다. 그러니 경쟁이란 것은 필연적인 것 같으면서도 실은 필연적이지 않은 것이다. 내가 노력하기에 달렸다고 생각하는 순간 경쟁상대는 사라지고 나와의 싸움만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내게 큰 가르침을 준 선생님이 있다. 윤리를 가르치는 그 선생님은 어느 날 수업을 중단하고 교탁 양옆을 팔로 짚으며 제법 진지한 표정으로 우리에게 질문했다. “사람들은 모두가 1등이 되길 원합니다. 하지만 과연 몇 명이나 1등이 될 수 있나요?” 앞자리 친구 중 누군가 “1명이요.”라고 대답했다. 선생님은 턱을 아래로 까딱이곤 말했다. “하지만 모두가 1등이 될 수 있습니다. 그 방법을 아는 학생 있나요?” 모순 있는 말에 교실엔 정적이 흘렀다. 모두들 답을 내고자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학생들이 헤매자 선생님이 답을 내어주었다. “바로 모두가 행복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돈, 집, 땅, 보물. 눈에 보이는 것은 모두 남이 가져갈 수 있는 것들입니다. 하지만 내 감정을 남이 가져갈 수 있나요? 없습니다. 내가 행복하기를 바라고, 행복하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내 삶에서 내가 1위가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내가 행복하다고 남이 행복해질 수 없나요? 아니죠. 남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모두가 행복을 추구한다면, 모두가 1등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내가 이 말에 감명을 받은 것이 내 특유의 낙천적 성격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이 말에 감명받은 후로 더욱 낙천적으로 변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내 삶을 이루는 하나의 실개천이 되었다는 것.

 삶이란 것이 좀 혹독하고 팍팍하긴 하지만, 난 놈, 가지고 태어난 놈만이 행복하리란 법은 없다. 스스로가 행복해지기를 바란다면, 그것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리고 인생은 절대평가라는 점을 잊지 말 것. 남들 모두가 행복해 보인다고 해서 내가 행복해지지 못할 이유는 없다. 내가 행복하기를 추구하는 이상, 누가 뭐래도 내 삶에선 내가 가장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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