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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월 Oct 19. 2024

모과

일월 시집

나무는 담장 밖에 홀로 서있다

햇살은 빌라보다 키가 작다


퍽 하는 둔탁한 소리

나무는 초록을 낳았다


때 이른 해산

청귤도 아니요

청사과도 아닐지니

유산이 없는 초록은

행색이 남루하다


속은 벌레에게 파 먹히고

껍질은 땅바닥에 징수당했다


양지바른 공원에선

태양빛에 영글어

차도 되고 청도 되고

약재도 된다는데


그러나

서러워 말아라

너의 향은 어미의 것


볕 한 뙈기 없는 처량에 서서

벌레가 기어가는 고통을 감내하며

물려주지 않았느냐

내어주지 않았느냐


자꾸만 맡고 싶은 가을의 향취를

빼앗을 수 없는 숭고한 기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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