슴슴한 글

내 절친한 친구 두 명과 함께 남산 회현아파트 근처에 있는 까페에 간 적이 있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수다를 떨다가 혼자 책을 꺼내 읽기 시작했는데,

마땅한 직업이 없는 나로서는 

노는 중간에 글이라도 몇 자 읽는 것이 

마냥 놀았다는 죄책감을 덜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책을 읽다 

책이 괜찮냐는 친구의 말에 

너무 잘 읽고 있다고 대답하고선

책에서 감명받았던 에세이 한 편을 

두 친구에게 읽게 시키고는 

화장실을 다녀왔다. 

두 친구의 반응과 글에 관한 대화를 기대하며 

볼일을 보고 자리에 돌아왔지만

친구들은 이 글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는 알겠지만 

그래서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예상치 못했던 반응이었다.

나는 원래 에세이가 그런 거 아니겠냐는 말을 하고 다시 책을 잡았지만

글에는 집중하지 못하고

내 예상과는 다른 친구들의 반응에 대해서 계속 생각했다.

누구나 생각하거나 경험했을 법한, 지극히 개인적인 사건에 관한 생각을 

작가 나름의 주관으로 풀어내거나 의견을 제시하는 게 에세이이고

나는 그렇게 다른 이의 생각을 엿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친구들은 글을 받아들이는 방식 자체가 나와 달랐고

개인적인 생각의 개진, 그다음의 효용을 가진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그것이 가슴을 울리는 메시지이든 흥미로운 서사든, 

흔히 글이라는 것에는 내용적으로 많은 기대가 부여되고는 한다.

직접 읽는 노력을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세이라는 건 지극히 소소하고, 

개인적인 무언가를 전개할 뿐인 글들이 대부분이라 

실익을 기대하는 독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 해도 에세이는 나름의 슴슴한 매력을 가진다. 

한 번쯤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을 법한 생각들을 끄집어내서 내 눈앞에 놔두고는 

“난 이렇게 생각하는데. 너는 어떻게 생각해?”라며 계속 질문을 던진다. 

작가의 화두를 곱씹어보는 일은 독자에게 꽤나 충실한 만족감을 준다. 

에세이를 읽다 나와 생각이 비슷한 작가를 발견하게 되면 

마치 나와 닮은 사람을 만난 듯하여

작가를 좋아하게 되고, 

작가의 글을 통해, 나를 긍정하게 된다. 

내 생각, 사고방식의 근거를 제시해주기 때문이다. 

어쩌면 화두를 던질 뿐일 수도 있는,

에세이라는 장르에 대한 이해 부족이 

세상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에세이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 형성의 가장 큰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담백한 읽을거리가 많다. 

그 맛을 많이들 느낄 수 있게 되어서

함께 에세이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수다를 떠는 것도 에세이만큼이나 좋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