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책 끝 모서리 부분을 접는다.
슬겅슬겅 줄을 긋고, 개인적인 감상을 적는다.
순간을 잊지 않기 위해
알라딘 중고가의 방어를 기꺼이 포기한다.
묘비명. 그 흔적들은 묘비명 같은 것이다.
먼저 읽어보다가, 내가 묻힐 곳에 몇 자 적어보는 것이다.
그곳에서는 솔직해질지 모른다.
책을 소유했다는 것만으로도 얻은 권력
훗날 누군가 보게 될지도 모를 나의 흔적
그것이 불러일으킬 작은 파동
내 손을 떠났음에도,
바라보는 조그마한 영향, 그리고 공감.
알지 못 할 일에
나는 무엇을 바라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