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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일 Mar 18. 2024

스스로 떠나가는 것에 대하여.

아는 형이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글을 쓰던 사람이었다. 


그리 친한 사이는 아니었으나 어쩌다 마주치게 되면 반갑게 안부를 묻곤 했다. 

나는 다양한 이유로 이 형을 좋아했다. 

형은 장발이었으며, 꽤나 잘생겼었고, 순문학을 하였으며, 말을 아끼는 성격이었다. 

시끌벅적한 술자리엔 나오지 않는, 그 특유의 고독한 모습이 멋있다고 생각했었다. 



그 형을 마지막으로 만난 곳은 학교 앞 수족관이 있는 카페였다. 


“형 그러지 말고 독립출판을 해봐.”

“그래도 등단이 가지는 힘이 있잖아. 소설은 등단을 해야 돼.” 

“그건 그래.. 그래도 출판 하고나면 뭐가 진짜 달라진다니까?”

얼마 전 독립출판을 해냈다는 이유로, 난 주변 사람들에게 독립출판을 마구 권하곤 했었다. 

막무가내였다. 


각자의 푸념과 해결책 같은 걸 늘어놓기를 두시간, 

난 일어나면서 나중에 방이나 빌려 위스키나 한잔 하자고 말했다. 

물론 당시에는 진심이었던, 기약없는 약속이었다. 

형은 웃으며 인사했다. 그게 형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죽을 만큼 슬프지도, 그렇다고 아무렇지는 또 않게 

미상의 생선 내장을 씹은 표정으로 형을 생각한다. 

그게 무슨 맛인지 떠올려봐도 도무지 알 길이 없다. 

애를 쓰는 것도 어색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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