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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일 Mar 19. 2024

그런 건 없겠지만.

언젠가 할 일이 없어 아빠 차를 빌려 혼자 형이 있는 납골당에 갔다. 

바이알 병에 내가 종종 마시던 버번 위스키를 담아 갔다. 

혹시나 그 앞에 두고 올 수 있진 않을까 해서. 


형은 1층에 입주해 있었다. 

절을 두 번 반 올리고 바닥에 앉아 형 사진을 살펴봤다. 

모두 짜증날 정도로 환하게 웃는 얼굴이었다. 


바이알 병을 열고 내가 먼저 향을 맡았다. 

달큰한 바닐라 향. 기분 좋은 카라멜 향. 

뚜껑을 열어둔 병을 바닥에 두고 말을 걸었다. 

이거 진짜 맛있는 건데. 먹고 가지. 

나는 차를 타고 와서 못 마셔. 


형 잘생긴 얼굴을 떠올리다 

왜 갔냐는 원망 섞인 말을 하다

내가 뭘 알겠나 싶어 사과를 했다. 

몇십분을 그렇게 있다 납골당을 나왔다. 

물건을 두고 가지 말라는 안내가 있어 

위스키는 가지고 나왔다. 


납골당은 누구를 위해 있는가. 

그것은 분명히 산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 

죽음 이후의 삶은 분명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내세가 혹시나 있다면 그곳에서는 전보다 행복하기를 바랐다. 

그 이후가 전보다 평안하기를. 

그러면 된 것이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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