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참으로 아쉬운 점의 하나가 미워하고 멀어지는 관계들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하루하루 또 다른 새로운 관계들이 수도 없이 만들어지면서 좋은 사람 즐거운 인연도 생겨나지만 경쟁하고 부딪히고 함께 일하면서 다투고 실망하고 맘에서 멀어지는 관계도 적지 않게 수를 늘려간다.
나쁜 사람은 없고 나쁜 상황들이 존재할 뿐이라고 수도 없이 되뇌이지만 현실의 감정들은 모든 순간 그런 식의 철학적 고찰을 동반하지 못한다.
오해와 실수들을 우연보다는 근거 약한 추측으로 단죄하고 상대의 행동들을 단정하여 평가하고 확신으로 결론을 지어간다.
좋았던 관계들은 어느 순간 새로운 다른 만남들로 옅어지고 변색되어 회복할 시간마저 놓쳐버린 채 어색해지거나 돌아서거나 그도 아니면 겉으로만 친한 비즈니스적 모양을 띄어 간다.
술 한 잔 마시면서 속 열고 이야기해야지 하는 다짐은 오늘도 내일도 바쁘고 피곤하다는 핑계와 함께 타이밍을 놓쳐간다.
학교는 2월이 되면 이런저런 모양의 헤어짐을 맞이한다.
선생님들은 부서를 바꾸고 학교를 옮겨가기도 하고 학생들은 졸업을 한다.
성선설은 맞는 것인지 인간은 대체로 이별의 순간을 아쉬워하고 잠시간의 떨어짐에도 눈물을 보이고는 한다.
어제의 졸업식도 그랬다.
송사와 답사가 낭독될 때도 선생님들의 작별인사가 있었을 때도 훌쩍이는 소리와 아쉬움의 탄성은 안타까움을 가득 안고 있었다.
나 역시 학생들과 선생님들을 보내면서 비슷한 소리와 감정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런데 좀 더 자세히 귀를 기울이면 그 아쉬움의 모양은 모두 같은 것은 아니었다.
어떤 이에게는 사랑하는 연인과의 이별처럼 정말 짠한 아픔의 감정이 느껴졌지만 풀어내지 못한 관계에 대한 아쉬움 같은 것이 느껴지는 이도 있었다.
어찌 보면 시원섭섭한 것 같은 그다지 반갑지 않은 감정들도 분명 내 안에 있었다.
1년의 생활들을 돌아보면서 깔끔하게 회복하지 못하고 사과하고 용서받지 못한 관계들이 적지 않게 머릿속을 맴돌았다.
하루 종일의 고민 탓인지 어젯밤 꿈엔 현실에서 불편한 관계가 되어버린 동료가 나왔다.
그가 먼저 용기를 내어 내게 사과를 건네고 있었다.
한 점의 의심도 느끼지 못할 만큼 진심을 담은 다가섬에 내가 가장 먼저 느낀 감정은 부끄러움이었다.
한마디 말과 한걸음 다가섬으로 내 마음은 너무도 편안해지고 있었다.
먼저 다가가지 못하고 용기 내지 못한 내 모습은 꿈을 떠난 현실에서까지 진한 후회의 감정을 남겨놓았다.
우리가 살면서 경험하는 대부분의 다툼은 시간이 지나면 그 원인조차 기억 분명치 않은 사소한 것들이다.
순간의 감정들이 뒤틀리고 비틀려서 관계를 복잡하게 꼬아놓지만 한 사람의 작은 용기는 많은 것을 되돌려 놓을 수 있는 힘이 있다.
불편한 관계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웬만하면 두루두루 친하고 되도록 어떤 이와도 좋은 관계를 가지고 싶은 것이 본적인 인간의 마음이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사과하고 용서받는 작은 마음들은 그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큰 힘이 될 수 있다.
졸업식의 불편한 헤어짐은 내게 불편함과 부끄러움을 가져다주었지만 또 하나의 다짐도 함께 결심하게 했다.
난 오늘부터 사과하고 용서받을 용기를 내기로 했다.
망가지고 부서지고 깨어져버린 관계들을 이전처럼 되돌릴 수 있는 건 나 스스로 밖에 할 수 없는 일임을 새삼 깨달았다.
꿈에서는 먼저 사과받았지만 현실에서는 먼저 사과하는 용기를 내어보아야겠다.
나쁜 상황은 있지만 나쁜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을 굳게 믿는다.
오늘부터 난 사과할 용기를 내어보려고 한다.
관계 좋아하고 사람 사귀는 것 좋아하는 내게 새로운 만남 이상의 귀한 선물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으면서 말이다.
내년의 졸업식에서는 복잡한 고민 없는 가슴 짠한 헤어짐만이 있기를 바라본다.